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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사진관의 비밀

by Shu

허름한 골목.

밤이 오면 어둠뿐만이 길을 가득 채우고, 거리에는 고요함이 진동처럼 귀 아프게 울리는 곳.

20년 전, 이곳은 매일이 잔칫날이라 할 만큼 시끌벅적했다.

골목을 잇는 그 길을 따라 정겹게 늘어진 주택들.

아기 우는 소리가 밤낮 안 가리고 요동칠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밤이 되면 집집마다 창문에서 환한 빛 밝게 비추고, 달그락 거리는 도자기 마찰 소리나 들으며 저녁 식사를 즐겁게 마무리했었다.

온 가족이 좌식 테이블 앞에 둘러앉아 나누는 담소도, 밥그릇에 꾹꾹 눌러 담아 볼록하게 올라온 그 보슬보슬한 쌀밥도 과거 이 거리 사람들에게는 행복이고 삶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 거리는 완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 버렸다.

신발창 끈적이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거리에 하나 있는 사진관.

이 사진관의 주인은 바로 20대의 창창한 청년 서심연이었다.


푸릇푸릇한 흑발 머리, 보들보들한 두 뺨, 훤칠하게 큰 키는 마치 그가 앞으로도 쭉 출세할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듯했다.

그런 그가 왜 이런 텅텅 빈 달동네 골목에 사진관을 차린 것일까.

사실 이 사진관에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이 사진관의 2층에는 검은 암막 커튼으로 창문 틈새까지 꼼꼼히 막혀있는 평범한 사무실이 보이는데, 이것은 사실 그냥 평범한 사무실이 아니었다.

이 사무실은 살인요청을 들어주는 살인청부 사무실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무실의 주인이자 대표는 다름 아닌 사진관의 주인 심연이었다.

심연의 살인청부 사무실은 다른 것들과 조금 달랐다.

거액을 조건으로 청부 살인을 받는 다른 살인 청부업자와 다르게 심연은 의뢰자가 낼 수 있는 만큼의 돈만 받고서 특별하게 범죄를 저지른 사람만 죽였다.

심연이 아무리 범죄자들만 잡아 죽인다고 하더라도 살인은 큰 죄가 되기에 경찰에게 이 일을 들키는 것은 그 무엇보다 곤란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심연은 자신이 직접 만든 서버에서 특정 코드를 입력해야만 사무실의 지도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미로를 설계해 두었다.

그리고 그 코드를 얻는 방법은...

쾅!

심연은 순간 놀라 의자에서 벌떡 몸을 세웠다.

책상 앞에는 한 여자가 있었다.

둥근 단발에 긴 속눈썹, 새빨간 입술을 한 촌스러운 스타일의 여자.

그녀는 심연의 친구 루진이었다.

"언제까지 앉아만 있을 거야?"

심연은 루진의 말에 온몸의 기가 빨려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너 일단 진정하지 그래?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네가 큰 잘못을 안 했다고? 웃기고 있네 아주. 저번에 네가 차로 사진관 문을 들이받은 덕분에 수리비만 왕창 깨졌다. 이래도 네가 아무 잘못한 것이 없어?"

심연은 루진의 말에 할 말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루진은 그런 심연에게 따끔한 눈초리로 돈을 벌어오라고 소리치더니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심연은 한숨을 쉬었다.


'원래는 한 달에 한 번만 의뢰를 받지만... 루진이 저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네.'

매일 청부 살인을 받는 것은 위험도가 높아 한 달에 한 번만 받던 심연은 돈이 급해지자 어서 서둘러 서버를 열었다.

한적했던 텅 빈 서버에 한 명이 자리 잡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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