내 외식 사업 최대의 진상은, 2008년 1월에 만났다. 그날도 변함없이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뒷자리에서 50대 남녀분들이 곱창전골에 소주 드시고 계시다. 5만원이 안되는 매상이었다.
한분이 털 달린 점퍼를 본인 옆자리에 놓아두었다. 짐작하겠지만, 그 털 달린 점퍼가 문제였다.
'엇, 탔어'
점퍼 주인은 안그래도 큰 눈을 부라리며, 쥐 잡듯이 우리 어머니를 쏘아보다. 그의 주장인즉, 우리 직원이 서빙을 보면서, 뜨거운 냄비 바닥이 점퍼의 털부분에 닿는바람에, 탔다는 이야기다.
난 옆에서 보고 있다가, 이렇게 말하다.
'선생님, 까맣게 탈려면 불로 직접 대고 있어야 합니다. 냄비 바닥에 스쳤다고 타지는 않습니다'라고 말하다.
그는,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넌 뭐냐'라고 묻다.
'사장인데요'라고 답하다.
'허, 사장이 둘이야! 영업 신고증 가지고 와'
그는 카운터에 붙어있어야할, 영업신고증을 들먹였다. 붙어있지 않으니까, 그것을 트집잡았다.
난 본능적으로 문제가 복잡해지리라 직감하다. 경찰을 불렀다. 내가 경찰을 부른 이유는, 시비를 가려달라고가 아니라, 상식을 상식이라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냄비 바닥으로 점퍼털을 까맣게 태울수는 없는 것이다. 경찰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사건 처리 하실건가요?'라고만 묻다.
경찰의 예상치 않은 반응에 당황했고, 점퍼 주인의 지랄에 혼란스러웠다. 난 손님에게, 만약 내가 잘못했으면 물어주겠다. 하지만, 손님도 영업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다. '영업 방해'라는 말을 듣자, 점퍼주인은 나를 쏘아보다. 시해를 시도한 신하의 몰골을 쏘아보는 임금 같았다.
젊은 경찰이 조용히 나를 뒤로 빼다.
'사장님, 지금 이렇게 큰 소리 치실 때가 아니에요. '
경찰은 이런일을 한두번 겪어본게 아닌듯이, 능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계적으로 말했다. 결론은 돈으로, 합의금을 주라는 이야기다.
점퍼는 명품이었고, 60만원을 불렀다. 내가 울먹이며, 애원하자 순식간에 30으로 떨어졌다. 나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이렇게 애원하다.
'선생님, 제가 5만원 팔고 30만원 물어주면 평생 선생님을 잊지 못할겁니다.'
그는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였는데, 옆의 일행이 어서 찔러주라며 나를 채근하다. 나는 15만원을 명품점퍼에 찔러넣었고, 그는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돈은 받은채 떠났다.
우리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발을 동동 구르며 우시다. 돈보다는 약 오르고 분한 것이다. 나를 보면서, 너는 엉뚱하게 끼어드냐?며 원망하다. 난 두가지를 느꼈다. '살기 싫다'는 것이 첫번째였고, 두번째로 외식업을 천직으로 삼지않겠다.였다.
그 뒤로, 나에게 이상한 변화가 생기다. 식사하고, 잘먹었다고 계산하는 평범한 손님에게 무한한 감사가 느껴졌다.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지만, 감사할 일이 없는데 억지로 감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감사는 위선이다. 기초가 약하며, 어려운 상황에서 본색이 드러나는 감사다. 하지만, 진상을 맛보고 나서 느껴지는 감사는, 내 골수에 박힌다. 난 외식업을 천직으로 삼지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런 결심을 할 정도의 일을 당하면, 그 일은 이미 천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