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깊은 취향을 가진 '취향 세대'가 많아졌을까?
2 왜 '취향 세대'는 취향을 공유할까?
3 '취향 세대'와 가장 가까운 브랜드는 무엇일까?
4 좁은 브랜드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녕하세요, 주넌입니다. 여러분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방 안이나 옷장을 가득 메우고 있거나, 자투리 시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들 말이죠. 일상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자신의 취향은 언제 어디서든 계속 눈에 밟히고 머릿속을 맴돌곤 합니다.
저는 축구에 푹 빠져 있습니다. 매주 새벽에 일어나 유니폼을 입고 먼 타지의 축구 경기를 시청합니다. 매주 사람들과 공을 차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죠. 또 제 유튜브 알고리즘은 축구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취향을 삶에 더 깊게 녹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의 깊은 취향들을 SNS에서 쉽게 엿볼 수 있죠. 포토샵, 일러스트를 개발한 소프트웨어 브랜드 ‘어도비’는 나이를 불문하고, 취향을 깊게 가꾸는 이들을 ‘취향 세대’라고 명명했습니다.
오늘은 ‘취향 세대’들이 ‘더 깊은 취향’을 추구하는 이유와 ‘취향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브랜드가 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왜 깊은 취향을 가진 '취향 세대'가 많아졌을까?
'MZ세대', '잘파세대' 등 나름 젊은 세대의 공통점을 찾아 묶으려 했지만, 실상은 다들 ‘저게 난가?’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제는 나이만으로는 사람들의 특징을 구분하기 힘들죠.
여러분은 어떤 사람과 함께 어울리고 있나요? 같은 무언가를 좋아하고, 비슷한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옷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이는 것이죠. 더 나아가, 칵테일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수제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이는 등 더 세분화된 취향을 가진 사람과 일상을 함께 즐기곤 합니다.
실제로 ‘어도비’의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지역 소비자들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보다 자신과 비슷한 취향이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더 가깝다고 느끼는 경우가 3배 더 많았다고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는 공동체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나이나 성별, 직업이 아닌 취향을 향유하는 내가 가장 나답다고 여기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어도비’는 이 세대들을 ‘취향 세대(Generation Know Me)’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취향 세대’는 나이와 상관없이, 변화하는 취향이 ‘나’를 규정한다고 보는 세대를 일컫습니다. 이들은 나이나 직업이 아닌 자신의 취향을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것이죠.
‘취향 세대’, 즉 자신의 취향에 진심인 이들을 찾는 것은 꽤나 쉽습니다. 취향으로 가득 차 있는 인스타 피드나 자신의 취향별로 나뉜 부계정을 쉽게 찾을 수 있죠. 출사를 나가 찍은 사진을 모은 계정, 운동 일지를 기록하는 계정, 방문한 카페를 리뷰하는 계정처럼 말이죠.
사석에서는, ‘너 뭐 좋아해?’라는 질문 없이, 인스타그램 계정만 보고 ‘00에 푹 빠져 있는 사람’으로 불리곤 합니다. SNS를 통해 서로를 인식하는 시대에, 자신이 쌓아온 취향을 담은 계정은 곧 자신의 정체성이 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은 거의 제2의 직업을 가진 수준의 열정과 준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매일 자신의 취향에 시간을 쏟는 사람, 또 취향 지식을 바탕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도 많죠. 더 깊은 취향을 향유하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입니다.
소비 행태, 비즈니스 트렌드에서 '취향 세대'의 존재에 대한 근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디깅 소비’입니다. ‘디깅소비‘란 ‘파다’라는 뜻의 ‘dig’에서 파생한 단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이라면 더 깊이 파고들고 소비를 아끼지 않는 소비 행태를 의미합니다. 꽂힌 분야가 있다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것입니다.
‘디깅 소비’의 정석을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와인덕후, 래퍼 ‘한해’입니다. 그가 밝히기로, 와인에 빠진 이후로 체중이 무려 10kg이나 늘었다고 할 정도로 와인에 진심이죠. 그는 예능을 통해 와인 마니아와 와인 모임을 즐기거나, 와인 오마카세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중급자 수준의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개인 유튜브에서 ‘와인 좀 한해’라는 콘텐츠를 통해 그동안 공부해 온 와인 지식을 뽐내고 있죠.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시간을 아끼지 않고 관련 지식을 공부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알리고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죠.
