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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방 May 06. 2019

취미가 뭐예요? 술 마시는 거 말고

왜 술이냐고 묻는다면

직장 동료가 이렇게 물었다. "취미가 뭐예요? 술 마시는 거 말고."

이 질문을 듣고 적잖이 당황했는데, 첫 번째 이유는 평소 내가 얼마나 술 이야기를 했으면 이런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하는 것이었다. 직장에서의 내 언행이 현명하지는 않았다는 것은 제쳐두더라도, 내가 활발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야가 술이었다는 데 놀랐다. 두 번째 이유는 취미의 발견이다. 취미라는 단어가 '즐거움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정말 술 마시는 것도 취미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술을 마신다.

처음에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마셨고, 이후에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마셨으며, 지금은 맛있어서 먹는다. 술을 '마신다'에서 '먹는다'로 표현하기까지 꽤 많이 자주 술을 마셨다. 나는 술과 안주를 구분하지 않는다. 술 자체가 안주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요즘에는 안주에도 맛을 들여서 포동포동해졌지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한 단어로 압축하기 어렵듯, 술을 마시면서 얻는 즐거움도 한 번에 설명하기란 어렵다. 직장이 가족 같아서 마시고,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마시고, 10년 전의 기분을 회상하기 위해서도 마신다. 술을 마시며 즐거운 추억을 만든다. 반대로 잠시나마 추억을 지워서 즐거울 때도 있다. 이것도 술이라고 내 기분을 갈리게 만든다.


그날의 기분은 그날의 술이다.

그날그날의 거움에 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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