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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16. 2023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리뷰

붙여서 굴리기만 급급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Transformers: Rise of the Beasts)

★★☆


 마이클 베이와 트래비스 나이트를 거친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다시 부활했습니다. 애초에 마이클 베이의 5부작부터 이어지는 듯 이어지지 않는 듯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시리즈였던지라 연결성이 딱히 중요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일곱 번째 실사영화이긴 하네요. <크리드 2>의 스티븐 케이플 주니어가 감독을 맡아 안소니 라모스, 도미니크 피쉬백, 피터 컬렌, 양자경, 론 펄먼, 피터 딘클리지 등이 이름을 올렸죠.



 전 우주의 행성을 집어삼키는 절대자 유니크론은 자신의 야망을 이룰 '트랜스워프 키'를 찾기 위해 지구에 자신의 부하들을 보냅니다. 그에 맞서기 위해 지구에 정체를 숨기고 있던 트랜스포머 오토봇 군단이 모습을 드러내고, 우연히 그들과 함께하게 된 인간 노아와 엘레나는 또 다른 트랜스포머 진영인 맥시멀과 힘을 합쳐 모두의 운명을 건 전투를 시작하죠.


 큐브, 매트릭스, 아크, 원탁의 기사들 등 전 우주의 운명이 걸린 어마무시한 물건이 또 하필 지구에 있어서 벌어지는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번 영화의 설정인 트랜스워프 키는 행성을 먹이로 삼는 유니크론의 식사 편의성을 큰 폭으로 증대시켜줄 우주적 물건이죠. 그것을 빼앗으려는 쪽과 지키려는 쪽의 전장은 인간이 사는 바로 이 곳이 되고, 그러다 보니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인간 대표들도 끼어들게 됩니다.



 인간 주인공인 노아가 이 우주 전쟁에 끼어들게 된 계기 또한 1편의 샘 윗윅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연히 손에 넣게 된 차가 알고 보니 오토봇 진영에서 유별나게 인간에게 친근하게 구는 친구였고, 그 친구의 비호 덕에 옵티머스 프라임을 비롯한 오토봇의 편에서 지구를 지키게 되죠. 이번에 범블비 대신 그 역할을 해 주는 트랜스포머는 피트 데이비슨의 미라지구요.


 캐릭터의 매력도만 놓고 보면 특출나지도 못나지도 않습니다. 노아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세상에 떠밀려 순간적으로 옳지 못한 선택을 내리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옳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향해 많은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죠. 인간적인 약점으로 누구나 이입할 여지를 만든 뒤 궁극적으로 영웅이 될 기회를 주며 소위 말하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전형적인 인물입니다.



 트랜스포머 미라지는 범블비와는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과묵하고 그 과묵함을 귀여움으로 이어지게 했던 범블비에 비해 미라지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주먹 인사를 건넬 만큼 인싸의 유전자를 타고났죠. 낡은 카마로가 아니라 누구나 탐낼 법한 포르쉐를 자신의 모습으로 택한 것만 보아도 둘의 차이가 극명한데, 서로 비슷했던 노아와 샘을 생각하면 새로이 시도된 주인공 조합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큰 차이가 있다고 하면 옵티머스 프라임입니다. 바이러스에 걸려서 눈이 돌았던 적을 제외하면 언제나 리더의 묵직함으로 자리를 지켰던 우리의 대장님이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우리가 아는 그 모습과는 살짝 다르죠. 인간과 지구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종족과 고향을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이며, 때문에 기대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의외의 면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소 당황스럽기도 한 옵티머스 프라임의 새로운 모습엔 이미 꼬여 버린 시리즈의 순서 탓도 있기는 합니다. 바로 직전 작품들과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던 시리즈인지라 따지는 것이 큰 의미는 없지만, 극중 딱 한 개의 대사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이번 영화의 시간대는 <범블비> 직후죠. 때문에 이번 영화는 주인공 노아와 엘레나는 물론 옵티머스 프라임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 인물들과 그들의 관계도보다 이 영화를 찾는 주된 이유는 바로 볼거리겠죠.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볼거리에만 치중한 탓에 이전 시리즈들이 고철이니 고물이니 하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지만, 그래도 <트랜스포머> 시리즈 하면 다른 어디서도 보여줄 수 없는 기계와 금속의 향연을 바라고 극장으로 향하게 됩니다. 오랜 팬들의 추억을 정조준한 <비스트 워즈>를 실사로 옮겼다는 기대도 한 스푼 더해졌겠구요.