두 번째는 취향의 커뮤니티화, 비즈니스화입니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또 비즈니스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깊은 취향을 적극적으로 공유하자, 많은 이들이 손을 내민 것이죠
예시로는 축구 관련 소식을 업데이트해주는 인스타그램 채널 ‘축구체크’가 있습니다. ‘축구체크’는 매일의 축구 경기 일정과 결과를 정리하여 업로드하며, 핫한 축구 소식을 모아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현재는 12만 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으며, ‘축구 단톡방’을 운영하거나 여러 명의 팔로워와 함께 자신의 응원팀의 경기를 프리뷰 하는 ‘매치데이체크’라는 콘텐츠를 꾸려가는 등 큰 커뮤니티가 형성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인스타그램 채널은 평범한 마케터가 그냥 하고 싶어서 시작한 채널이라는 것입니다. 취향을 공유하는 ‘취향 세대’가 늘어남에 따라, 함께 취향을 향유하는 창구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죠.
1) 왜 취향을 더 깊이 가꿔나가는 ‘취향 세대’들이 많아졌을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취향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내세우고 싶은 것이죠.
일을 할 때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내가 가장 ‘나’답다고 느끼며, 또 직장이나 대학이 아닌 취향 공동체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어떤 취향을 갖느냐, 또 얼마나 취향을 향유할 수 있는지가 ‘취향 세대’의 행복의 지표가 됩니다. 그렇기에 취향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이죠. 이들에게 후회 없는 선택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기준으로 둔 선택입니다.
이들은 더 열심히 자신의 취향을 개발하고, 또 자신의 관심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어떤 물건을 소비할 때, 빈 시간을 활용할 때 가장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이들의 취향입니다. 더 사소하게는 지하철에 앉아 유튜브 콘텐츠를 볼 때, 친구를 사귈 때 등 자신의 세밀한 라이프스타일에 ‘취향’이 녹아드는 것이죠.
2) 취향을 정체성으로 삼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Z세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자신의 만족을 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비율이 65.5%, 사회나 타인에게 인정받는 방식보다 자기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택하는 비율이 58%로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출처: DBR 2019년 3월 Issue 2)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주인공을 ‘나’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의 만족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죠.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더 오래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취향 세대’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반영한 ‘취향’은 곧 정체성이 됩니다. 삶의 기준이 취향이 되는 것이죠.
이들이 취향을 공부하는 이유 또한 정체성과 관련 있습니다. 정체성이란 자신을 정의하는 일입니다. ‘나’에 대한 모호하거나 애매한 정의는 해롭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취향’을 깊이 공부함으로써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더 깊은 취향을 가질수록, 더 명확한 ‘나다움’을 형성하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오직 ‘나’를 만족시키기 위한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의 나를 가장 나다운 정체성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명확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고자 자신의 취향을 더 깊게 파보는 것이죠.
왜 '취향 세대'는 취향을 공유할까?
앞서 말했듯이 취향은 이들의 정체성이 됩니다. 그리고 요즘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곳은 자신의 SNS죠.
요즘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볼 때, SNS를 많이 참고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의 전화번호를 물어보기보다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물어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SNS에 담긴 타인의 경험과 취향을 엿보면서 사람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LP판이 쌓인 탁자 사진을 보고, 요가를 하는 사진을 보고, 페스티벌을 즐기는 사진을 보고 그 사람의 상을 그려나가는 것이죠.
이들에게 SNS는 자신의 다움과 취향을 가꿔나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많은 브랜드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 SNS를 활용하듯이, 자신의 깊은 취향과 정체성을 알리는 용도로도 SNS가 활용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취향을 공유하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취향으로 정체성을 정의하는 세대들에게, SNS를 통해 묶인 취향 공동체는 가장 소속감을 느끼는 애정 깊은 집단이 됩니다. 그렇기에 ‘취향 세대’들은 취향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에 소속되고 싶어 합니다.
해시태그를 이용해서 개개인의 취향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결된 공동체를 의미하는 ‘태그니티’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취향 기반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많습니다. 공통의 취향을 가진 사람을 찾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도 쉬워진 것이죠.
