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of Soft Longing 작업후기

재즈피아노 곡을 쓰고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by KIMTAE

‘Days of Soft Longing’이라는 재즈곡을 발매했습니다. 오늘은 재즈피아노 곡을 쓰고 만든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어떤 곡인지 궁금하시다면 잠시 듣고 오시지요. ;)



초기 스케치와 편곡 방향

처음 스케치는 소중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과 시간이 흐르며 느껴지는 아쉬움에 대한 정서였어요. 힘든 시기의 무거운 마음도 담겼던 것 같아요. 한동안 이 곡은 멈춰있었습니다.


작년 재즈 피아노를 배우면서 스케치를 다시 들어보았어요. 담긴 정서와 마음은 소중했지만 감정의 무게는 옅어졌고,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정서로 만들어보고 싶어 졌습니다. 편안한 보사노바 리듬에 재즈 피아노로 편곡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재즈라는 장르는 즉흥성을 특징으로 하지만, 장르 특성과는 정반대로 편곡을 했습니다. 처음엔 손 가는 대로 이것저것 연주해 보고 맘에 드는 선율과 보이싱을 캐치해 봤지만, 매번 들쭉날쭉한 감각과 부족한 연주력을 믿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악보를 통해 하나하나 음을 그리고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피아노와 솔로악기 총보를 그렸고, 거기서부터 한 땀 한 땀 편곡과 수정을 반복했어요.


왼손과 오른손의 보이싱, 피아노와 클라리넷의 주고받는 선율과 화성의 배치, 컴핑 리듬 간격과 음길이, 클라리넷의 선율, 컴핑의 화성과 코드 편곡 등, 악보를 보고 반복해서 연습하면서 느껴지는 부분을 조금씩 다듬고 보완해 가며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한음 한음 소중하게 조각하는 느낌을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어요.


재즈피아노의 솔로, 컴핑과 연습

부끄럽지만 피아노는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어요. 초등 (아니 국민..) 학교 때 억지로 배운 체르니 100번 초반이 전부였습니다. 기초가 없기에 욕심 없이 꾸준히 연습하자는 마음만 있었는데, 꼬박 1년 연습하고 배운 덕에 피아노가 이전보다는 익숙해졌습니다. 재즈 솔로도 일단 만들어서 연습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경험도 생겼어요.


감정이 가장 고조되는 클라리넷 솔로 부분에 어퍼스트럭쳐 (Upper Structure Chord) 화성을 주로 사용했어요. 어퍼스트럭쳐란, 기본 화성 위에 새로운 화성을 얹어서 복합적인 심상을 들려주는 화성이에요. 재즈 화성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 같아요. 하나의 감정으로 규정되지 않는 다양한 색채의 화성은 전체적인 편안함 속에서도 감정의 결을 드러내는 요소로 활용했습니다.


준비하며 내내 연습을 했습니다. 미디라서 얼마든지 수정은 가능했지만, 피아노는 일단 연주할 수 있어야겠죠. 투박하고 굳은 손가락에서 나오는 연주의 화성과 솔로가 아름답게 들리는 순간이 좋았고, 연습을 통해 점차 곡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실제 연주를 담았습니다.


그럼에도 미디 피아노의 수정은 불가피했습니다. 템포를 놓친 것도, 잘못 친 노트를 지우는 것도, 어색한 부분의 조정도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직접 연주한 감각을 담았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클라리넷 연주와 레코딩

재즈적인 요소와 함께 선율성을 강조하고 싶어 솔로악기로 편곡했고, 고심한 끝에 클라리넷으로 정했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관의 클라리넷이 곡의 정서에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라리넷 연주자를 섭외하기 위해 찾은 끝에, 지인 작곡가님을 통해 실력 있는 연주자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레코딩은 양재의 스튜디오 F에서 했습니다. 마이크 5대를 가까이, 약간 멀리, 좀 더 멀리 배치해서 다양한 거리감과 뉘앙스의 사운드를 녹음했습니다. 최상의 연주와 감각을 보여주신 클라리네티스트 최윤석 님과, 섬세한 사운드를 잘 잡아주신 이준혁 대표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사운드 메이킹과 커버 이미지

사운드 작업은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피아노 클라리넷, 드럼과 베이스의 단출한 편성이기도 했고, 많은 프로세싱 보다는 편안하게 들릴 수 있도록 작업했습니다.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밤에 모니터링하다가 스르르 잠드는 경험을 여럿 했습니다. 일상에 가까운 느낌을 의도해서였을까요. 편하게 들리는 것 같아서 신기하더군요.


커버 이미지는 친구 현학이에게 부탁했습니다. 바쁜 와중에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었고, 자신만의 감상을 멋진 커버로 그려주었습니다. 곡과 계절의 정서를 담은 이미지도 좋지만, 친구가 기꺼이 내어준 시간과 정성이 더 깊이 와닿습니다.



여러분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이 곡을 발표하고 나서 지인들의 감상을 전해 들었습니다. 브라질에서 오신 동료분이 브라질 바닷가에 있는 것 같다는 감상과 함께, 'Saudades'라는 단어를 알려주셨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긴 어렵지만, '일상에 스며든 그리움'이라는 의미와 가깝다고 합니다. 그리움과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담긴 복합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번 곡은 오래 품었던 씨앗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재즈 피아노를 연습하면서 이 씨앗을 발아시켜 열매를 만들어 낼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곡도 앨범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완성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쁩니다.


여러분이 듣기엔 이 곡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들으면서 무엇을 느끼셨는지, 어떤 감정이 올라왔을까요. 이 음악이 마음을 되돌아보고 일상에 잠시 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도, 음악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글이 재미있으셨다면 다시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

Days of Soft Lon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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