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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Oct 19. 2023

당근 하세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프라다, 구찌 핸드백을 당근에 팔아본 썰


사업하는 부잣집으로 시집간 사촌동생이 있다. 그 동생이 이번에 집 정리를 하면서 우리 딸들에게 쓰지 않는 명품백을 섯 개나 주었다.  하지만 딸들은 에코백을 좋아해서 무거운 가죽 가방은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마대자루 같은 리넨 옷을 입는 나에겐 더구나 어울리지 않아 추석 때 받은 걸 여태껏 묵혀 두다가 가을이 되자 대청소를 하면서 당근에 가방을 내놓게 되었다.

너무 오래되어 보이는 버버리백과 내가 들어도 될 만한 가벼운 로플러랜달 손가방은 빼고 구찌 하나와 프라다 두 개를 팔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가진 핸드백 중 가장 비싼 게 마흔 살의 생일에 남편이 사준, 사십만 원짜리 셀린느 핸드백이 고작이다. 프라다와 구찌로 검색해도 옛날 디자인이라 가격을 알 수 없지만 큼직한 백이니 어림잡아 이백만 원 정도가 아닐까 짐작할 뿐이었다. 아무리 비싸도 내겐 소용없는 것이니 생각 끝에 오래되어 보증서도 없고 무겁고 유행이 지난 핸드백을 15만 원에 내놓았다.


하지만 역시 프라다와 구찌의 위력은 실감 나게 다가왔다. 올리자마자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집안에는 경쾌한 당근 소리가 정신없이 떠다녔다. 딸의 말에 의하면 명품을 워낙 싼 값에 내놔서 반응이 좋다는데 첫 거래의 프라다 구매자는 능란한 채팅으로 가격 흥정을 원해서 3만 원을 깎아주었다. 이후로도 구찌와 프라다 가방은 빠른 결정을 한 구매자 우선으로 거래완료를 하였다. 다짜고짜 정품이 맞냐는 질문이 가장 많던 구찌 가방은 택배를 원하는 사람에게 결정되었는데 우체국 종이박스와 택배비까지 통장으로 깔끔하게 보내주었다. 자신감이 붙은 나는 집에 있던 다른 가방도 올려보았으나 프라다와 구찌의 명성에는 턱없이 모자라 반응이 없었다.


여동생이 준 MCM백팩은 거의 새 거여서 그것도 함께 내놨는데 가죽 제품이라 다소 무겁다고 설명 글을 썼다. 집 근처에서 만난 사람은 예상 밖에 젊은 남성이었다. 조금 작은 백팩을 찾고 있었다는데 남자가 기엔 무겁지 않을 것 같아 팔고 나서도 마음이 놓였다. 백팩 역시 우리 집에는 필요 없는 물건이어서 7만 원에 내놓으니 경쟁을 뚫고 신속한 채팅으로 올린 지 한 시간 만에 만나 거래완료를 했다.   


안 쓰는 딤채 김치통이나 생활 잡화를 나눔으로 내놓아 봤을 뿐, 본격적으로 거래를 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흥분이 되어 잠까지 설치게 되었다. 중고라 흠을 잡지는 않을까, 사촌동생이 딸들 쓰라고 준 건데 팔아버려서 서운하진 않을까, 심지어 너무 싸게 내놓은 건 아닐까 라는 뒤늦은 걱정까지 돈이 관련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렇지만 당근의 취지에 맞게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묵히기보다는 원하는 사람에게 저렴하게 보내어지는 물질의 순환이 바람직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사촌 동생은 부럽게도 에르메스 가방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근 거래를 하면서 크게 느꼈던 점은 동네 근처의 이웃들끼리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응하며 성실하게 약속을 지키는 경험이었다. 인사말은 기본이고 예의 바르고 재치 있는 채팅을 한 사람에게 마음이 더 갔다.   


당근으로 중고거래를 처음 해보니 브랜드 가치가 있어야 하고 태가 좋아야 하며 원래 가격에 연연하지 말고 중고 거래에 걸맞게 저렴하게 내놓을수록 무난하게 성공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에 도달했다. 상품 설명도 문장이다 보니 글 쓰는 재미가 있어서 매력 있게 고쳐 쓰느라 여러 번 수정했다. 그래도 안 팔리는 건 안 팔린다.


남은 것 중에 여동생 지인이 백화점 매장을 정리하면서 준 러브캣 여성 서류 가방이 있다. 역시 가죽이라 무겁고 전문직 여성에게 어울릴  디자인이라 주변의 아는 교수 두 명에게 그냥 준대도 에코백을 든다는 이유로 거절하였다. 가격을 두 차례나 내렸으나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다.




내가 직장을 계속 다녔어도 이건 안 들 듯 ㅠ





잠을 설친  아침에  꿈과 그에 대한 해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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