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과거
삶이라는 건 하나의 비디오 테이프와도 같다. 지금도 앞으로도 주어진 오늘도 1분 1초 흐르는 모든 순간들이 녹화되고 있다. 죽음이라는 멈춤이 아니라면 일시정지 할 수 없는 지금을 재생하면서 과거라는 트랙도 녹화되어 왔다. 그 재생목록은 또 언제든지 재생이 가능하다.
이사를 많이 한 경험이 없다. 그리고 비슷한 동네에서만 30년을 넘게 지냈다. 그래서 졸업한 모교 근처를 자주 지나갈 수 있었고 어린 시절 학교 근처에서 살았던 친구들의 동네와 아파트도 자주 지나친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 동네에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은 이 동네를 많이 떠났다. 그리고 소식도 모른 채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다 어느 날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한 친구를 마주쳤다. 서로 긴가민가 할 줄 알았지만 나이만 먹었지 거의 20년 전 얼굴은 서로 그대로라서 바로 알아보고 땡볕 아래서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살인적인 날씨 탓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반가움은 남기고 서로 헤어졌다. 좀 더 친한 사이였더라면 근처 카페에 앉아서 커피라도 한 잔 했을 텐데 적잖이 인사를 나누어서 적당했다. 그렇게 헤어지고 성큼성큼 걸어가다 과거라는 트랙이 무심코 재생이 되었다. 평소 걸음걸이라면 금방 도착했을 거리인데 한참을 서성였다.
과거라는 트랙은 그렇다. 한참을 헤어 나오기 어렵고 너무나도 머물고 싶은 구석이 있다. 때로는 그렇다. 어린 시절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향수처럼 사무친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그 과거에 속박되고 만다.
어렸을 때는 어찌나 성인이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성인이 되면 어른들의 꾸지람과 어린 시절에 하지 못하는 제약과 구속에서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살 줄만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다. 어린 시절 하고 싶은 대로 살 줄만 알았던 성인도 가끔씩 과거의 트랙을 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