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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모 Oct 03. 2024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이로운 것

새벽에 창문을 열고 잤더니 차가운 공기와 바람에 깼다. 모처럼 쉬는 날이라서 어젯밤 알람을 모두 끄고 계획 없이 늦잠 자려고 했는데 평소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보다 일찍 일어났다. 열어두었던 창문을 다시 닫고 얼마 전 꺼낸 도톰한 이불을 덮고 달리 확인할 것도 없지만 습관대로 전화기를 적잖이 보다가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여러 번 생각을 했지만 암막커튼을 사야겠다. 밤마다 비치는 빛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날씨가 흐려도 비치는 햇살이 강렬하게 쬐어서 눈이 떠졌다. 도톰한 이불을 덮고 전화기를 열어서 어제저녁에 작업해 둔 것들이 있어 몸을 일으키지 않고 마무리했다. 반려견을 키운다. 평소 출근을 해서 아침에 산책을 가는 경우가 드물다. 침대 위로 올라와 따뜻한 혀로 얼굴을 핥아준다. 반려견은 어젯밤 잘 잤는지 생기 있고 활발했고 곁을 떠나지 않고 머무는 바람에 찌푸린 머리를 가리기 위해 모자를 눌러쓰고 함께 집 근처 공원에 산책을 갔다. 쌀쌀하면서도 움직이면 약간 덥기도 했다. 반려견은 신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흐른 구름이 자욱하지만 덕분에 아침을 맞이했다.


이른 저녁에 중요한 약속 말고는 여유로웠다. 부모님은 고단하셨는지 잠을 청하고 있었다. 대학생 때 자주 매던 가방에 아이패드와 키보드 그리고 소설책을 미리 챙기고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다. 셔츠를 입기 좋은 날씨였다. 셔츠에 카키색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카페를 향했다. 좋아하고 자주 가는 스타벅스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은 집에서 가까운 곳인데 평소보다 조용하고 사람이 없어서 들어갈까 주저했다. 주저하다가 조금 더 걷고 싶어서 집에서 거리가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거리가 먼 스타벅스는 집에서 가까운 곳보다 넓고 창밖을 보면서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점이 있다.


오늘 같이 모처럼 쉬는 날 시끄럽지 않고 적잖이 직원들의 반가운 인사와 카페 손님들의 이런저런 소리에 어우러진 사람냄새가 나서 좋았다. 이 날 챙겨 온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 작가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소설이다. 폴과 로제 그리고 시몽 그리고 메지까지 얽힌 남자와 여자 그리고 사랑에 관한 내용에 빠져 들었다. 평소 볼펜을 자주 챙기는 편인데 마음에 드는 단어나 구절을 밑줄을 그으면서 봤다. 이건 습관이다.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정오가 될 때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바질이 들어간 베이글 하나를 주문했는데 한 입 베어 먹고 나서 시원한 느낌을 더 주는 토마토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시킬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나설 때 우산을 챙겨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채도록 비바람이 몰아친다. 책을 읽다 말고 우산 없는 처지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신경이 쏠렸다. 이른 저녁에 중요한 약속이 있기 때문이었다. 베이글을 한 입 물고 커피를 들이켜면서 기다려보자는 마음으로 책은 잠깐 내려놓고 창밖을 그저 바라보았다.


문득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온전하게 혼자 있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장소와 공간에서 원하는 것을 하고 하고 싶었던 것이나 바쁘다는 이유로 미뤘던 일들을 하고 있는 그 자체가 너무 좋았다. 반드시 누구와 있지 않고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도 자유롭고 마음에 있는 것들을 펼칠 수 있는 것은 혼자 있을 때 주어지는 평안일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성과 점점 좋아하게 되는 시간을 보냈고 과정이 있었기에 이렇게 정리하며 말할 수 있는 생각과 마음이라 본다. 혼자 있는 법을 견뎌보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성향 그 자체로 독립적이기 때문에 혼자의 필요성과 그 시간으로부터 주어지는 평안과 자유를 조금은 빨리 느끼게 된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그 방법을 알아야 자신을 더 알아가고 사랑하게 되는 변화 속에서 타인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까지 헤아리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을 먼저 알고 사랑해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혼자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정말 좋고 이롭다.


글을 쓰다 보니 비가 그쳤다. 집에 가서 양치하고 옷매무새와 머리를 정리하고 약속 시간에 맞춰서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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