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 엘사에게도 아렌델에게도 해피엔딩

안나는 군주가 되고 엘사는 스스로를 찾았다

by 킴나

※스포 많습니다. 영화를 보고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겨울왕국 2>를 예매하자마자,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혹은 <겨울왕국 2>의 무서운 흥행을 이때다! 하고 놓치지 않는 방송사의 전략 덕에) 케이블에서는 <겨울왕국> 1편을 주말에도 몇 번이나 상영했다. 넷플릭스에 있을 때에는 딱히 클릭해서 보지도 않게 되던 것이 TV로 볼 때는 얼마나 몰입도 있고 재미있는지 모른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겨울왕국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음, 안나 역시 귀여워. 한스 저때는 나쁜 놈인지 몰랐지. 아, 유튜브에서 봤던 이스터 에그다! 몇 번의 감탄이 지나자 희대의 히트곡 레릿꼬가 시작되었다.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왕국을 얼려버리기 시작한 엘사가 산으로 도망친 뒤 나오는 노래다. 이 배경 설정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렛잇고는 정말 무책임한 노래라는 걸.


엘사는 겨울왕국 1에서 바로 이 순간, 가장 활기차고 희망차다. 본인을 되찾은 순간에.

렛 잇 고. Let it go. 직역하면, 가게 내버려 두라는 말이다. 의역하자면 '다 잊어버려!' 같은 것. '과거에는 얽매이지 말고 나는 나대로 잘 살자!' 개썅마이웨이로 살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처음 볼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엘사는... 정말 무책임한 사람이었다. 여왕으로 대관식까지 마쳤지만 '나는 더 이상 참지 않아! 다 잊어! 추위 따윈 원래 날 두렵게 하지 못했으니ㅋ'라는 태도로 산에 성을 짓고 그 안에 혼자 산다니..? 그런 군주를 가진 백성은 무슨 죄란 말인가. 무책임했던 여왕이 다시 무책임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속에서 백성도 군주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런 엘사의 마음을 돌리러 간 건 안나였다. 왕국을 구할 수 있는 건 엘사뿐이라며 안나가 엘사를 구하러 갔었고, 결국 엘사에게 '사랑의 힘'을 깨닫게 한 것도 안나였다. 메인 테마 송은 엘사의 ‘Let it go’였고 <겨울왕국>이라는 제목도 엘사를 위한 제목 같지만, 그 왕국을 지탱해온 것은 안나였다. 그리고 이것이 더욱 명시적으로 드러난 게 <겨울왕국 2>였다.


겨울왕국2는 엘사의 뿌리 찾기, 그리고 안나의 군주로서의 성장담이다


엘사에게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다.


엘사는 자기 자신을 싫어하며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었기 때문일 것이다. 왜 나는 하필 마법을 가지고 태어난 건지. 왜 나는 이걸 숨기고만 살아야 하는지. 그래서 모두와도 친해질 수 없는 건지. 왜 항상 삶은 아슬아슬해야 하는 것인지. 그렇게 억압 속에 살았던 소녀는 어른이 되어서도 결국 '나'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엘사의 노래들은 전부 엘사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내용이다. 원래 추위 따위는 두렵지 않았으니 자기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Let it go', 진정한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Show yourself', 자신도 모르는 하지만 마력처럼 이끌리는 세계로 가고 싶다는 'Into the Unknown'까지. 여기 어디에도, 아렌델의 수많은 백성 여러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렌델에 대한 걱정은 없다. (물론 한 곡 정도는 안온한 일상을 지키고 싶다는 곡이지만 그건 감정 상으로도 스토리 진행 상으로도 과도기일 뿐이다.)


하지만 안나의 이야기는 다르다.



안나에게 중요한 그녀 자신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그녀 주위의 사람들과 세상이다. 안나는 결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에는 종종 엘사 혹은 크리스토프 앞에서 '나는 그런 걸 할 수 없어요!'라며 겁내 했지만, 결국 해냈다. 안나는 사람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성문을 여는 것을 소원 1순위로 뽑을 만큼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했고, 어떻게든 엘사를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이며, 아렌델을 위해 최선을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필요할 때에는 타협 없이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건 군주(sovereign) 성정이다. <겨울왕국 2>에서 안나가 부르는 여러 넘버 중에서도 가장 감정적으로 폭이 극대화되는 것은 'The Next Right Thing'이다. 레미제라블을 보는 것처럼 처참함과 절박함, 하지만 강인한 의지가 느껴지는 곡이다. 안나는 모든 희망이 없어진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옳은 일을 하고자 한다. 길을 이끌어주는 이 없이 희미한 빛을 향해서 혼자 걸어가야 하는 이로, 안나는 공주에서 여왕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결말을 통해 우리는 어딘가 불편해 보이고 갑갑해 보였던 성 안 엘사를 보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를 평가절하하는 안나를 보지 않아도 된다. 특히나 두 자매가 서로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최선을 발휘하며 살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온해지는 것만 같다.




영화가 내 기준에서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여전히 갈등 해결의 키는 혈연과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묶여있고(갑작스러운 갈등의 해결이 '우리 엄마가 이 부족 사람이었어요..!') 공주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거의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두 여성이 자아를 찾아가며 완성하는 성장 서사라니. (그리고 그걸 막는 나쁜 여자 캐릭터나 더 잘난 체하는 남자 캐릭터도 없다니!)


그러니 두 캐릭터가 스스로를 찾고 성장시키는 이 스토리의 결말은 최선이라고 말하기도 부족한, 최고의 엔딩이다. 엘사는 스스로를 억압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 속에서 제5의 정령으로 살아가며, 안나는 사람들의- 아렌델의 여왕이 된다. 두 자매는 서로의 도움과 서로의 지혜로 아렌델과 자연의 균형을 맞춰가며 아렌델과 이 세상을 꾸려갈 것이다. 자신을 찾은 두 자매의 성장담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므로, 나는 기꺼이 일생의 부분을 바쳐 <겨울왕국 3>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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