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년대길 김부장 Jul 20. 2022

생각 혹은 추억 1. 따라 한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부러워서 시작한 안경이 다초점이 되고…

국민학교 2학년.

우리 반에 안경을 쓰고 나타난 친구가 있었다.

국민학교 입학 후 신체검사라는 것을 하면서 내 시력이 매우 좋다(1.5였던 것 같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나였지만 안경 쓴 친구가 뭔가 달라 보이고 특별해 보여 따라 하고 싶었다.

문제는 어머니를 어떻게 속이느냐 였다. ㅋㅋ

일단, 며칠 동안

“눈이 잘 안 보이는 것 같아” 하면서

얼굴을 찡그리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눈에 좋다는 토비콤(당시 대유행이었을 것이다.)을 사 오시고 

토끼처럼 눈이 좋으려면 당근을 많이 먹어야 한다며 

이것저것 당근이 들어간 음식들을 해 주시기 시작했다. 생 당근은 물론이고…

내 속 마음은 당근이나 토비콤이 아니라 

멋진 금테 동그란 안경을 내 얼굴에 씌우는 것이었는데 이대로는 안 되는 듯했다.

그래서

“아무래도 안경 써야 될 것 같아요!”

적잖이 어머니가 놀라셨나 보다.

(지금도 우리 가족은 노안으로 안경을 사용하시는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아버지나 형제 모두 공부할 때 잠깐 안경을 썼을 뿐. 나만 눈이 나쁘다.)

당시 제일 유명하다는 공안과를 데리고 가셔서 눈 검사를 제대로 하게 하셨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요즘처럼 첨단 기술의 기계가 있었던 시절이 아니었으니, 보통의 시력 검사를 하고 치기 어린 어린아이의 “안 보인다”는 거짓말을 그대로 믿어주신 의사 선생님은 안경을 한번 써 보자고 내가 듣고 싶은 말씀을 해 주셨다.

안경 도수를 맞추기 위해 이것저것 씌워 주시는데 어질어질했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이 잘못하신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난 공신력을 등에 업고 안경 득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원했던 동그랗고 이쁜 금테 안경(일제 강점기에 유행했을 법한)을 내 얼굴에 장착할 수 있었다.

원래 좋은 눈인데 안경을 쓰니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어지러운 건 둘째치고 뛰어놀 때 너무나 거추장스러웠다. 하물며 공놀이를 할 때 얼굴이나 머리로 공을 막다가 안경에 정통으로 공을 맞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가 그리 좋았는지 그냥 안경이란 걸 쓰게 돼서 좋았다.

문제는 그 이후 차차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안경을 벗으면 진짜 잘 안 보이기 시작했다. 칠판의 선생님 글씨도, 책도, TV도…

아뿔싸, 이렇게 벌을 받나 보다 생각도 잠시 이제 중학교를 들어갈 즈음에는 난시까지 생겨 안경을 벗고 일상생활이 힘들었다.

좋아하는 물놀이에 물안경을 써도 앞이 흐릿하니, 대략 난감이었다.

하물며 신혼여행에서도 안경을 벗으면 조금 떨어져 있는 와이프가 잘 안보이기까지

했으니 할 말이 없다.

30-40대에 안압이 높아 안과 검진을 받으며, 보통 사람보다 망막이 두꺼워 일반적인 검진에서 그런 결과가 나온다는 진단과 함께 노안이 안 올 거니 더 좋은 거 아니냐는

말을 듣고 아주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는 지금 다초점 안경을 쓰고 있다. 노안이란다. ㅎㅎ

안경을 쓰기 시작한 40년 동안 내 눈은 한 번도 좋아진 적은 없다.

그동안 안경에 들인 돈과 시간도 나름 어마어마하다 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만그만하게 유지를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세 번째 다초점 안경을 맞추면서 한쪽 시력이 좀 떨어진 것 같다는 말에 실망감을 감추기 어려웠다.

나이가 들면 더 잘 보이기도 한다는데 이거 원…


아주 어린 나이에 멋을 쫓아 안경을 썼던 나를 만나 얘기해 줄 수 있다면,

“아서라! 나중에 너 노안도 와!!”라고

꼭 말해 주고 싶다.


다른 사람의 멋진 모습을 흉내 내다 내가 망친 시력은 다 내 잘못일 뿐이다.


따라 한다고 다 좋은 결과만 있은 것은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옛글 1. 모든 시작은 우연일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