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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리 Oct 28. 2021

성격보다 입맛이 맞는 상사가 좋아.

NGO 입사부터 퇴사까지 2년



 점심시간을 기대하는 맛에 출근하는 걸 알면 부장님은 뭐라고 할까? 식사할 때는 음식만큼 누구와 함께인지가 중요하다. 마주편에 앉은 상대가 맘에 든다면 그다음은 입맛이다. 은근 식성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건 바늘에 실을 한 번에 꽂는 일만큼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이 단 번에 이루어졌던 때가 있다. 신촌에서 근무했던 3년 전, 마 주편 자리에 앉은 그녀와 나는 빵순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아무리 바빠도 아침 회의 때는 토스트! 루틴은 포기할 수 없었다. (탕비실에 마침 토스트기도 있었다.) 둘 다 어리바리한 사회 초년생이라 엉덩이 붙일 틈 없이 바빴지만 점심시간은 달랐다. 메뉴 선정이라는 주제에 하루 중 가장 진지하게 토론을 했다. 오전 업무에 허덕여 결정하지 못했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한정된 시간 내에 최대의 만족을 얻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빨빨거렸던 기억이 난다. 아, 회사에서 정해진 업무 식대인 7,000원을 훌쩍 넘기는 12,000원짜리 트리플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황홀하다.

무려 트리플 오일이 들어가있다.


 즐거운만큼 같이 엥겔지수를 높이던 그녀는 나보다 먼저 사무실을 떠났다. 9개월 이른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 뒤로  맛집에서 사이드 메뉴까지 시켰지만 혼자 먹는 특식은 어쩐지 차갑다. (각자 다른 직장을 다니게 된 뒤에도  종종 만나 식사를 했는데 ‘그때가 좋았지’의 8할은 먹는 추억이기도 하다.)



  다음 직장에서는 사람만큼 메뉴도 만만치 않다는 걸 배웠다. 언뜻 봐도 장신에 운동선수 같은 풍채에 인상 좋던 상사는 불현듯 다이어트를 선언했다. 그녀는 직장에서 보기 힘든 인격자(!) 였는데 인격만큼이나 의지도 본받을 만했다. 저탄고지, 한식 위주의 식단과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시작하더니 놀랍게도 3개월 만에 15kg 이상을 감량했다. 정말 빼야 할 사람은 나였는데 말이다. 다 좋았다. 타인이 슬림해져서 나쁠 게 없다. 다 좋은데 문제는... 늘 같이 다이어트 식단으로 먹어야 했다. 여름에서 겨울까지 한 메뉴만 먹은 적도 있다. 그녀는 나처럼 매일 다른 음식을 먹어야 하는 까탈스러움이 없었다. 주구장창 건강한 식단을 먹었으니 함께 날씬해지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부피는 여전했다. 원치 않는 메뉴를 먹고 퇴근을 하면 마라샹궈를 먹으러 갔기 때문이다…

1인 마라샹궈


 어느 날 티비 프로그램에서 이영자 씨가 상사가 한 메뉴만 고집해서 힘들다는 직장인의 사연에 답했다. 입맛이 안 맞다면 전부 안 맞는 거니까 퇴사하라고 말이다. 에이. 그 정도라고? 하며 웃었다. 6개월 뒤… 위 사연과 별 반 다르지 않은 일로 퇴사를 결심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겨우 먹는 일로 퇴사를 하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역린이 하나쯤 있다. 나에게는 음식이었다. 어린이집에서 나를 제외한 모든 선생님이 전주 초코파이를 먹었을 ,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받는다고 느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행사  클라이언트가 오지 않아야만 남는 주먹밥을 을 수 있었다. 일은 하는데 밥은 안주면 왠지 서럽다. (사실 더 열받는 건 휴가로만 대체할 수 있는 추가 근무였다. 그래도 밥을 줘야하는가 아닌가? 흥)


 연장선으로 선택권 없이 특정 음식만 줄기차게 먹는 건 재미가 없다. 목요일 점심에 언빌리버블 버거가 먹고 싶은데 왜 고민 없이 뼈해장국집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가? 점심시간은 휴게시간이라고 하는데 상사와 원치 않는 메뉴를 먹고 산책 권유까지 받는 건 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사회생활 부적응자가 말하는 유치한 발언이겠만 당사자에게는 굵은 궁서체로 쓰인 이야기다. 맞다. 본인의 고통은 본인이 이해해주면 된다.




이것보다 중요한게 있다는 걸 알았다.

 

위 그림은 첫 직장에서 알게 된 짤이다. 초년생으로 서로가 멍부 아니면 멍게라고… 반면 상사는 똑부인 게 틀림없다고 속닥거렸다. 우리를 아주 잡아먹히고 조져지는걸 저 표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이야기는 저 표 안에 없다.


 포털사이트 검색에 고민을 쳐볼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퇴사할 때 단톡방에 하는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요?” 라던가. ‘직장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제공해주는 식대를 아까워해요.’라는 아우성… 온라인 세상에서 특정 질문에 마음을 시원케 하는 답을 찾기는 어렵다. 답은 3차원 세상에서 찾아야 한다. 일 잘하고 성격은 무난한, 밥맛이 통하는 상사를 만나고 싶다. 그럼에도 점심은 따로. 각자 일은 열심히면 나이스다. 옵션을 붙여 보자면 퇴근 후에는 업무지시를 하지 않는 그런 상식도 있는… 쓰다 보니 신화 속 인물 같다. 나나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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