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요가 브랜드 룰루레몬을 아시나요? 저는 요가가 취미라 항상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브랜드인데요. 창립자 칩 윌슨은 요가 트렌드를 누구보다 먼저 캐치하여 유일무이한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을 만들었습니다. 칩 히스는 비슷한 시기에 어떤 사물이 3번 이상 눈에 띄면 트렌드라고 판단하는 ‘3 Rules’를 바탕으로 유행을 캐치합니다. 요가 외에도 스케이트보드, 스노우보드 트렌드를 캐치했다고 해요.
이처럼 철저히 트렌드를 분석하고 캐치해서 소비자의 니즈를 공략하는 브랜드가 있는 한편,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만을 꾹꾹 눌러 담은 브랜드도 존재합니다. 개인의 취향을 파는 브랜드는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오늘은 취향을 파는 브랜드에 대한 제 생각과 함께 자신의 취향을 파는 두 브랜드, 배러댄서프와 아메레온도르를 소개해볼까 해요.
브랜드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 대중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곤 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점을 불편해하던데, 이런 서비스/제품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라는 질문이 선행되는 것이죠. 그런데 대중의 선호가 아닌 개인의 철학과 취향을 전적으로 반영하여 브랜드를 전개하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질문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에게도 알려줘야지" 라는 기준이 선행되는 것이죠.
이 시대 최고의 영화감독이자, 찐 영화 덕후로 알려진 쿠엔틴 타란티노는 만족시킬 관객을 본인으로 상정하고, 자신의 취향을 저격할 영화를 만든다고 말해요. 쿠엔틴 타란티노와 마찬가지로 개인이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제안하는 브랜드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껏 먹은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취향을 파는 브랜드가 통하는 세 가지 이유를 찾아보았어요.
“저희 사장님도 애용합니다!” 브랜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소비자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겠죠. 진정성은 곧 신뢰도와도 직결됩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모두 영리해서 가짜 이야기는 금방 들통이 납니다. 브랜드의 깊숙한 정보까지 알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오늘날 소비자는 진짜배기 문화에 열광합니다. 그렇기에 브랜드가 하는 말에 진심과 신념을 담아야 합니다.
진짜를 좋아하는 소비자에게 개인의 삶과 취향에 관한 이야기는 진심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너가 좋아하는 미니멀한 디자인과 직관적인 기능이 담겨 있는데 써볼래?"보다 "내가 이거 진짜 좋아하는데 한 번 써봐"가 더 진심처럼 다가오는 것이죠. 사람들이 후기와 리뷰를 제품 소개보다 더 신뢰하는 것도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어요.
또 자신이 좋아하지 않고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은 결과물에서 티가 납니다. 소비자 접점이 늘어나고 소비자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디테일이 중요해졌는데요. 정밀도가 낮은 제품이나 기획은 살아남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전개하는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가 캐치하지 못하는 디테일을 발견합니다. 이렇게 소비자는 개인적인 취향과 애정 하는 삶을 꾹꾹 눌러 담은 브랜드에 진정성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의 취향을 판다는 것은 곧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른 사람에게 제안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여러 번 말했던 큐레이션이 뜨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도 적용이 되는데요. 대중을 향한 거시적인 이야기와 방대한 양의 커뮤니케이션은 대중으로 하여금 개인적인 이야기를 찾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브랜드에 개인이 보이면 더 친밀하고 가깝게 느껴지고, 소비자는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개인의 삶은 복잡합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누군가와 완전히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는 이 세상의 유일무이한 이야기죠. 취향을 파는 브랜드는 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결국 개인의 취향을 파는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선호하는 이야기에만 집중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의 눈길을 끌만한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죠. 흥미롭고 신선한 개인적인 이야기는 소비자에게 새롭게 다가간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취향을 파는 브랜드를 접한 고객은 결국 ‘개인’과 브랜드를 연결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다 저 사람은 이 브랜드를 만들게 됐을까"의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취향을 가진 창립자 개인에 주목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곧 브랜드 스토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집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브랜드 스토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일본의 비평가 오바라 가즈히로는 30대 이하의 욕망이 물질에서 정신으로 이동했다고 말합니다. 기업의 비전과 생산자 삶의 방식에 공감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고 말하죠. 소비자들은 ‘아웃풋’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것에 더 매력을 느낀다고 말해요. 앞서 말했듯이 개인의 취향을 파는 브랜드의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브랜드 스토리를 찾아봅니다. 그렇기에 취향을 파는 브랜드는 더 많은 브랜드 팬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취향을 파는 브랜드는 개인의 취향과 함께 '개인' 그 자체의 삶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사람들은 브랜드에서 개인의 삶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이를 통해 진정성, 관심,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배러댄서프는 서핑을 테마로 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서핑 보드, 서핑 슈트뿐 아니라 반팔 티셔츠, 캡, 비니 등 라이프스타일 어패럴도 판매하고 있어요. 저는 배러댄서프라는 브랜드를 ‘디자인창업포럼 Vol. 3 디자인창업, 갈림길과 선택들’이라는 온라인 생중계 강연에서 처음 접했어요. 2021년 7월에 론칭된 브랜드인 배러댄서프의 이야기를 3개월 뒤인 10월에 들었기에, 날것의 이야기를 꽤나 많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아직도 김준용 대표의 말이 새록새록 기억날 정도로 인상 깊었어요.
