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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Oct 11. 2019

[건축] 난 집을 지어보았다 - 2

건강한 집은 무엇이 중요할까? 온도, 습도, 환기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집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환기가 잘 되는 장소다. 지금까지 경험한 단독주택은  겨울엔 웃풍이라고 하는 찬바람이 불고, 여름엔 외부의 온도에 따라 뜨거워지는 집이었다. 단독주택의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겨울엔 기름을 태워 따뜻하게, 여름엔 전기를 써서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이건 결국 높은 에너지 비용을 지불하게 되고 삶의 만족도와 에너지 비용 사이에 합의점을 찾아 조금은 춥게 조금은 덥게 살아가게 된다. 참고로 도시가스가 없는 시골 주택 겨울 유류비의 경우 따뜻하게 지내지 않아도 한 달 30만 원은 쉽게 넘는다. 


난방비를 30만 원을 써도 춥다니...


처음엔 단열을 두껍게 하고 좋은 창호만 달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공부를 해보니 온도가 유지되려면 단열과 함께 기밀을 신경 써야 한다. 집의 구멍으로 공기가 새거나 드나들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보면 되는데 나사 구멍 하나하나 신경 써야 이 작업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환기는 창문으로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름과 겨울처럼 내외부 온도차가 클 때는 환기를 하기가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완재가 필요한데 그것이 열회수환기장치(전열교환기)기였다. 열회수환기장치는 외부의 공기를 가져오면서 내부의 공기를 배출해준다. 


시골집에 설치한 전열교환기 KOMFORT EC SB250-E (독일제라 만듦새가 좋더라)


이 과정에서 그대로 차갑거나 뜨거운 외부의 공기를 그대로 집안에 넣지 않고 중간에 기계에서 두 공기가 만나게 해 줌으로써 온도를 높이거나 낮춰서 일정한 온도의 공기가 실내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해주는 기계다. 그리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공기는 필터링을 통해 깨끗한 공기가 들어올 수 있게 해 준다. 일반 주택은 선택 사항이나 요즘 공동주택(아파트)의 경우 열회수환기장치가 필수로 들어간다. 천장에 아래와 같은 물건(디퓨져)이 달려 있으면 집에 열회수환기장치가 있는 것이다. 만약 집에 설치되어 있다면 24시간 가동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가동 전에 필터 상태를 살펴보는 것은 필수!)


디퓨져 (흡기와 배기로 나뉜다)


그럼 기밀, 단열, 환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직접 실행해본 건축사와 시공사를 만나야 가능해질 텐데 건축 계획 초기에 만난 대부분의 건축사와 시공사가 대부분 하는 말은 "요즘 집은 다 잘 지어져서 괜찮다"였다.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그렇다고 말하는지 궁금해져서 "그렇다면 자재의 성능이나 집의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이냐?"라는 질문에는 다들 불가능하거나 그건 주택 정도 집에서는 불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불가능한가? 기준을 낮춰서 남들처럼 일반 주택 이쁘게 지어서 보일러 펑펑 틀면서 지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인터넷과 함께 건축 관련 교육, 책을 찾아보며 공부를 하던 중 "ㅅㄷ제로에너지 하우스"라는 책을 보게 된다. 해당 책의 필자는 강원도에 집을 지으면서 최소한의 난방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집으로 지었다고 했다. 키워드가 난방 없이 한 겨울 20도를 유지하는 집이라고 하니 얼마나 놀라운가. 눈이 번쩍 뜨였다. 내가 원하던 집이었다. 이 사람의 방식대로 하면 원하는 기준을 모두 충족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100% 만족스러운 방법은 없었다. 해당 건축방식으로 짓고 싶어 여러 경로로 정보도 찾아보고, 연락도 하고, 세미나에 참석하고자 했으나 글로는 밝힐 수 없는 이유로 이 방식으로는 짓지 않았다. 대신 이 책으로 알게 된 패시브하우스라는 방식에 대해 좀 더 깊이 파기 시작했다.


패시브하우스는 보온병처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준다..실제로 살아보니 따뜻합니다


패시브하우스는 창문과 환기장치가 있는 보온병과 같은 집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고, 단열, 기밀, 환기는 기본으로 하는 건물이며 에너지 성능도 측정이 가능하다. 연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쾌적한 삶을 가능하게 한다. 딱 내가 찾던 건축 방식이었다. 독일에서 1988년에 시작되었고 관련 패시브하우스협회가 생기면서 독일과 유럽에 확산되었다고 한다. 이 협회에서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인증을 해준다. 그런데 독일은 멀고 먼 유럽이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인가? 하고 찾아보니 한국패시브건축협회가 있었다. 이곳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설계 단계부터 패시브하우스에 관한 컨설팅과 인증을 진행해준다. 


내가 생각하기에 컨설팅이라는 용어를 쓰는 협회나 사람은 사짜의 느낌이 있다. 도움이 되는 전문가는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먼저 만나본 업체들을 고려했을 때 패시브하우스 전문가는 찾기 어렵고 시공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고 협회가 그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약간의 기대감은 있었다. 몇 번의 통화와 협회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듣고, 직접 사무실에 찾아가고 게시판을 통해 많은 문의를 했을 때 전문성에 대한 믿음이 생겨 컨설팅과 인증을 의뢰했다. 준공을 한 지금도 건축 관련 비용을 지출한 항목 중 가장 만족한다.


시골 주택 바닥에 들어간 대량의 단열재(단열재 사장님: "아니 무슨 주택에 단열재를 이렇게나 많이 넣어요?")


그렇게 시골 주택 프로젝트는 패시브하우스로 지어지게 된다. 그리고 비용도 예상보다 많이 올라갔다...



[건축] 난 집을 지어보았다 는 시리즈로 패시브하우스 주택의 시작부터 준공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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