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출장과 여행 사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한국에서 무덥다 못해 녹을 것 같은 여름을 보내고 룩셈부르크로 돌아오니 이곳은 어느새 벌써 겨울이 다가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여름휴가 기간으로 미뤄진 출장들이 한 번에 9월로 몰려서 프라하, 바르셀로나, 시카고를 각 1주씩 총 3주의 연속 출장으로 계획되었다.

아마존의 출장 계획과 실행은, 지금은 바뀌었을지 모르겠지만 예전의 내가 한국에서 진행했던 출장들과는 사뭇 다르다. 매니저가 제안하는 출장의 경우도 있고, 본인 판단하에 먼저 출장을 제의하기도 하는데 매니저와 사전 구두로 출장에 대해 동의가 된 경우 본인 스스로 출장의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진행한다.

출장 계획에는 출장 기간, 이동 경로와 방법, 숙소와 식사 등 모든 것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본인이 미팅의 주관자가 아닌 경우, 전체 미팅의 일정을 검토한 후 본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날짜에만 자율적으로 참석하고, 직접 비행기/기차 등의 이동 경로를 확인해서 예약을 진행한다. 만약 매니저와 함께 참석하는 미팅/출장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비행기 혹은 숙소를 동일하게 진행하지는 않는다. 다만, 매니저/ 팀원과 같은 지역에 거주하고 미팅 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겹치는 출장이라면, 혹은 팀 전체 워크숍 등의 팀 단위 출장의 경우 단순히 예약과 이동의 편의성을 위해서 같은 항공편이나 호텔을 예약하는 경우가 간혹 있을 수는 있지만, 대개의 경우 본인의 일정을 고려해서 개인적으로 본인에게 합리적인 계획을 짠다.

즉, 언제 어디에서 어떠한 경로로 이동하는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과 선택이고, 정해진 미팅 날짜와 장소에 참석하기만 하면 별도의 문제는 되지 않는다. 또한, 출장 기간 동안 가족을 동반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본인 출장 중 미팅에 참석하는 근무시간에 가족들은 관광, 원격 근무 등 따로 시간을 보내다가 미팅 종료 이후 가족과 저녁시간을 함께하거나 혹은 팀 전체 저녁 모임에 팀원 가족을 초대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가족들의 비용은 회사가 아닌 개인 부담이다. 다만, 호텔과 같은 숙소비용이나 택시 등의 이동 비용은 다소 절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를 다니는 자녀가 있는 직원이라면 일정에 다소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자녀가 없는 경우 혹은 원격 근무가 자유로운 부부의 경우라면 (예컨대, 아마조니안 부부), 서로의 출장 간에 여유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장기간의 빈번한 출장에는 무엇보다 정신/ 신체의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호텔과 맛있는 레스토랑도 내 집의 편안한 침대와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보단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