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by 킴나

주위에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두면 행복하다. 그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친구공개로 쓴 글들을 읽을 수 있어서다. 가끔 그들은 내게 시간을 내어 나만을 위한 글을 써주기도 한다. 아니면 말로, 카카오톡으로 해준다. 나는 그런 글들을 아주아주 좋아해서 없어지지 않도록 컴퓨터에 적어놓는다. 때로는 메일함에 와서 아주 편리하다.


그 사람들의 말과 글은 무척 솔직하다. 솔직하고 따뜻하고 때론 허탈하게 웃긴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런데 사실 '어떤 글을 쓰고 싶다'고 얘기하거나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이다'라고 얘기하는 것만큼 독자를 방해하는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적어도 나는 그런 글을 읽으면 어딘가 모냥빠진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을 경계하게 되었다. 어떤 특정한 이유나 계기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나와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을 가려야한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만나고 있다. 사람들은 제 나름의 무게를 견디며 삶을 살고 그건 그 나름대로 즐거워보인다. 어떤 사람은 이해할 수 없고 어떤 사람은 더 알고 싶지만 섣불리 다가가지는 않는다. 나만으로도 버거우니까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내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쉽지 않다.


새로 들어간 그룹에서 네글자 이름을 지으라고 했다. 아마 이 학회는 9년 전 학회고 그 땐 아직까지 동방신기가 유행했을 때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2007년에 방송되었다. 동방신기는 2004년에 데뷔했다. 지금은 2018년인데. 야동순재, 유노윤호 같은 이름은 이제 많이 유행이 지나갔는데. 학회에서 지금만큼 시간이 흐르면 누군가는 4글자로 이름을 짓는 이유조차 추리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나는 내 이름 앞 두 글자가 작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에는 글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고 나는 한없이 작아져서 작가라는 이름 대신 안되-를 붙였다. 안되나연. 스무살 때 친구들과 같이 노래방에 갔는데 누가 휘성의 안되나요를 불렀다. 그때 걔들이 만들어버린 별명이다. 안되나연. 아안되에나연! 나를싸랑함며어어어어언-


'안되는 건 없습니다 예스 아이 캔'


이렇게 써서 내 소개를 보냈다. 보내면서도 스스로 웃겼다. 내가 안된다고 싫다고 말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긍정적인 사람처럼 보내버리다니. 세상에 안되는 건 무척 많다. 그걸 지키며 사는 것은 인생 최우선 목표다. 안되는 건 should not이고 can은 능력 있음의 이야기다. 얼핏 호응하는 것 같지만 비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고 있다. 이건 할 수 있는 일들을 늘려가는 것이다. 배우고 성장하는 건 즐겁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크고 있는 것인지 불안했다. 나의 꿈은 동그란 구슬이 되는 건데 네모난 주사위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그 때 누가 이런 말을 해줬다.


"순간순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여서 더 재미있고, 내 가치를 인정받고 나도 즐겁고 성과도 나는 일을 찾아서 계속해서 하다보면 그 자체로 인간이 운명에게 부여받은 목표를 이뤄낼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주사위가 되는 것이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싱거운 결론에 이를 수도 있지만 포인트는 그게 아니다. 과정과정 속에서 내가 행복하고 뿌듯하고 인정받는다는 것. 인정욕구는 참 허무하지만 인생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가다보면 어떻게든 커져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구가 아니라고 해서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 좀 잠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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