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뻥 치는 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시도때도 없이 뻥을 친다.
남편과 교제하기 시작한 스물두살 언저리의 일이다. 어느날 남편과 닥터마틴 매장에 들렀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휴대폰 문자가 왔다. “고객님, 매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에도 방문해주시면 어쩌구저쩌구. 닥터마틴 XX점” 이런 문자였는데,, 문제는 내가 닥터마틴 매장에 전화번호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깜짝 놀랐다.
나는 변화하는 세계의 중심에 섰다는 생각에, 흥분이 되었다. 화장실을 나오기가 무섭게 남자친구(지금의 남편)에게 “내가 핸드폰을 가지고 매장에 가면 매장에 내 번호가 자동으로 전달되는것 같다. 이렇게 문자가 왔다. 이런 게 말로만 듣던 유비쿼터스일까;;”라는 내용으로 대략 말했던 것 같다(아빠가 당시에 어디서 듣고 오셔서는 앞으로는 유비쿼터스의 세상이 펼쳐질건데, 매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나의 이전 구매내역이 다 뜨는 세상에 살 거라고 얘기하셔서, 그때 ‘아, 이런 게 아빠가 말했던 유비쿼터스의 일종인가’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살짝 당황스런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순한 강아지같은 표정으로 ‘니가 유비쿼터스 얘기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사실 그 문자는 내가 보냈어.’라고 고백했다. 비록 새로운 세계를 맛본줄 알았던 흥분감은 없어져버렸지만, 내가 화장실에 간 순간조차 나를 생각(?)하는 정성에 감동했다. 그렇게 해서 나의 마음은 남편에게 좀 더 기울었다.
이후로도 남편의 뻥은 계속 되었지만 너무 사소하고 작아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뻥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 대한 뻥인데, 남편이 내게 드라마 결말을 실제와 다르게 가르쳐주었다. 드라마 줄거리 자체가 기억나지 않아 결말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드라마가 아주 이상하고 기묘하게 끝이 났군’이라고 생각한 느낌만은 남아 있다. 남편의 이 뻥을 기억하는 이유는, 이 뻥으로부터 몇 달 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비로소 내가 제빵왕 김탁구의 진짜 결말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순간에도 설마 남편이 내가 보지도 않는 드라마(초반에 잠깐 보다가 보지 않음)에 대해 뻥을 쳤을거라고는 생각 못하고, 순진하게 남편에게 드라마 결말을 잘못 알고 있다고 말해주려 했다. 그런데 남편이 “아… 그때 내가 뻥이라고 말해주는 걸 잊어버렸네.”라고 유유히 말하는 게 아닌가. 이건뭐, 뻥을 쳤다고 알려주는 것 자체를 까먹는건 정성과 노력이 없는, ‘권태스러운’ 뻥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최근의 뻥 중 기억에 남는 뻥은 매우 어이가 없는 뻥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이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남편이 냉장고에서 먹을 걸 꺼내다 황급히 닫으면서 “방금 냉장고에 모기가 들어갔어.”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모기를 냉장고에서 잡을 수 있을까, 일단 밖으로 빼내야되나,를 생각하며 짧은 순간에도 머리를 굴렸다. 그런데 남편이 씩 웃으며 “뻥이야” 하는 것이다. 너무 어이가 없고 맥이 풀렸지만, 다시 생각하니 창의적인 뻥이란 생각이 들어서, 남편이 좀 멋져보였다. 물론 남편한테는 ‘이번 뻥은 멋지다’라고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