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은 백해무익하다

금연 +50일

by 김태라

2022년 즈음 보건소의 금연클리닉을 찾은 적이 있다. 니코틴 캔디를 처방받았었는데 적은 양에도 금방 어지럽고 속이 거북해져 복용하는 것을 포기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니코틴패치를 받아왔다. 다행히 니코틴 패치에는 큰 부작용이 없었다. 첫날에는 살짝 속이 거북해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틀 째부터는 괜찮았다. 흡연 욕구도 분명히 줄어들었다. 아직 계속 담배 생각이 났지만 참아 넘길 수 있는 정도였다. 새로운 능력도 생겼다.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능력이다. 담배 냄새가 나거나 흰 연기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그 출처를 찾기에 바빴다. 흡연자를 발견하면 그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눈으로나마 그들의 한 모금 한 모금을 함께 했다. 점점 자라난 흡연욕구는 니코틴 패치가 감당할 정도가 못 되었다.


금연 일주일 만에 패치에서 약물로 갈아타기로 했다. 보건소에서 처방해 주는 약은 니코챔스라는 바레니클린 성분의 약이었다. 체내에 흡수된 니코틴이 뇌에서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여 만약 복용 중 담배를 피워도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맛이 느껴지지 않아 금연 성공률도 높은 편이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우울증 이력을 중요하게 여쭤보셨는데 이 약을 먹고 우울증이 심해져 자살로 이어진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어서라고 한다. 우울증은 나의 인생동반자이기 때문에 이 말을 듣고 조금 고민을 했다. 그래도 금연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기에 약을 처방받아왔다.


약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흡연 욕구가 올라올 때 함께 올라오던 온갖 짜증과 신경질도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금연 첫 한 달은 지옥이었다. 니코틴 수용체가 어쩌고 저쩌고 해도 담배를 피워야 하는 시간이나 상황이 오면 담배 생각이 계속 났다. 가장 힘든 것은 일하는 중이었다. 일을 하다가 무언가 잘 안 풀리거나 생각이 필요할 때 보통 담배를 피우곤 했다. 흡연 욕구가 올라올 때 심호흡해라, 물을 마셔라, 3분만 참아라 등 여러 요법이 있지만 그런 이성적인 컨트롤이 되는 수준의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모니터를 시선 없이 응시하면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 100가지 이유를 떠올리며 불안을 참아내는 데에 몇 시간을 보내곤 했다. 결국 하루 종일 제대로 된 일을 하기가 힘들었다.


'금연 약에까지 손을 댔는데 이번에는 꼭 성공해야지. 첫 2주에서 1개월이 가장 고비랬어. 이 기간만 잘 참아보자. 한 달을 잘 참으면 평생 건강하고 행복해질 거야. 금연에 성공하고 더 잘 뛰고 수영도 잘 하는 미래를 상상해봐. 상상만해도 행복하지 않아? 할 수 있어. 이것도 못 하면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이 번이 아니면 다음에도 못 해'


금연을 포기하는 대신에 일을 포기하기로 했다. 지금 하는 일은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금연은 아마 지금 안 하면 평생 못 할 거라 생각했다. 그 정도로 나의 금연의지는 확고했다. 확고한 금연의지만큼 나의 일상은 처참하게 망가져 갔다. 금연을 시도하는 많은 사람들이 체중이 느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는 폭식의 정도가 도를 넘었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입에 물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단 음식에 집착하게 되었는데 평소에는 손도 안 대던 커피믹스나 단 과자나 빵을 먹기 시작했다.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라 담배 욕구를 잊기 위해 다른 행동을 지속하는 것이었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쉴 틈 없이 입에 집어넣었는데 정말 무서웠던 것은 배부르다는 감각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마치 나의 감각들이 모두 사라진 것처럼 아무런 감각이 없어졌다. 항상 배부른 상태에서 잠을 자니 당연히 수면 질도 안 좋아졌고 피곤한 상태로 하루종일 또 먹는 것의 반복이었다. 일단 에너지가 올라오지 않았다. 지속하던 운동에 가고 싶은 마음도 에너지도 없었다. 대신 모든 에너지를 허전한 입을 채우는 데에 썼다. 그래도 딱 한 달만 참으면 나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버텼다.



금연 50일 차, 아직까지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온몸에서 각질이 올라오고 금연 스트레스 때문에 열이 오른 머리에서 피가 난다. 설탕 중독증에 빠졌고 아직도 많은 사소한 것에 화가 나고 예민하다. 지인들에게 금연 중이라고 양해를 구했지만 미안한 순간들이 생긴다. 설탕을 많이 먹으니 온몸이 이유 없이 가렵고 심장이 빠르게 뛰어 숨이 차 걷기가 힘들다. 이전에는 담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증상들이었다. 흡연이 백해무익하다는 연구결과는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금연이 이 정도의 부작용을 유발한다면 건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담배를 피우며 평생 사는 것이 더 건강할지도 모른다. 금연 후 좋아진 게 하나도 없다. 금연은 백해무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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