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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분카레 Jul 26. 2024

지구가 내뿜는 입김과 하품

< 미국 여행기 8_ Yellowstone >

Yellowstone은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국립공원이다. 옐로우스톤, 그랜드캐니언, 요세미티가 미국의 3대 국립공원으로 꼽힌다. 그중 옐로우스톤은 수증기가 석회암 구덩이 사이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온다는 점에서 다른 공원과는 차별화된 곳이다. 드디어 공원의 요모조모를 돌아볼 시간이다. 

     

서울 면적의 15배에 해당하는 넓은 면적이라지만 잘 와닿지 않았다. 아이다호, 몬테나, 그리고 와이오밍 세 개의 주(state)에 걸쳐 앉아 있다니 상상만으로 그 규모를 가늠할 뿐이다.  

    

공원 입장표를 사서 통과했지만, 별다른 풍경은 없었다. 평균 해발이 2,400m인 공원에 걸맞게 한참 올라가다 보니 달라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만난 건 도로를 가로지르며 질주하는 쥐였다. 차바퀴에 깔리기 일촉즉발의 상황이 여러 번 벌어졌지만, 다행히 잘 비껴갔다. 고도가 높아지자 쥐 대신 멀리 엘크가 보였다. 수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한다지만 가장 보고 싶은 인물은 흑곰이다.  

    

< 숙소 앞까지 산책 나온 바이슨, 위엄 있는 뿔을 자랑하는 엘크, 망원경으로 포착한 무스 >

점 올라 이번에는 맘모스 테라스라는 석회암 계단을 찾았다. 오랜 시간 뿜어져 나오던 온천수가 석회암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온천수의 함유된 황이 돌을 노랗게 변색시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옐로우스톤이다. 협곡이나 온천수 근처 바위들이 노란빛을 띠고 있었다. 

 

< 맘모스 핫 스프링 >

    

한참을 달리는데 땅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간헐천(Geyser)라 불렀다. 마그마 근처에 물이 유입되었다가 압력과 고온으로 인해 밖으로 분출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곳에 만여 개의 간헐천이 존재한다니 처음에는 지표면과 가까이 있을 마그마를 생각하니 조금 겁이 났다.

      

분출되는 간격과 규모가 제각각이었다.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분출되는 대형 가이저 앞에는 관광객들이 진을 치고 앉아 기다리고 있다. 분출 쇼가 시작되면 사람들의 탄성이 박자에 맞춰 터진다.

< 올드 페이스풀 다음으로 크게 분출하는 가이저 >

      

샘물처럼 샘솟아 온천을 만들고 있는 Hot spring은 오묘한 색상이 일품이다. 아침 산책길에 몇백 미터의 나무 데크를 따라 걸어가서 만난 모닝글로리 핫 스프링을 보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깊은 산골 숨어있는 옹달샘을 찾은 사슴의 기분이 이런 느낌일까. 


호열성 박테리아가 만들어낸 온천의 색깔은 에메랄드빛 연못을 노란 테두리가 가두고 있었다. 가늠할 수조차 없는 깊이는 심해의 바다를 연상케 했다. 

< Hot spring 중 가장 아름답다는 모닝 글로리 >

      

공원 내 박물관에 적혀 있는 문구를 보자 지구가 살아있다는 표현이 잘 와닿았다. 이곳이 지구의 입이라고 상상해 보았다. 쉴 새 없이 내뿜는 가이저와 스프링은 지구가 숨을 쉬면서 내뿜는 입김과 하품의 산물들이었다. 신비로운 자연은 수백수천 마일을 달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다. 기꺼이 내어주며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넉넉하게 보듬어주는 것 같았다. 자연이 선보였듯 내 마음도 광활해지는 걸 느낀다. 

 

“지구는 간헐천과 끓는 물이 존재하는 곳에서 더욱 살아 있다.”

“The earth is more alive where geysers and hot boiling water are present.”    

      

이 외에도 협곡과 폭포, 야생동물, 넓은 호수 등 각종 자연이 빚어 놓은 환상적 작품 속에서 오래오래 거닐었다. 


