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하고 덤덤한 태연을 좋아해
보컬리스트의 노래는 싱어송라이터 대비 납작하게 느껴지곤 했다.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은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껴져서일까. 그래서 보컬리스트에게는 모든 노래를 자기 노래라고 믿게 만들 호소력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태연은 확실히 그 능력이 있고, 나는 그래서 이 앨범들이 그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듣고 있다.
태연의 노래들 중 건조한 노래를 좋아한다. 정말 너를 사랑했는지 묻는 ‘사계’도 그런 투였고 이번 노래도 그렇다. 폭발하는 곡은 폭발하는 곡대로의 매력이 있지만 약간은 까칠하고 멍한 사람이 부르는 노래라고 생각하면 이런 건조한 노래가 무척 잘 어울린다.
이번 노래에서 태연은 헤어진 그 사람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에 대해 묻는다. 꼭 껴안고 매일매일 다정히 불렀을 그 사람을 어떨게 칭하면 좋을지. 김춘수의 꽃까지 끌고오고 싶지는 않지만 관계의 정의는 호칭에서 시작된다는 건 전형적이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사실이다.
태연은 그 관계의 변화 앞에서 무너지거나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건조하게 물어본다. 그 태도가 약간은 무력해보이고 덤덤해보여서 외려 더 쓸쓸해보인다.
그래서 널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