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배상 소멸시효는 국가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입은 피해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며, 과거사 정리법에 따른 민간인 희생 사건의 경우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한다면 70년이 넘은 사건이라 하더라도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배제하고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다.
특히 2026년 현재 법원은 국가의 반인권적 불법행위에 대해 소멸시효라는 기술적 장벽보다 '실질적 정의'를 우선하여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최신 판결(2024가합90441)을 통해 과거사 배상의 핵심 법리와 실무적 쟁점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과거사 민간인 희생 사건에서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으며, 진실규명결정을 통해 국가의 불법행위가 객관적으로 확인된 시점부터 새로운 권리 행사가 가능해진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국가배상 청구권은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발생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하지만 70년 전의 사건에 이 잣대를 들이대면 피해 구제는 불가능하다.
필자가 이번 판례를 분석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법원이 '진실규명결정'을 권리 행사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24가합90441) 판례의 피고(대한민국)는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의 판단 흐름을 읽어보니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가가 스스로 위법행위를 확인하고 진실규명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뒤늦게 시효 소멸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오래된 사건이라 증거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으나, 판결의 세부 근거를 확인하고 놀랐던 점은 법원이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보고서를 매우 강력한 증거로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보고서가 있는 한, 유족들은 소멸시효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통로를 확보하게 된다.
과거사 배상액은 희생자 본인과 유족들의 위자료를 각각 산정하며, 희생자가 사망한 당시의 상속 법령(구 관습법 등)에 따라 현재의 유족들에게 지분별로 상속되므로 제적등본을 통한 정확한 가계도 분석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조문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실제 실무에서의 가장 큰 난관은 '돈을 누구에게 얼마나 나누느냐'이다. 희생자가 한국전쟁 전후(1950년대)에 사망했기 때문에, 당시의 상속법인 구 관습법이 적용된다. 이는 현대 민법과는 계산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구 관습법 (1960년 이전): 호주 상속인이 단독으로 상속하거나 장남에게 절대적인 우선권이 부여되는 구조다.
현행 민법 (1991년 이후): 자녀 간 균등 상속과 배우자 5할 가산이 적용된다. 위 사건에서 재판부는 70년 전의 제적등본을 샅샅이 대조하여, 당시 호주였던 자와 그 자녀들의 상속 지분을 0.000... 단위까지 정밀하게 계산했다. 필자가 수많은 판례를 검토하며 확신하게 된 주의점은, 유족 중 일부가 소송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참여한 사람의 '상속 지분'만큼은 반드시 국가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사 사건의 배상액은 보통 희생자 본인 1억 원, 배우자 5,000만 원, 부모·자녀 1,000만 원 내외로 책정된다. 주목할 점은 지연손해금이다. 법원은 변론 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위자료 액수를 정하기 때문에 과거의 이자를 소급해서 붙이지는 않지만, 판결 선고일로부터 돈을 받을 때까지 연 12%의 높은 이자를 보장한다. 이는 오랜 기간 고통받은 유족들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법적 배려인 셈이다.
국가 배상 소멸시효를 극복하고 승소하기 위해서는 진실규명결정 통지서 수령일로부터 3년이라는 '데드라인'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제적등본과 가족관계등록부를 통해 희생자와의 관계를 단절 없이 증명하는 것이 소송의 성패를 가른다.
판결 이유를 깊게 들여다보며 특히 주목하게 된 포인트는 '입증의 책임'이다. 국가가 기록을 멸실했더라도, 유족이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증거들은 갖춰져야 한다.
진실규명결정서 확인: 본인의 가족이 해당 사건의 희생자로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라.
제적등본 전수 조사: 희생자로부터 현재 소송 당사자까지 이어지는 상속 계보를 빈틈없이 연결해야 한다. 만약 기록이 소실되었다면 '인우보증'이나 '족보' 등이 보조적 증거로 쓰일 수 있다.
소송 시기 일치: 다른 유족이 먼저 소송해서 이겼다고 해서 내 시효가 멈추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3년이라는 시계를 항상 확인해야 한다.
Q. 국가 배상 소멸시효 적용 시, 진실규명 신청을 안 한 유족도 소송할 수 있나요?
A. 가능하지만 입증 난이도가 매우 높습니다. 진실규명결정은 국가가 잘못을 인정한 강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에, 이 결정이 없다면 유족이 직접 70년 전의 군·경 기록이나 목격자 진술을 확보해야 하므로 소송에서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
Q. 70년 전의 돈 1억 원과 지금의 1억 원은 가치가 다른데, 물가 상승분이 반영되나요?
A. 직접적인 물가 상승률을 계산하지는 않지만, 법원이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현재의 화폐 가치'를 반영하여 총액을 결정합니다. 1950년대의 1억 원이 아니라, 2026년 현재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적정 금액으로 산정하는 방식이다.
2026년 현재 국가 배상 소멸시효는 더 이상 정의를 가로막는 무기가 아니다. 오늘 살펴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합90441 판결은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법이 어떻게 보듬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70년이라는 세월은 짧지 않다. 그러나 진실은 낡지 않으며, 국가의 잘못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지워지지 않는다. 만약 조부모나 부모님의 억울한 희생을 가슴에 묻어두고 있었다면, 이제는 국가가 열어둔 법적 구제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 보길 권장한다.
오늘 소개한 판례 내용 중 유족으로서 가장 막막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무엇인가? 복잡한 상속 지분인가, 아니면 부족한 증거인가? 댓글로 고민을 공유한다면 실무적 관점에서 함께 법리적 대안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 주의사항 및 면책 안내 (법률) 본 포스트는 서울중앙지방법원(2024가합90441) 판결문 및 과거사법 법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국가 배상은 희생자별 진실규명 여부, 유족의 상속 관계, 소송 제기 시점 등에 따라 배상 가능 여부와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소송을 고려 중인 유족이라면 반드시 과거사 전문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여 자신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소송 전략을 수립하길 권고한다.
최종 업데이트 일자: 2026년 3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