많은 이들이 해당 트렌드에 주목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러닝 클럽이 지역을 기반으로 인스타그램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으며,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트레바리’는 4600명의 회원을 모집했죠.
'취향 세대'를 위한 브랜드는 무엇일까?
사람이 모이면, 수요가 생기고, 수요가 생기면 시장이 커지죠. 방대한 취향 생태계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가진 브랜드들이 ‘취향 세대’들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역할과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짧은 설명을 곁들여 볼게요.
1) 취향을 찾아주는 브랜드
자신의 취향을 깊게 파기 전에, 우선 자신의 취향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취향을 찾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경험이 필요하죠. 그렇기에 ‘취향 세대’가 다양한 취향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취향관’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살롱 형식의 사교클럽을 지향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때론 건축가와, 또 때론 사진작가와 함께 다양한 테마를 탐구하며, 일상생활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취향을 엿볼 수 있게 하죠. 회원제로 운영되지만, 양질의 프로그램과 자유로운 공간 제공, 네트워킹을 통해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고 있습니다
‘프립’은 누구나 처음 시작하는 취미, 여가 생활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입니다.
서핑을 배우거나, 개인 맞춤형 메이크업을 배우는 등 다양한 취향 활동들을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죠. 또한 소셜 클럽, 술모임 등 모임 형식으로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함께 즐거운 취향 찾기 여정을 제공합니다.
2) 취향을 담아주는 브랜드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이 담긴 제품과 서비스를 원합니다. 자신에게 잘 맞춰진, 자신의 취향이 적극 반영된 상품을 원하죠.
‘취향 세대’들은 더욱 그럴 것입니다. 자신이 매일 들여다보는 핸드폰, 자신이 매일 눕는 침대 등 어디서든 자신의 취향이 반영되길 원하죠. 자신의 취향을 향유할 때 사용하는 물건에는 더욱더 자신의 선호와 의견이 반영되어야만 하죠.
‘케이스티파이’의 창업자 웨슬리는 핸드폰 케이스 또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할 도구로 사용될 것을 예상했습니다.
‘케이스티파이’는 핸드폰 케이스 자신의 개성을 담을 수 있도록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합니다. ‘스타벅스’, ‘챔피온’ 같은 코어 팬이 있는 브랜드부터 ‘루브르 박물관’, ‘바스키아’ 같은 예술을 다루기도 하며, ‘헬로키티’나 ‘포켓몬’ 같은 캐릭터 등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하여 케이스를 만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사진과 텍스트를 삽입할 수 있는 온전한 커스터마이징 케이스 또한 제작이 가능합니다. 자신의 취향을 온전하게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취향 세대’들이 10만 원이나 하는 케이스를 사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브롬톤’은 접이식 미니벨로를 제작하는 큰 팬덤을 지닌 브랜드입니다. ‘브롬톤’은 접어서 보관하기 편하며, 잠깐 휴대하기에도 괜찮은 무게를 가진 도시인을 위한 자전거입니다.
브롬톤은 세 가지 모델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색상, 안장, 기어 단수, 캐리어 블록까지 직접 선택할 수 있으며, 전체 조합을 합치면 수천 개에 달합니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도시인이 자신만을 위한 자전거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3) 취향을 가꿔주는 브랜드
‘취향 세대’들이 취향에 푹 빠지고,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 또한 존재합니다. 이들이 더 쉽게 자신의 취향을 가꿔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함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거나, 취향을 저격할 상품을 큐레이팅하기도 하죠.
‘왓낫’은 수집가를 위한 라이브커머스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피규어, 만화 수집가 같은 아날로그 감성의 수집가를 위한 커머스죠.
주로 포켓몬 카드나, 스포츠 트레이딩 카드를 공유하곤 합니다. 인터페이스가 투박한 ‘이베이’는 진품 구별이 어려우며, 인스타그램으로 직거래하는 방법은 불편합니다. ‘왓낫’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여 더 쉽고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며, 라이브 커머스 형식을 차용하는 등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였죠.
‘카바 라이프’는 아트 커머스 플랫폼으로 예술 작품을 조금 더 쉽게 소개하고 큐레이션 한 브랜드입니다.
