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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완 May 22. 2020

순결

2018. 08. 31.

아는 작가가 칼럼에서 흠결 없는 피해자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느 사건의 피해자가, 일절 반박할 수 없이 피해를 입은 연민 받아 마땅한 사람이 과연 당위성을 갖추었는가 꼬집어 내려는 흑백논리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어디선가 피해자가 생기면 누구나 그를 가엾게 여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문제는, 만일 피해자가 순결하지 못하다면? 그 또한 과거 누군가를 향한 가해자였다면? 이 간악한 추론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도 자주 내가 입은 피해를 생각한다. 피해자로 살았던 나날을 기억한다. 어느정도 괜찮게 살고 있는 지금도 비슷한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필사적으로 플래시백을 지워버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결국 나 또한 같은 값에 도달하고 만다. 나는 피해자인가?

 흠결이 많아서 스스로 이렇게나 고통받는가? 알 수 없다. 생각하기 싫은 것들은 늘 '알 수 없음'으로 분류되어 잘 나오는 일이 없다. 이 문제 또한 그럴 것이다.

 예전으로 돌아가기 싫으면서 돌아가고 싶다니 아이러니하다. 살아가서 나은 점도 있겠지만, 물론, 인생이란 플러스와 마이너스 경계에서 어떻게든 흑자를 향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일제 생존 행위 아닌가.

 그런데 네가 자살했기 때문에 내가 피해를 입었다니 말도 안 되는 억지 인과 아닌가? 아니면 나도 모르는 새 인간성을 버렸거나. 결국 누굴 탓해야 좋은가? 탓할 필요가 없는가? 탓해서는 안 되나? '알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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