베러댄서프의 김준용 대표는 과거 현대카드와 라인에서 브랜드 디자인 일을 하던 와중에도 항상 서핑을 즐겼다고 해요. 그리고 이 서핑이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었다고 말하죠. 항상 성과를 내려고 했던 직장에서의 내가 자연 속에서는 굉장히 작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자기 힘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해요. 자연을 통해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고 이후 더 좋은 경험과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김준용 대표는 마침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자신의 취향을 팔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자신의 삶과 취향을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 거죠. 실제로 배러댄서프에는 김준용 대표가 자연을 즐길 때 필요했던 제품들, 자신이 좋아하는 바다와 하늘이 담긴 이미지들, 휴식/자유/여유의 메시지까지, 브랜드에 본인의 취향을 꾹꾹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배러댄서프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비치볼캡의 탄생도 김준용 대표의 취향에서 비롯되었어요. 서핑을 할 때, 물에 젖지 않는 볼캡이 필요했던 김준용 대표는 가볍고 물에 젖어도 빠르게 마르는 원단으로 제작된 볼캡을 팔기 시작했어요. 이후 내부밴드, 메쉬 안감으로 활동성을 최대화하고 자외선 차단 효과 및 방수&통기성 직물 등의 사용한 발전된 원단으로, 해변이나 강가, 수영장 등에서 산뜻하게 입을 수 있는 비치웨어 라인을 확대하여 전개 중입니다.
또 김준용 대표의 취향은 서핑에서 그치지 않았어요.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캠핑 그리고 자연과 함께하기 좋은 커피로 까지 확대되었죠. 배러댄서프는 간편하게 앉을 수 있는 캠핑의자와 향을 피울 때 필요한 인센스 홀더 등 캠핑을 즐길 때 사용하는 제품을 판매합니다. 또 전문 커피 감별사가 직접 엄선하여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브랜드 전개는 배러댄서프가 단순히 비치웨어 브랜드가 아니라 김준용 대표의 취향이 꾹꾹 담긴 브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러한 브랜드 전개가 산만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배러댄서프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면 공감이 갑니다. 배러댄서프는 자유, 그리고 여유와 휴식의 가치를 전합니다. 배러댄서프는 도시의 수많은 잡음과 일정한 시스템, 부산한 스케줄에서 벗어나 자연에 속한 자신을 찾아가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자연이 주는 긍정적인 목소리를 들어보라고 제안하는 것이죠. 김준용 대표의 라이프스타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들을 브랜드를 통해 그대로 제안하는 것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일반 대중에게 얘기했을 때 관심도, 호응도가 더 많이 느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김준용 대표
김준용 대표는 디자인을 잘하는 것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은 다른 것이라고 이야기해요.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 디자인과 제품이 모두 완벽하게 준비되었어도 어떻게 보여줄까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것이죠.
