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호정 Feb 07. 2024

깊은 품 속의 제주, 수풍석미술관

계절마다 가려고

제주도로 미술관여행을 준비하면서 동행 중 한 명이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며 수풍석미술관을 얘기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물론 처음 들어보는 미술관이름이 많지만 미술관 이름이 좀 특이해서 인상적이었다.


검색해봤더니 입장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있고 관람시간도 딱 1시간이었다. 그런데 비용은 3만원. 성인이나 소아나 마찬가지였다. 3만원이나 내는데 1시간 밖에 못 본다고? 좀 낯선 기분.

후기를 찾아봤는데 많지도 않은 후기가 대부분 '직접가서 봐야함'류의 글들이었다. 예약도 '네이버예약'처럼 접근이 용이한 것도 아니었고, 근데 도슨트로 유명한 김찬용도 추천했던 곳이라 '그래, 한 번 보자!'하는 마음으로 예약했다.


"지각절대금지, 내부에 화장실 없음" 등의 조금은 무서운 사전공지안내문자가 전날 도착해서 가기전까지도 긴장했다. 동행중 운전이 가능한 사람은 나뿐이기도 했고, 교통체증이 없는 제주이긴 하지만 운전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다행히 우리는 약속시간보다 빨리 도착해서 전혀 소식이 오진 않았지만 혹시 몰라 화장실도 미리 들러주고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학원셔틀버스같은 가이드버스에 탑승했다. 출석을 불렀고 가이드분의 안내가 있었다.


이곳은 #비오토피아 라고 하는 사유지이다.  대형평수의 주택이 2만평 안에 100채 정도 있는 단지라고 한다.사유지이므로 쓰레기나 소음 등 조심해야할 것에 대해 알려주셨고, 투어 순서, 작가님에 대한 소개를 해주셨다. 이곳은 '이타미준'이라는 일본이름으로 더 유명한 재일교포 건축가 유동룡의 작품이고, 수풍석은 예상가능하듯이 물, 바람, 돌과 관련된 작품인데 관람순서는 돌, 바람, 물 순이 될 예정이었다. 


버스가 출발했다. 두근두근!!




석, 돌이 컨셉이다. 저기 보이는 돌.




건축물 안에서 보이는 돌.


 돌의 배경이 되는 뷰는 산방산뷰이다. 건축가 이타미준이 사랑했다는 뷰이기도 하고 제주분들이 산방산뷰를 제주1경이라 말한다고 한다. 이곳 비오토피아의 모든 집들도 산방산뷰라고 한다. 산뷰와 조화를 이루는 돌, 돌이 해와 만들어내는 그림자의 모양과 색깔. 항상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인데도 새삼스럽다. 여행의 힘인가 예술의 힘인가. 돈을 내고 들어와서 보고 있으니 돈의 힘인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 감동과 감탄을 하게 만들었다. 장소를 이동하면서 더더욱.






 해의 기울기에 따라 비추는 지점이 다르다. 우리의 예약시간은 3시였고, 저 모습은 대략 3시10분경의 모습이다. 오전중에는 저 바닥에 있는 돌에 빛이 정확히 딱 떨어지는 시간이 있다고 한다. 매시 매순간이 작품인 것이다. 밖에서 보면 굴뚝처럼 되어 있는 곳이 해가 비추면 하트모양이 되는데, 어떻게 저런 상상을 했을까.


 자연이 자연 그대로니까 자연이겠지만 그 자연에 어떻게 인공을 더하면 예술이 되는지를 건축가는 간파했던 것 같다. 이럴 때는 자연이 위대하다고 해야하는지 건축가가 위대하다고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


 해가 쨍했던 날이라 가이드님도 관람하기 좋은 날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 



 


풍, 바람이다.


이렇게 보면 직선같은데 안에서 유심히 보면 약간 휘어져있다.




 해의 각도가 도와주는 날(?)에는 양옆의 나뭇살에 따라 빛이 //// 이런 모양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아마 #수풍석미술관 으로 검색해서 보다보면 그런 사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빛"이라는 놀라운 자연이 있었기 때문에 건축가들은 빛을 어떻게 건물로 통과시킬까를 고민했겠지? 원료가 너무 좋은 것이다. 하지만 빛도 '건축물'이라는 존재를 만나 조화를 이루어 그 진가를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자연도 조화를 이루는데 인간이 뭐라고.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도 뭉클함과 웅장함을 더해간다. 이제는 수, 물로 간다. 검색을 하며 이미 스포를 많이 당했던 터라 들어가기 전부터 사실 입틀막이었다. 그래도 무심한 척 걸어가다가 입구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휙 돌아서는 바람에 뒤따라 이동하시던 다른 관람객분이 되게 놀라하셨다. 누군가에겐 호들갑이었겠지만 나에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더 필요했다.


 멈칫, 하고 숨 한 번 크게 쉬고 입장

.

.

.

.

.

.

.




 여기는 사실 사진말고 명상을 해야할 것 같은 곳인데 명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니 아쉬웠다. 내가 저 단지에 거주할 수도 없고(하지 못하고), 그저 사진만 열심히 찍어올 밖에. 





오후부터는 해가 빨리 떨어져서 그런지 이 곳에 머물렀던 것이 길어야 15분 정도 일텐데도 찍힌 색깔이 벌써 달랐다. 해가 만드는 저 리본같은 모양이 더 희미해진 것!


 매일매일, 시분초가 달라서 여기서 명상을 하든 멍을 때리든 그 자체가 치유일 것 같다. 뭉클함과 웅장함으로 투어를 마쳤다. 다른 계절과 다른 시간에 수풍석미술관의 모습은 어떨까. 계절을 달리해서 제주에 온다면 우선순위로 오고 싶은 곳이다. 많은 예술이 감동을 남기지만 '건축'이라는 예술은 내게 생소했기에 더 특별하고 인상적으로 기억되었다.


 우리 동행들 모두 이곳에서의 감동이 잘 소화가 되지 않아 차로 20분정도 거리에 떨어져있는 <유동룡미술관>까지 가보기로 했다. (나는 <수풍석미술관>이 <유동룡미술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가 추구했던 건축의 세계는 어떤 것인지, 건축가의 미술관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예술가의 세계! 





매거진의 이전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물방울들,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