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할 기획서보다 '망하지 않는' 시나리오가 더 중요해

프로젝트 시작 전 필수 코스, '프리모템(Pre-mortem)'

by Wayne

프로젝트가 끝난 뒤, 우리는 항상 '회고(Post-mortem, 사후 부검)'를 합니다. "아, 그때 그 버그만 아니었어도...", "일정이 너무 촉박했어."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서로를 위로하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은 쓰립니다. 이미 프로젝트는 실패했고, 떠나간 유저는 돌아오지 않으며, 상사한테 깨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아무리 예쁘게 고쳐봐야 소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왜 우리는 항상 '실패한 뒤에야' 원인을 알게 될까요? 오늘은 실패를 사후에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미리 체험하고 예방 주사를 맞는 강력한 회의 기법, '프리모템(Pre-mortem, 사전 부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낙관주의의 함정: "다 잘 될 거야"라는 거짓말

프로젝트 킥오프(Kick-off) 미팅 분위기는 보통 화기애애합니다. "이 기능 나오면 대박 날 것 같아요!", "일정 내에 충분히 가능합니다!"

망했어.png

모두가 의욕에 차 있는 이 순간, '낙관 편향(Optimism Bias)'이 작동합니다. 누군가 마음속으로 '이거 기술적으로 좀 위험한데...'라고 생각해도,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되기 싫어 입을 다뭅니다. 이 침묵들이 모여 결국 프로젝트 후반부에 거대한 폭탄이 되어 터집니다. 프리모템은 이 침묵을 깨기 위한 '합법적인 딴지 걸기' 시간입니다.



2. 프리모템 진행 가이드: 미래로 떠나는 시간 여행

프리모템의 핵심은 "망할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이미 망했다"라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진행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미래 시점 설정: "자, 지금은 프로젝트 런칭 6개월 뒤인 2026년 7월입니다."
- 사망 선고: "우리 프로젝트는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유저는 아무도 쓰지 않고, 앱 스토어 별점
은 1점이며,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봤습니다."
- 부검 시작 (브레인스토밍): "도대체 왜 망했을까요? 각자 생각하는 치명적인 원인을 포스트잇에
적어주세요."


이렇게 판을 깔아주면 팀원들은 그제야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불안 요소를 쏟아냅니다.


"사실 A 기능 구현하려면 서버 비용이 감당 안 될 것 같아요."

"경쟁사 B가 다음 달에 무료로 푼다는 소문이 있던데..."

"이 디자인은 40대 타겟에게 너무 글씨가 작아요."


'재수 없는 소리'가 아니라, '통찰력 있는 분석'으로 칭찬받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3. 막연한 불안을 구체적인 '행동(Action Item)'으로

쏟아져 나온 실패 원인들을 분류하고 예방책을 세웁니다. 이것이 프리모템의 진짜 목적입니다.


치명적이고 발생 확률이 높은 것: 당장 기획을 수정하거나, 대안(Plan B)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 서버 비용 문제 → 초기엔 클라우드 용량을 제한적으로 설정하고 알림 받기)


치명적이지만 예방 가능한 것: 담당자를 지정하여 모니터링합니다. (예: 법적 이슈 → 런칭 전 법무팀 검토 일정 픽스)


어쩔 수 없는 것: 팀원 모두가 인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4. 비관주의자가 계획하고, 낙관주의자가 실행한다

고대 로마의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부정적 시각화(Negative Visualization)'를 통해 최악의 상황을 미리 그려보고 평정심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PM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하는 PM은 "무조건 잘 될 거야"라고 외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망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구멍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뒀다"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다음 프로젝트 킥오프 때는 팀원들과 함께 미래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세요. "우리 시원하게 한번 망해봅시다!" 라고 외치면서요. 그 1시간의 '가상 실패'가 6개월 뒤의 '진짜 성공'을 지켜줄 것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듀오링고는 왜 '연속 기록'에 목숨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