 최소한 많은 팬들을 절망케 했던 바로 그 나노테크놀로지가 다시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번 <비스트의 서막> 또한 최근 할리우드 영화들의 고질병이 되어 버린 CG의 하향 평준화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비교적 밝은 화면과 선명한 채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무려 16년 전 영화였던 1편과 비교해 보아도 결코 발전했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CG부터가 눈에 밟히죠.


 그래도 간만에 다시 듣는 금속음들과 어쨌든 기본적인 눈요기는 보장되는 변신 장면들이 더해진 동력이 일정 부분 유지되기는 합니다. 옵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를 비롯한 익숙한 얼굴들과 미라지, 스커지, 옵티머스 프라이멀, 에어레이저 등 고유한 개성을 갖고 있는 트랜스포머들이 각자의 능력과 전투력을 뽐내죠. 노아와 엘레나 등 인간 캐릭터들의 비중 또한 그걸 침범할 정도로 커지지 않는 선을 유지하구요.



 그러나 후반부는 이전 시리즈들이 무너진 이유를 꽤 그대로 답습합니다. 어차피 자신들이 만든 설정이니 알고 보니 이런 게 있었고 알고 보니 저런 게 있었다는 식으로 설정에 설정을 기워 각본을 아둔한 수준까지 끌어내리죠.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한계선은 트랜스워프 키가 절반으로 쪼개져 있었다는 것 정도인데, 그것만으로는 영화를 이어갈 수 없음을 깨달을 순간 돌이킬 수 없이 질주합니다.


 스커지에겐 맞추기만 하면 상대를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는 필살기급 무기가 있었고, 에너존 원석은 죽은 트랜스포머를 한 방에 살릴 수도 있으며, 노트에 대충 받아적은 암호는 누구도 몰랐던 트랜스워프 키의 백도어 역할을 하고, 트랜스포머들이 다루는 기계장치에 마침 인간이 들어가서 요지까지 향할 수 있는 환풍구가 있는 등 한 번 밟은 엑셀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 정점엔 영화가 스스로의 하이라이트로 여기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미라지와 노아의 합동 작전이 있습니다. 거의 영화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수준의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뿌듯하게 내밀죠. 받아들이기에 따라 예상조차 하지 못한 신선한 충격이 될 수도 있기는 하나, 과연 그렇지 않은 관객들의 충격을 감수할 정도인지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갑자기 몰아치는 그 후반부 탓에 직전까지 쌓아 오던 캐릭터 서사의 파급력은 묻히기 십상입니다. 사실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그것만 묻히면 다행인 수준이죠. 언급한 대로 영화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는 장면이기도 하고, 그렇게 모두가 위기에 몰릴 때까지 뭘 한 건가 싶은 생각에 장면 자체를 즐기기도 마냥 쉽지는 않습니다.



 그것의 여파로 맨 마지막의 세계관 선언 또한 놀라움보다는 뜬금없음에 가깝습니다. 새로운 얼굴들이 다수 등장하기는 하나 주요 인물들로 활용한 머릿수는 많지 않았고, 그마저도 제대로 써먹었다는 인상은 크게 주지 못했죠. 그런 와중에 시리즈도 아닌 세계관 선언을 해 버리니 구체적인 계획 없이 지르고 본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흐름으로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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