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phael Oct 09. 2024

LSE 행동과학 석사 첫 번째 강의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맥락’의 힘

행동과학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개념 중 하나는 바로 맥락(context)의 힘입니다. 방 안의 조명, 벽의 색깔, 또는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등 환경적 요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Behavioral Science 석사 과정 첫 강의, “맥락의 중요성”에서 이 개념에 대해 깊이 탐구했습니다.

맥락과 사고방식의 상관관계

이번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맥락이 우리의 사고방식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결정을 내릴 때 항상 외부의 단서를 흡수하며, 색깔, 냄새, 소리 등 미세한 요소들이 우리의 인식, 믿음, 그리고 목표까지 바꿉니다. 이러한 이유로 마케팅에서는 종종 특정 시각적 요소나 음악을 사용하여 소비자 행동을 미묘하게 유도합니다. 강의에서는 맥락과 사고방식의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전통적인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행동을 예측하고, 또 이를 조절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프라이밍(Priming)의 힘

강의에서 탐구한 또 다른 흥미로운 개념은 **프라이밍(priming)**입니다. 프라이밍이란 특정 자극에 노출된 후 다음 자극에 대한 반응이 무의식적으로 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Bargh 등의 연구(1996)에서는 참가자들이 노화와 관련된 단어에 노출된 후, 실험실을 나갈 때 무의식적으로 걷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실험들은 우리가 미세한 자극에 얼마나 깊이 영향을 받는지를 잘 설명해 줍니다.

하지만 프라이밍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집니다. 강의에서는 특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프라이밍이 더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미묘한 차이가 행동과학의 복잡성을 나타내며, 이 학문이 다른 전통적인 학문과 차별화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행동경제학과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전통적인 경제학이 가정하는 완전한 합리적 인간(Homo Economicus) 모델과 달리, 행동경제학은 우리의 의사결정이 더욱 복잡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개념은 우리가 완전한 정보를 기반으로 최적의 결정을 내리지 않으며, 인지적 한계, 시간, 정보의 부족 등으로 인해 의사결정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실험에서는 늦게 아이를 데려가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자 오히려 늦게 데리러 오는 사례가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벌금이 억제책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오히려 늦게 오는 비용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일상 속 프라이밍

강의 후반부에서는 우리의 일상에서 프라이밍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은 공격성과 우위를 상징하며, 스포츠 경기에서 경쟁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2004년 올림픽에서는 빨간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파란 유니폼을 입은 선수보다 승리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미세한 환경적 영향은 심판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더 강하고 공격적으로 보였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Bargh 등의 연구에서는 예의 관련 단어에 노출된 사람들이 이후 압박 상황에서도 더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는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프라이밍 효과는 우리의 행동이 얼마나 외부 자극에 민감한지를 보여줍니다.

실생활에서의 맥락 응용

맥락이 행동을 형성하는 방식을 이해하면 이를 실생활에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는 사무실 환경을 약간만 조정해도 직원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밝은 조명은 정직성과 협력성을 증진시키는 반면, 어두운 조명은 창의력을 높여줍니다. 또한, 라벤더 향은 신뢰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Sellaro 등, 2015). 이러한 통찰은 마케팅, 정책 결정, 개인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무한한 응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강의만으로도 우리 일상 속 보이지 않는 힘들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었습니다. 배경 음악이나 방의 온도와 같은 사소한 요소들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을 숙달함으로써 인간 행동을 더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사팀장은 과연 면접을 잘 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