< 캐니언과 Upper 폭포 >

    

Yellowstone 100배 즐기기     


1. 공원 내 숙소를 잡아라~     

공원 내에 숙소를 잡은 건 신의 한 수였다. 넓다 보니 주요 포인트만을 구경하면서 다녀도 3일은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만큼 넓고 볼거리도 많아 이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공원 내 가장 오래된 숙소인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은 예약 경쟁이 치열해 숙박 일 년 전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숙소는 친환경적이었다. 에어컨 대신 선풍이 한 대가 벽장에 구비되어 있었지만 쓸 일은 없었다. 못 이외엔 순도 100% 통나무로 지어진 숙소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시원한 공기를 품고 있었다.      

숙소는 역사와 구조의 특징 덕분에 실제로 숙소에 묵는 사람들보다 관광객의 수가 많아 계속해서 북적였다.  

    

한낮의 최고 온도가 34도를 육박했지만 습도가 낮아 그늘에 서면 시원한 것이 최대 장점이었다. 수풀이 울창한 지대가 아니다 보니 한낮의 강렬한 태양을 받고 걷는 것은 무리였다. 햇빛이 가장 강렬한 한낮 두세 시간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권한다. 공원 내 숙소를 잡아야 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2. 아침, 저녁 시간을 활용하라~

서부의 사막기후의 특징은 일교차가 심한 것이 특징이다. 한낮의 직사광선은 무서울 정도이지만 아침저녁이면 쾌적한 공기가 이내 피부를 감싼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숙소 주변의 간헐천을 따라 걷는 산책은 매우 여유로웠다. 군데군데에서 뿜고 있는 하얀 연기가 검푸른 침엽수림을 배경 삼아 푸른 하늘과 더할 수 없는 조화를 이루었다. 여름 낮의 길이는 15시간이 넘는다. 활용할 시간이 많은 만큼 비교적 시원한 아침과 저녁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지치지 않고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다.    


3. 차들이 정차해 있는 곳이면 무조건 서라!

한 해 4만 명이 찾는 공원이라만, 면적 대비 여행객 밀도는 높지 않다. 공원 내 도로는 한산한 편이다. 뷰 포인트를 향해 달리는 내내 시선은 창밖에서 부지런히 야생동물을 찾는 데 여념이 없다. 군데군데 정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언제든 차를 세우고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도로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그곳이 도로 한가운데라도 누구든 멈춰 구경한다. 여행자들이 가지는 여유다. 이곳에서는 몇몇 차나 사람이 모여있다 싶으면 일단 차를 세우고 구경할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구경거리를 놓치기 때문이다.     

      

4. 트랙킹을 즐겨라!     

자연을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트래킹이 단연코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등산화를 신고 배낭과 모자를 챙겨 자연 속으로 걸어 다니는 트래킹족들이 많다. 옐로우스톤에서는 가이저와 스프링을 보기 위해서 걷는 구간이 꽤 많다. 편한 신과 복장은 필수이다. 


미국의 국립공원들을 여행할 때는 반드시 트래킹을 코스에 넣는 것을 추천한다. 하얀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쯤 아랑곳없이 여름 태양에 맞서는 사람들. 쭈글쭈글 늘어진 피부과 검버섯이 온 얼굴과 팔에 무성해도 반바지 민소매 차림으로 활기가 넘치는 어르신들.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또 인상 깊었던 장면은 사륜구동 차 뒤에 자전거를 가족 수만큼 싣고 다니며 즐기는 사람들. 차 뒤에 캠핑카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 3, 4명의 자녀를 대동한 가족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저출산인 한국의 현실과 연결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의 캠핑카 문화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캠핑카는 로망이고 자유의 상징이라고 말하고 싶다. 남편 은퇴 후 귀촌을 꿈꾸는 우리는 오래전부터 아들과 딸에게, 키워준 값으로 각각 요트와 캠핑카를 예약해 두었었다. 장난 삼아 한 이야기지만 이번 여행을 계기로 캠핑카에 대한 열망이 확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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