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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셍비어 Nov 13. 2017

나의 콤플렉스와 티타

우리는 어쩌면 모두 티타였다.



 내가 좋아하는 웹툰에 '이토록 보통의'라는 웹툰이 있다. 이 웹툰은 매 에피소드마다 나에게 어떤 질문을 주는 것 같고,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을 찾기 위해서 나는 한참을 생각하고는 한다. 최근에 '이토록 보통의'에서 '티타이야기'라는 에피소드가 마무리되었다. '티타 이야기'는 나에게 가장 힘든 에피소드였다. 나는 그 어떤 에피소드보다 '티타 이야기'에 많은 생각과 감정을 쏟았다. 주인공인 티타는, 나와 다른듯해 보이지만 사실 너무 많이 닮아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 웹툰 스포가 있습니다. 웹툰을 보고자 하시는 분들은 웹툰을 보고 와서 읽어주세요.) 


 티타 이야기에서는 티타와 Y 그리고 선오 이렇게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선오와 티타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Y는 티타와 선오와 함께 영화 연합 동아리를 하면서 만나게 된다. 선오는 예쁘고 완벽해 보이지만, 어렸을 때 감당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았고, 이 트라우마**가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티타는 선오를 사랑했다. 그래서 거짓말로 자신을 휘감고,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게 만듦으로써 그녀를 위로했다. 선오가 티타에게 거짓말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고 등 돌렸을 때, 티타 앞에 나타난 Y와의 엉망진창인 연애를 통해 티타가 위로를 받았을 때 즈음에 선오가 자살을 한다. 티타는 그 충격으로 Y와의 만남을 정리하고, 몇 년뒤 둘은 거짓이 아닌 진실된 모습으로 서로를 보게 된다는 것이 대략적인 티타의 이야기이다.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싶지만 읽어보면 아마 한 화, 한 화마다 티타와 선오, Y가 나에게 주는 어떤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미움을 사는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나의 존재만으로도, 아무 이유 없이도 누군가를 나를 싫어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겪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이, 두 명이 혹은 몇 명의 시선이, 뒤에서 나오는 그 말들이, 혹은 앞으로 흘러나오는 행동들이 나에게 상처주었고, 이 상처들이 트라우마가 되어 나를 방어적인 인간으로 만들었다. 몇 년이 지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쉽게 사귀지 못하는 나의 낯가림과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는 나의 경계심이 그 상처의 잔해들처럼 남아있다. 아직도 그때의 순간을 악몽으로 꾸다가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아서 어디 가서 함부로 이야기하지도 못한다. 이런 나의 상처를 처음으로 꺼낸 적이 있다.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내가 진심으로 믿는 친구들에게. 심장이 떨렸고, 입도 벌벌 떨었는데 신기하게도 나름 덤덤하게 잘 이야기할 수 있었다. 


나 따돌림 당했었어.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따돌림을 당했을 때, 많은 입을 통해 들었던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는 수십 가지 이유' 중에서 가장 처음은 '그냥'이었다. 나는 '그냥' 사람들이 싫어할법한 아이였던 것이다. 아직도 무의식 어딘가에 나는 사람들이 그냥 싫어할 수 있는 사람, 누군가에게 많은 이유로 미움을 받을 만한 아이라는 생각에 움츠러들 때가 있다. 이런 움츠림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렇게 보잘것없는 사람인데 털어놓아도 괜찮겠니.'라는 마음으로 나의 이런 이야기를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잠자코 듣고 있던 친구들이 하나같이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주었을 때, 나는 비로소 방으로 돌아와서 엉엉 울 수 있었다. 스스로를 자책했던 끝없는 자기혐오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티타가 Y에게 꺼내놓았던 자신의 불행이, 거짓일지라도 그녀가 Y를 사랑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너무 어려서 몰랐을 뿐이다. 나 역시 몰랐다. 진심으로 대한다고 해도 모든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없고, 아무리 잘 보이려 해도 잘 보일 수 없는 상대가 있으며,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랑해야 했는지 몰랐다. 나도 어렸고, 너도 어렸다. 우린 모두 어렸고 어리석었다. 나의 상처들이 아직도 아물지 못하고 남아서 아직도 힘들 때가 많지만, 그럴 때마다 내 곁에서 사랑과 정을 베풀어준 모든 이에게 받은 사랑을 베풀려고 노력한다. 여전히 나는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 생각해도 내가 너무 별로인 사람이라고 생각이 많이 든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고맙다고 해주는 것, 더 많이 사랑한다고 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티타가 몇 년 후에 Y를 마주하고 자신의 이름을 처음으로 Y에게 말해주었을 때 그녀는 알았을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과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모두. 나는 티타가, 아니 해가 (해는 티타의 이름이다.) 잘 지내 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나 역시 한 명의 티타로서, 그리고 너도 어쩌면 한 명의 티타로서, 우리가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진실되게 사랑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어린 나를 위로하기. 내 열여덟을 위로하기  |  일러스트. 김셍비어(@kimsenbeer)



*콤플렉스 : 프로이트(S. Freud)의 정신 분석 용어. 감정·행동에 강한 영향을 주는, 무의식적인 마음의 반응.

    (출처. 구글사전) 

**트라우마 : 트라우마(trauma)는 의학용어로 `외상(外傷)`을 뜻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정신적인 외상`을 의미한다. 과거 겪은 고통이나 정신적인 충격으로 유사한 상황 발생시 불안한 증세를 겪는 현상을 말한다.

    (출처. http://www.etnews.com/201310230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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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좋아하구 맥주는 더 좋아하는데 출근은 싫어하는 공대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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