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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완 May 22. 2020

우아한 다크서클

2017. 03. 31.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 말은 어련한 변명이지 싶다. 그냥 귀찮은 거다. 오랜만이라고 할까 처음으로 이불을 털고 방청소를 하고  구조를 살짝씩 바꾸느라  상쾌해졌다. 공간 활용을 제대로 하려면 침구를 무조건 벽에 밀어 붙여야 한다.

 , 일기를 쓰려고 왔더니  말이 없다. 대부분 조류사회로 인스타그램에 넘겨버리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좋아하는 뮤지션이 연일 취업에 실패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거나 다른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고양이들이 꽃다발과 함께 노는 모습 따위를 찍은 사진 같은  보고 있자면 나는 내가  하러 여기에  건지 도무지  수가 없다. 일상은 똑같고 바이오리듬도 아주 건강한 데다 정신도 몹시 말짱하다. 오늘은 강변에서 잠깐   같은 기분이 들었을 뿐이지 우울하지는 않았다.

 우울에 근접한 나날을 살아오면서 나는 어떻게든 스스로에 관한 처세를 어느 정도는 완성시킨  분명하다.  이건 <김과장> 어느덧 종영해버려서 나타나는 단기적인 외로움인지도 모르겠다. 시끄러운 룸메이트의 휘파람 소리나 거슬리는 입버릇이나 도저히  열고  들어줄 수준의 노랫소리도 하루하루  지치게 하는 요인의 80%정도는 차지하는  같지만. 이건 아무래도 과장이다. 취소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글을   오랜만이다. 나는 내가  말이 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농축되어서 하나의 단단한 덩어리로 얽혀 배출구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같다.  애매한 말투도 도통 고쳐지지 않는다.

 주말이 되면 입학식을 며칠 앞둔다. 오리엔테이션은 하루 앞둔다. 필요한 서류부터 작성하고 입국하고나서   펼쳐보지 않은 <사피엔스> <미움받을 용기>  살펴볼 생각이다.  언제 한번 내가 고등학생 시절에 번역 용도로 썼던 구글 블로그를 발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새로운 소설 시리즈 하나가 업데이트 되었다고 '인생  있어. 이렇게 즐거운 일들이 많은걸.' 하는 아주 기특한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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