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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y Dec 25. 2020

요가란 무엇인가요?

화요일의 요가 수업






화요일.

내가 사랑하는 아쉬탕가(ashtanga)를 하는 날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여기서 특별한 날이란 미치게 귀찮거나, 나가려고 준비하는데 요가복을 찾지 못해 ‘이게 어디 간 거야!’ 짜증을 내며 집안을 몇 바퀴 돌고 나서야 세탁바구니에 처박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단숨에 사라지는 순간들도 포함된다.) 화요일 요가 수업은 대부분 가려고 노력한다.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흐르듯이 자세를 취하다 보면 어느새 강한 힘을 사용해야 되는 허벅지와 팔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숫자 카운트는 왜 이렇게 느린지.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은 때도 많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 번 더 호흡을 들이마셨다 내쉬며 나를 응원한다.


‘할 수 있어!’


오늘 이상한 경험을 했다. 마지막 동작 사바아사나(savasana_송장처럼 가만히 누워있는 자세)를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흐를 것만 같은 게 아닌가. 민망하지만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매트 위에 누워있는 내 몸이, 더 나아가 나 자신이 정말 기특하고 사랑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오늘 사바아사나를 하는 동안 문득, 요가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려웠던 동작들을 조금씩이지만 해내고, 해낸 동작들을 조금씩이지만 더 오래 유지하고, 유지하는 사이사이에 힘을 주며 버티는 것이 아닌 호흡으로 나를 유연하게 만드는 것. 그렇게 동작 하나하나에 온 정신을 싣다 보면 가뜩이나 마스크 때문에 답답한 얼굴에서 비가 흐르듯이 땀이 떨어져 매트 바닥을 적신다.


어려운 동작을 하면서 못 했던 우짜이(ujjayi) 호흡을 하려 노력한다. 숨을 들이마실 때 가슴을 넓게 만들어 몸통을 키우고, 내쉴 때 귓가에 작은 파도소리가 스치는 것처럼 '흐음'소리를 느끼며 가슴은 끌어당기고 몸통을 작게 만든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코로 내쉰다.......

흐음.......


요가란 무엇일까? 초보 요기니인 나는 당연히 정답을 알 수 없다. 평생을 요가에 헌신한 그 옛날 스승들에게 묻고 싶어 진다.


“마스터, 요가란 무엇인가요?”


요가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 ‘구루’(guru_자아를 터득한 신성한 교육자)가 있던데 나에게도 그런 스승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언젠가 나의 구루를 만난다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자연스레 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다. 이십 대 초반, 공장식 사육에 대한 책과 소고기를 만들기 위해 파괴되는 자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후 일 년 간 채식을 한 적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땐 어떤 사명감을 가졌던 것도 같다. '나는 알고 있는 것을 무시하지 않을 거야.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아갈 거야!' 다짐했었다.


"너 하나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겠어?" 쉽게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항도 섞여있었던 것 같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정확히 일 년 뒤, 나는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단 한 입의 치킨 닭다리는 내 고기 본능을 봉인했고 그렇게 다시 동물학대와 자연파괴에 대한 인지는 달콤한 고기 맛으로 점차 잊혔었다. 하지만 고기를 끊은 그 일 년 간 지독히 나를 괴롭혔던 생리통이 사라졌고, 밥 한 톨의 쫀득한 식감과 유난히 아삭거리던 야채의 싱싱함, 비릿하다고만 느꼈던 고등어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다. 그동안 내가 고기를 정말 많이 먹었었구나....... 내 몸에 고기가 맞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현재의 나는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미디어에서 얻은 강한 자극 때문이 아니라 요가를 다시 시작하면서 문득 소중한 내 몸에 무언가의 고통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넣기 싫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과일 주스를 만들어 마시고 오전 요가 수련 후엔 따뜻한 밥과 뚝딱뚝딱 만든 (남 주기엔 민망한) 잡탕 야채 볶음이나 잡탕 국을 만들어 건강한(다시 말 하지만 역시 남과 함께 먹기엔 민망한) 잡탕 세트를 먹는다. 그리고 차가운 물로 간단한 샤워를 하고 땀에 절었던 옷들을 세탁기에 돌린다. 음 개운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수련하는 지금의 나에게 요가란, 땀 흘리고 호흡한 뒤에 맛있는 밥을 먹는 삶. 아니 땀 흘리고 호흡한 뒤에 맛있는 밥을 먹는 나를 예뻐하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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