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하는 의외의 대답에 나는 종종 웃음이 나고, 그리고 때때로 반하기도 한다.
'내가 바퀴벌레로 태어나면 어떡할거야?'라고 묻는 것이 요새 유행이라기에, 며칠전 남편에게 그 질문을 해보았다. 그러자 '니가 바퀴벌레인걸 내가 어떻게 알지?'라고 되물었다.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다! 내가 정말로 바퀴벌레가 된다면, 아무도 그 바퀴벌레가 나인걸 알수가 없을 것이다. '니가 바퀴벌레라도 데리고 살아야지', '무조건 책임질게'라는 손쉬운(?) 답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니가 바퀴벌레인걸 내가 어떻게 알지?'라는 반문을 들으니, '아, 이사람은 쉽게 대답을 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진심으로 대답을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이 들어서, 조금 행복해졌다. 지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의식의 흐름일 수도 있다.
오늘은 생리의 들쭉날쭉한 양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가 나이가 들었나봐. 여자가 나이가 들면 생리양이 들쭉날쭉해진다는데 내가 오늘 정말 그런거 있지'라고 하소연을 했더니 이야기를 듣던 남편이 '내가 생리를 안해봐서, 뭐라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데, 아는 게 없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대답을 기대하고 말한 건 아니었는데, 남편의 진심이 느껴져 살짝 기분이 좋아졌달까.
연애 때는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내가 제일 좋지?'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내가(본인이) 제일 좋지. '라고 답을 했다. '(너말고) 내가 제일 좋다고 해주면 안돼?'라고 조르자,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제일 좋아하지. 자기 자신을 좋아해야 남도 좋아할 수 있는거야. 나 다음으로는 니가 좋아'라고 대답을 했다.
남편은 대부분 상황에서 솔직한 답을 하는데, 나는 그런 점이 대체로 좋다. 왜냐하면 남편이 하는 다른 말을 믿어도 된다는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그런 모습에 아직도 반하기도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