김준용 대표가 선택한 것은 바로 팝업스토어와 전시였습니다. 보마켓에서 진행된 팝업스토어에서는 제품과 디자인을, 폼한남에서 진행된 전시에서는 철학과 가치를 보여주었죠. 팝업스토어에서는 쨍한 파란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어요. 김준용 대표는 브랜드를 알리려면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아이캐칭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해요. 김준용 대표가 선택한 아이캐칭 요소는 쨍한 파란색이었던 거죠. 도시의 한 복판에서 트로피컬 야자수 배경으로 한 파란색 팝업스토어는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 'Far South Paradise’라는 이름의 브랜드 전시에서는 사진과 음악, 서적,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배러댄서프가 추구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브랜드 스토리를 전시에 녹인 것이죠. 전시는 모든 회차의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렇게 소비자에게 알려진 배러댄서프는 천천히 확장하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요. 온라인에서는 론칭된 지 얼마 안 돼서 29cm에 입점하였고, 오프라인에서는 제주, 성수, 양양 등 다양한 지역에서 팝업스토어를 지속적으로 열었습니다. 또 캠핑 브랜드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아웃도어 브랜드 홀라인 등 같은 궤의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하였죠.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소재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와 삶과 일의 균형 잡힌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김준용 대표는 일부러 속도를 조절하며 브랜드를 전개한다고 해요. 더 많은 제품을 낼 수 있음에도, 더 많은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음에도 천천히 자기 이야기를 해 나갑니다. 배러댄서프가 사람들한테 많이 읽히고 천천히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해요. 빠른 호흡으로 살아가고 있는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은 것이죠. 여유와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브랜드인 배러댄서프에게 잘 어울리는 행보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김준용 대표
김준용 대표는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말해요. 더불어 자신의 취향이 담긴 브랜드 가치와 제품이 준비되었더라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하죠. 김준용 대표의 여유와 휴식의 라이프스타일을 팔고 있는 배러댄서프,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됩니다.
아메레온도르는 뉴욕 퀸즈 출신의 테디 산티스가 만든 브랜드입니다. 아메레온도르는 스트리트 문화를 기반으로 하면서 클래식한 무드를 동시에 가졌죠. "요즘 가장 핫한 브랜드가 어디야?"라는 질문의 답에 아메레온도르가 거론될 정도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죠. 뉴발란스, 팀버랜드, 뉴에라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국내에서 더 많이 알려진 브랜드입니다. 아메레온도르와 뉴발란스가 협업하여 만든 '뉴발란스X아메레온도르 550'은 신발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버건디색 갖고 싶네요)
아메레온도르는 90년대에 진심인 브랜드예요. 많은 사람들이 1990년대 뉴욕의 감성을 가장 잘 재현한 브랜드로 평가합니다. 테디 산티스가 유년 시절에 경험했던 90년대의 힙합과 농구 문화는 현재 아메레온도르를 전개하는데 큰 영향을 끼쳐요. 아메레온도르는 제품을 통해 이 90년대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죠. 90년대의 감성은 테디 산티스의 취향 그 자체입니다. 테디 산티스 본인도 자신이 옷을 만드는 능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고 말해요. 대신 브랜드를 통해 90년대를 번역하고 있다고 스스로 말합니다. 테디 산티스는 시간을 들여서 90년대를 공부하고 방대한 양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공부하는 열정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테디 산티스에게 아메레온도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모아둔 아카이빙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웹사이트에는 브랜드가 직접 만든 제품뿐만 아니라 산티스가 직접 셀렉한 제품을 판매하는 'LEON DORE'라는 섹션이 따로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1976년대에 출간된 잡지부터, 90년대의 빈티지 폴로 스포츠 사이클링 져지까지 테디 산티스의 취향을 저격한 다양한 제품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또 기업 소개에는 테디 산티스가 애정 하는 나스의 앨범으로 연동되는 애플 뮤직 링크를 달아두었죠. 인스타그램과 웹사이트의 'SOURCE' 라는 섹션에는 간간이 레이업을 하고 있는 마이클 조던의 사진과 같은 90년대 사진이 올라옵니다. 테디 산티스가 영감을 받은 이미지가 아카이빙 되어 있는 곳이죠. 아메레온도르는 남들을 매료시키는 브랜드가 아니라 테디 산티스 개인의 취향을 파는 브랜드임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렇게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지만, 90년대 패션을 그대로 선보이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을 순 없잖아요? 테디 산티스는 자신의 취향을 한단계 더 차별화하였습니다. 아메레온도르는 스트리트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클래식한 디자인의 의류를 선보입니다. 믹스매치를 통해 신선한 옷들을 선보이는 것이죠. 2022 SS 룩북을 보면 뉴에라의 뉴욕 양키스 모자에 떡볶이 코트와 니트를 같이 입거나 넥타이를 맨 셔츠에 가죽자켓을 걸치는 등 익숙한 제품들을 새롭게 재현합니다.