신진 작가나 동시대 작가 위주의 작품을 소개하며, 실제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생활용품과 예술작품 경계에 있는 상품들을 큐레이션 합니다. 자신의 심미적 취향을 만족하는 상품을 찾는 것과 동시에 여러 개성 있는 상품을 관람할 수 있죠. 또 다양한 전시와 팝업을 통해, ‘취향 세대’들을 위한 장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취향 세대'와 가장 가까운 브랜드는 무엇일까?
취향을 찾아주는 브랜드, 취향을 담아주는 브랜드, 취향을 가꿔주는 브랜드. 이 세 브랜드 유형보다 더욱 ‘취향 세대’와 가까운 브랜드는 바로 ‘취향을 함께하는 브랜드’입니다.
즉, 브랜드와 함께 취향을 향유하며, 브랜드 자체가 이들의 취향을 대변해 주는 경우를 말하죠. 일명 “00 덕후를 위한 브랜드”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브랜드입니다.
예를 들면, 파타고니아 반바지에 올버즈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을 보면, 친환경에 관심이 있다는 사람으로, ‘반스’ 신발과 함께 ‘다임’의 후드티를 걸치고 있으면, 스케이트보드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말이죠.
취향과 페어링 되는 브랜드는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좋은 표현 수단입니다. 이들의 취향을 더욱 짙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앞에서 말했듯이, ‘취향 세대’의 소비의 기준은 이들의 ‘취향’이기에 자신들이 향유하는 문화와 가까운 브랜드를 소비합니다.
‘취향 세대’에게 취향은 곧 정체성이기에, 자신의 취향을 대변해 주는 브랜드는 곧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해 주는 브랜드가 됩니다.
그렇기에 취향을 함께하는 브랜드와 '취향 세대' 사이의 강력한 링크가 형성됩니다. 고객의 취향과 브랜드가 페어링 되어 더 짙은 관계를 맺는 것이죠. 실제로 ‘취향을 함께하는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 경우는 많습니다.
친환경 덕후를 위한 '파타고니아', 오토바이 덕후를 위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 스트릿 덕후를 위한 '스투시', 빈티지 덕후를 위한 '빔즈' 등 특정 취향과 함께 해 온 이들은 고객 곁에 오래 살아남는 좋은 브랜드가 되었죠.
브랜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의 삶 곁에 오래 남아있는 것입니다. ‘취향 세대’가 점점 많아지는 시점에서 이들과 페어링 되는 것은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취향 세대'들과 페어링 되는 브랜드가 되는 법은 간단합니다. 바로 그들만을 위한 좁은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그들의 취향과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는 뾰족한 브랜드가 되어야만 하죠. 그들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해야만 합니다.
그들만을 위한 브랜드, 좁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이들이 향유하는 취향에 진심이라는 점이 드러나야 합니다. 그저 트렌드에 편승하거나, 흉내 내는 브랜드라면 ‘취향 세대’들의 인정을 받을 수 없습니다. ‘취향 세대’에게 아군임을 알려주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해볼게요.
1) '취향 세대'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라
'취향 세대'들이 자신의 취향을 맘껏 향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들만이 즐길 수 있는 그들만을 위한 경험을 제공하거나, 함께 즐길 커뮤니티를 연결시켜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도시인을 위한 자전거 ‘브롬톤’은 도시 라이더를 위해 2008년부터 브롬톤 세계 선수권 대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하의는 파자마 그리고 상의는 정장에 넥타이 차림을 한 채 브롬톤으로 자전거 시합을 펼치는 것입니다. 일상 속에서, 평상시 출퇴근할 때 주로 이동하는 이들에게 해당 컨셉의 레이스는 이들만이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된 것이죠.
비교적 최근에 탄생한 브랜드인 사이클링 기록용 앱 ‘스트라바’는 자전거 라이딩을 함께 즐길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운동 코스의 일부를 나누는 세그먼트 기능을 통해 다른 이용자들의 기록과 자신의 기록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였죠.
자신의 친구들, 또는 같은 나이나 같은 성별의 이용자들로 나눠 기록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해당 앱을 통해, 라이딩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연결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 것이죠. 스트라바는 현재 세계 9500만 명의 운동 커뮤니티로 발전하였습니다.
