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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May 07. 2020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유도, 태권도 모두 거절당했으나 우리를 반겨주는 곳도 있었다!


그 날은 아이가 친구에게 한 대 맞고 돌아온 날이었다.


하원하고 돌아온 아이가 간식을 먹으며 같은 반 친구에게서 한 대 맞았다고 했다. 아직 만 4세가 되지 않은 아이가  친구가 주먹으로 자신의 얼굴을 치는 표현을 했을 때, 초보 엄마인 나는 그대로 무너졌다.


전화로 들어본 담임의 설명으로는 우리 아이가 친구가 쌓아놓은 장난감을 쓰러뜨렸다 했다. 그러자 요즘 부쩍이나 등치가 커진 그 친구는 주먹으로 아이의 얼굴을 한 대 쳤다고 다. 물론 엉엉 울고 난리가 났음은 현장에 있지 않았어도 에 그려졌다. 하지만 내 아이가 분명 원인제공을 했음을 알게 된 이상 뭐라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맞은 아이 부모는 그렇게 선생님께 잘 부탁드린다 말하고 전화를 끊었더랬다.

 

일단 아이를 안고 마음을 달래줬다. 친구의 장난감을 쓰러뜨리면 친구도 화가 났을 거라고, 다음부터는 친구가  정리를 할 때까지 기다려 주고 말다. 그이제 이 녀석에게 운동을 가르쳐야 할 시기가 왔나 보다 생각했다.


문득 언제고 운동을 시킬 거면 유도를 가르치라는 친정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렸다. 우연히 저장해 놓았던 유도학원에 전화를 걸어 아이가 한 대 맞고 왔다고, 유도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하자 학원장은 껄껄 웃으며 되묻는다.  


"어머님, 그러다가 운동 배워서 친구를 때리고 다니면 어쩌시려고요?"


이에 나는 운동하는 남자의 호연지기를 배우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렇게 다음날 아이 손을 잡고 유도학원을 방문하게 된다. 그러나 유도 학원장은 우리 모자를 보자마자 "어머님, 너무 애기 아닙니까?"라고 묻는다. 사실 그곳은 네 돌을 앞둔 아이에게 적합한 곳은 아니었다.


경찰대학 진학을 꿈꾸는 고등학생 형님들이 겨루기를 배우는 곳에서 아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유도 매트 위를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녔다. 뭘 배우기보다 이렇게라도 운동을 했으면 한다는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유도 학원장은 아이가 좀 더 크면 다시 들러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다.

 

결국 아이의 첫 유도장 체험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잠든 아이는 저녁을 먹지도 씻지도 않고 열다섯 시간을 내리 잤다. 다음날 푹 자고 일어난 아이는 한 뼘이나 더 자란 듯 보였다. 땀을 흘리고 뛰어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계기였다. 어떤 방식으로든 저 에너지를 발산하며 뛰어놀 운동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에 며칠 후 태권도장을 찾게 된다.


마찬가지로 초등학생 큰 형님들이 태권도를 배우는 곳에서 아이는 규칙이나 규율은 모조리 무시하고 무작정 뛰어노는 통에 태권도원장도 수업이 끝나자 아이가 좀 더 크면 와야 할 것 같다고 권고하였다.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엄마는 네가 다 컸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운동하기에는 너무 어린가 봐"


라고 말하자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도 거절당하는 분위기를 느꼈던 것이다.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리기보다 자라는 동안 우리 함께 운동하며 시간을 보낼 수는 없을까... 고민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나는 육체적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운동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 운동을 다닌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이는 아직 어렸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았다. 찰나에 선배 한 분이 떠올랐다. 그분은 검도, , 등산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분이셨다. 리고 클라이밍에 대해서도 말씀하신 적이 있다.    


클라이밍...


일 년 전이었다. 어디 뺄 지방이 있겠냐며 투덜거렸던 친구 소개로 알게 된 지인 성형외과 의사였다. 그럼에도 본인이 숨겨진 지방 찾기 전문이라고 했다. 홀쭉해진 내 양볼에 지방을 넣어주기로 한 그 넉살좋은 의사는 본의 아니게 지방을 찾아 내 허벅지와 엉덩이를 두루두루 만져야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말했다.


"아니 뿌쌍, 예전에 운동 좀 했어? 이래 보니까 김자인 선수와 굉장히 비슷한 몸이야. 클라이밍 하면 아주 잘하겠는데"


칭찬이라 생각되어 내심 기분이 좋았다. '다음엔  가슴에도 지방 좀 넣고 가'라고 장난을 치던 그 성형외과의 지인을 향해 쿨하게 손을 흔들고 나오며 언제고 기회가 되면 클라이밍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그 시작이 이렇게 될 거라는 예상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나의 연락고맙게도 선배는 날짜와 시간을 맞춰 주었다. 그날 밤 아이에게 아이패드로 클라이밍 동영상을 보여주며 우리가 함께 이 운동을 하러 갈 것이라고 설명해 줬다. 흥미진진해하는 아이의 모습에 흐뭇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가 벌써 며칠째다.


처음 방문했던 날 아이는 클라이밍내 폭신폭신한 매트 위를 "엄마 여기 너무 좋다!!!"라고 외치며 뛰어다녔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모두 벽에 매달려 있는 덕분에 (벽에 매달리는 게 운동이다 보니) 거대한 매트에서 뛰는 아이가 크게 방해되지 않았다. 그와 같은 매력적인 현장 분위기에 나도 고무되었다.


게다가 함께 운동하던 선배님들은 한 바퀴 돌고 와 쉬는 동안에 돌아가며 아이의 신나는 놀이친구가 되어 주셨다. 아이 유도나 태권도장에서보다 몇 만 배는 흥미진진하게 땀을 흘리며 뛰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기본 운동 암벽화를 신고 홀더를 잡는 방법을 배고, 한 발씩 디뎌가며 한 바퀴 돌아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그것은 적성에 딱 맞는 운동을 찾은 쾌감이었다.


내가 꼭 김자인 선수와 같은 신체조건이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도 충분히 좋았다. 벽에 매달리는 그 순간은 잡념을 잊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오로지 발 디딜 곳과 손으로 잡을 곳만을 생각하노라니 집중력을 요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무리해서 뛰지 않고도 전신운동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스트레칭이 되는 운동이라서 더 좋았다.


처음 치고는 잘했다며 칭찬을 해 주시는 선배님들께 동호인들 대회 있냐고 여쭈었다. 그러자 일 년에 세 번 정도 지역대회에 참가한다 소개를 해 주신다. 이에 나는 대회 참여를 목표로 하고 싶다고 무모한 포부부터 밝혀두었더랬다. 정말이지 이러다 뒷모습만 비슷한 아줌마 뿌쌍 김자인으로 소개될지도 모를 일이다.




드디어 내 사이즈에 맞는 암벽화가 도착했다. 일주일에  번 한 시간씩 운동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끙끙거리며 벽에 매달린 를 보며 "엄마 힘내!"라고 소리치던 아이는 그의 변신로봇들 한 보따리 들고 따라다니며 엄마와 함께 그의 생에 첫 클라이밍을 시작할 것이다.        


유도학원과 태권도 학원에서 거절당한 덕분에 드디어 아이와 함께 즐기는 운동을 찾게 된 기쁨은 말해서 무엇하리!


그리고 클라이밍의 세계로 안내하여 주신 선배 K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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