아메레온도르 옷의 포인트는 새롭고 어색하면서도 과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실 스트리트 패션 하면 많이 난해한 옷들이 많잖아요? 아메레온도르는 사람들이 충분히 일상에서 입을 수 있을 법한 옷들을 전개합니다. 그 이유를 테디 산티스가 가진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정체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테디 산티스는 거리의 평범한 사람들이 입지 못하는 옷은 스트리트 패션이 아니라고 말해요. 테디 산티스는 보통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이 스트리트 패션이라고 말합니다.
테디 산티스의 취향을 파는 브랜드이니만큼 사람들은 테디 산티스가 추구하는 가치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요. 테디 산티스는 브랜드에 관한 기준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콜라보레이션인데요. 역사가 있는 브랜드와 타임리스한 제품을 만드는 형식의 콜라보를 진행합니다. 푸마, 울리치, 수이코크, 팀버랜드, 드레익스, 클락스, 포르쉐, 뉴에라. 콜라보한 브랜드를 나열해보면 다들 한 역사하는 브랜드들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뉴발란스와의 콜라보에서 비주류지만 레트로한 무드의 550 모델을 선택한 것을 보면 테디 산티스가 추구하는 패션을 잘 알 수 있죠.
테디 산티스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는 패션 브랜드 그 이상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팬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입니다. 테디 산티스는 이런 팬들에게 오래 사랑받기 위해서 브랜드에게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브랜드의 존재 이유와 이 브랜드 일을 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정해두어야 한다고 말하죠. 저는 테디 산티스가 자신의 취향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상품을 통해 한 시대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그 시대의 진정성에 뿌리내리고 있고요.
테디 산티스
여러분은 자신의 취향을 명확하게 알고 계신가요? 저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지만, 테디 산티스의 아카이빙을 볼 때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네요. 테디 산티스는 자신의 취향인 90년대를 대변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그대로 전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과 감각을 가미해 전달하죠. 이렇게 어느 브랜드보다 90년대를 가장 잘 재현했지만 어느 브랜드보다도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하였습니다. 최근 LVMH에 인수되어 든든한 조력자를 얻은 아메레온도르가 테디 산티스의 취향을 어떻게 전개해나갈지 기대가 되네요.
오늘은 남이 아닌 자신의 취향을 먼저 생각하고 적극 반영한 브랜드들을 알아보았습니다. 배러댄서프, 아메레온도르 모두 자신의 삶과 취향을 그대로 꺼내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고 멋있다고 느낀 사람들은 브랜드 팬이 되었죠. 브랜드에 그들 자신의 삶이 담겼기에 그들의 제안이 더욱 설득적으로 느껴졌다고도 생각합니다. 브랜드가 곧 개인의 삶 그 자체가 되는 것이죠. 개인의 삶과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은 소비자의 일상에 더욱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브랜드는 개인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시작은 브랜드가 완성은 소비자가 하죠. 잘 생각해보면 애플과 이케아, 파타고니아의 창립자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오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는 창립자의 의지와 삶의 방식이 반드시 보이는 것도 힌트가 될지 모릅니다. 방법의 차이가 있지만 전 창립자의 취향이 담긴 브랜드에 더 정이 갑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좋아하고 확신한 기획만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확고하게 믿고 있습니다. 가끔은 너무 소비자 중심적 사고에 매몰되어, 기획에 확신이 들지 않을 때도 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깊이 파보는 것도 좋은 기획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은 자신의 취향을 잘 아시나요? 자신의 취향을 아는 것부터가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 매거진B 편집부,<JOBS - EDITOR: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2019, REFERENCE by B
- 롱블랙, <프로세스 이코노미 : 아웃풋의 종말, ‘과정’을 파는 시대가 왔다>, 2022, https://www.longblack.co/note/342
- Mayonnaise Magazine, <[인터뷰] 서핑을 너무 사랑한 15년차 대기업 디자이너, 배러댄서프 김준용>,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MctH8Myiw8g
- 브랜드보이, <마이클 조던, 랄프로렌, 슈프림...90년대를 모아서 성공한 브랜드 '아메 레온 도르’ 이야기>,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u4FaCyPNK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