2) '취향 세대'들의 인정을 받는 찐반인들에게 검증받아라
브랜드보다 사람이 하는 말이 더 진정성 있는 시대입니다. 유명 식품 브랜드의 추천보다 맛잘알 동네 친구의 추천을 더 믿는 것이죠.
몇몇 ‘취향 세대’들은 준전문가 수준이며, 이들은 ‘취향 세대’들의 인정을 받고 있죠. 요가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요가 유튜브 ‘요가소년’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취요남’이 여타 브랜드보다 더욱 인정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취향 세대'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취향에 진심인 ‘찐반인’ 인플루언서들에게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스박스 브랜드 ‘예티’는 낚시 전문가에게, 스트릿 패션 브랜드 ‘스투시’는 스트릿 문화의 최전선에 있는 디자이너에게 먼저 상품을 건넨 것처럼 말이죠. 찐반인에게 상품을 건넨 '스투시'와 '예티'는 결국 입소문에 의해 해당 취향을 향유하는 이들의 워너비 브랜드가 되었죠.
특히 스포츠 브랜드가 해당 전략을 자주 사용하곤 합니다. 요가 브랜드 ‘룰루레몬’의 경우,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기 전에 지역에 있는 요가 강사나 헬스 트레이너를 섭외하여 룰루레몬 앰버서더로 임명합니다.
이후 해당 앰버서더에 의해 ,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의 눈에 룰루레몬이라는 브랜드가 노출되죠. 취향 공동체 내에서 막강한 이들의 영향력은 요가 시장에서 룰루레몬이 살아남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나이키'는 서울에서 진행된 하프마라톤 홍보를 위해 ‘WAUSAN30’, ‘88SEOUL’, ‘SRC SEOUL’ 등 유명 러닝 클럽과 함께 콜라보를 진행한 것 또한 같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러닝 시장이 커짐에 따라, 다른 브랜드는 멋진 모델을 기용하거나, 행사를 기획하였지만, '나이키'는 찐반인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자신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였습니다.
3) 문화를 증진하려는 노력을 보여라
한국 힙합 계에서, 버벌진트라는 인물이 크나큰 리스펙을 받는 이유가 바로 한국어 라임의 혁신을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없던 발전된 라임 체계를 개발하여, 한국 힙합 문화를 더욱 멋있게 만든 장본인인 것이죠.
이처럼 ‘취향 세대’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선, 브랜드가 이들이 놀고 있는 놀이터의 크기를 더욱 크고 멋지게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함께 향유하고 있는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죠.
‘오버더피치’는 “축구장 너머의 문화까지”라는 모토 아래 축구와 관련된 문화를 펼쳐내는 브랜드입니다.
이들은 얼마 전 열린 A매치에서 축구를 문화로써 즐길 수 있도록 협업 제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는 물론, 국내 최정상 DJ와 래퍼의 공연을 주최하였으며, 기네스와 함께 맥주를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축구 문화 증진을 위해 다양한 브랜드와 행사를 기획하는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것이죠.
또 매거진을 통해 축구를 일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고 소식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활동들을 이어 나가며, 축구 팬들에게 크나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자신이 즐기는 ‘축구’라는 문화를 더욱 힙하고, 멋있게 만들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취향세대들과 페어링 되는 브랜드 되는 법은 결국 진정성을 인정받아, 그들만을 위한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브랜드(나이키 제외)들의 공통점은 이상하리만큼 좁은 타깃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타깃을 쉽게 정의할 수 있죠. 결국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방법 중 하나는 오히려 ‘좁은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좁은 브랜드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드가 오래 사랑받기 위해선 고객의 삶 속에 깊이 스며든 브랜드여야만 하죠. 이를 땅을 파는 것에 비유하자면, 얕고 넓게 아닌 깊고 좁게 파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투시'의 CEO는 너무 큰 매출 성장을 사고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모두를 위한 브랜드를 경계하는 것이죠. 저는 이 말에 공감합니다.
역설적이게도 현시대는 좁아질수록 깊어지며, 깊어질수록 넓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높은 충성도가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오는 구조를 가진 시장인 것이죠. 깊고 좁은 팬, 커뮤니티가 형성될수록 브랜드는 더욱 알려집니다.
멋있는 ‘취향 세대’들이 사용하는 브랜드 누군가의 열망이 되고, 진짜들의 진심이 담긴 리뷰는 누군가의 기준이 됩니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말이 굉장히 중요해진 것이죠.
그렇기에 우선 좁고 깊게 ‘취향 세대’들에게 다가간다면, 기회가 될 때 결국 퍼지게 되는 것입니다. 깊고 좁게 모래를 파다 보면, 양 옆에 있던 모래가 우수수하고 무너지는 것처럼 말이죠.
점차 커지고 있는 요가 시장에서 나이키보다 좁은 굴을 팠던 룰루레몬이, 점차 커지고 있는 친환경 뷰티 시장에선 좁은 굴을 팠던 대기업 브랜드가 아닌 ‘아로마티카’가 이기곤 하죠.
'취향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브랜드는 오랫동안 고객과 함께 살아남습니다. 더 나아가 해당 문화가 트렌드가 되면, 잭팟이 터지는 것이죠.
그러나 언제까지, 잭팟이 터지기만을 기다릴 순 없을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마이너 한 현실을 마냥 무시할 순 없습니다. '취향 세대'들의 마음에 깊이 자리 잡았다면, 해당 취향과 브랜드를 다수의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여전히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 취향 어때?’라고 말하는 역할이 필요한 것입니다. 직접 잭팟을 터뜨리는 것이죠.
‘원소주’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증류주에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박재범’을 필두로, 힙한 패키지와 함께 제안하였습니다. 그리고 팝업스토어를 열고,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하는 등 취향을 찾는 이들에게 ‘증류주 어때?’라고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있죠.
단 선을 지켜야 합니다. 좁은 브랜드의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브랜드를 알리기보다 문화를 키운다는 시선에서 접근하는 게 좋겠죠.
우리는 공부를 잘 알려줬던 친구보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함께 좋아하는 축구를 했던 친구와 더 깊어집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향유할 때, 더욱 깊어집니다. 마침, 다른 무엇보다 취향에 진심인 ‘취향 세대’가 늘고 있는 상황이죠.
점점 늘어나고 있는 ‘취향 세대’에게 더욱 깊고 좁게 다가가는 방법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방법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배달의 민족의 마케터 장인성 님은 “브랜드는 사업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누구에게 브랜드를 보여줄지 고민해야 하죠.”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누구에게?’라는 질문에 우리 브랜드와 가장 가까운 접점에 있는 취향을 가진 좁은 고객이라고 답을 내리고 싶습니다. 이들만을 위한 좁은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전략적으로도 검증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깊어짐과 동시에 넓어지기도 하는 것이죠. 누군가의 깊은 취향과 함께할 브랜드. 이 시대에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가 될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1 왜 깊은 취향을 가진 '취향 세대'가 많아졌을까?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 사람이 늘면서, 자신의 취향을 향유할 때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취향을 정체성으로 삼는 사람이 많아졌죠.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취향 세대’들은 자신의 취향을 공부합니다.
2 왜 '취향 세대'는 취향을 공유할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창구가 SNS가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타인을 인식할 때, 인스타그램 피드와 카카오톡 프로필을 참고하죠. 그렇기에 자신의 정체성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취향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3 '취향 세대'와 가장 가까운 브랜드는 무엇일까?
취향을 찾아주는 브랜드, 취향을 담아주는 브랜드, 취향을 가꿔주는 브랜드보다 ‘취향을 함께하는 브랜드’가 '취향 세대'와 더욱 가깝습니다. 브랜드와 함께 취향을 향유하며, 브랜드 자체가 이들의 취향을 대변해 주는 것이죠.
'취향 세대'들과 페어링 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그들만을 위한 좁은 브랜드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아군임을 검증받아야 하죠.
4 좁은 브랜드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높은 충성도가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오는 구조를 가진 입소문의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깊고 좁은 팬, 커뮤니티가 형성될수록 브랜드는 더욱 알려집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좁고 깊어질수록, 넓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한마디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지 마라’ 고 이야기하죠. 그러나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 즉 제 일상의 행복을 책임지는 것들을 일로 삼고 싶습니다. 직업적으로도 제 취향을 반영하고 싶은 것이죠. 옳은 결정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