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이 설계해야 할 '보안과 편의성'의 황금비율
PM에게 가장 달콤한 유혹은 '무마찰(Frictionless) 경험'입니다. 사용자가 로그인부터 결제까지 물 흐르듯 막힘없이 진행하게 만드는 것이 최고의 UX라고 배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터지는 대형 플랫폼들의 보안 사고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보안 절차가 생략된 편리함은 결국 '사상누각'에 불과하며, 한 번의 사고로 쌓아올린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흔히 보안 절차를 사용자 경험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인식하곤 합니다. 인증 단계를 하나 더 넣으면 이탈률이 늘어날까 봐, 비밀번호 변경을 강제하면 사용자가 귀찮아할까 봐 두려워하죠. 하지만 PM이 명심해야 할 것은 '해킹당한 경험'이야말로 사용자가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UX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결제가 1초 만에 끝나도, 내 카드로 남이 결제하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서비스는 즉시 삭제됩니다.
따라서 PM은 보안을 귀찮은 절차가 아닌, 사용자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신뢰 기능'으로 재정의해야 합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2단계 인증(MFA)을 도입하고, 민감한 정보 접근 시 재로그인을 요구하는 것은 사용자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신을 이렇게 철저히 지키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행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단계에 철통 보안을 적용해 사용자를 지치게 만들라는 뜻은 아닙니다. 핵심은 '맥락'에 맞는 보안 수준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앱을 실행하거나 상품을 둘러보는 단계에서는 최대한의 편의성을 제공하되, 개인정보를 수정하거나 고액을 결제하는 등의 '민감한 행동'을 할 때만 허들을 높이는 '적응형 보안' 전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와 같은 기기에서 소액을 결제할 때는 생체 인증으로 빠르게 통과시키지만, 새로운 기기에서 접속하거나 평소 패턴과 다른 고액 결제가 발생할 때는 추가 인증을 요구하는 식입니다. PM은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위험도가 낮은 곳에서는 속도를 높이고 위험도가 높은 곳에서는 안전벨트를 채워주는 유연한 설계를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PM이 경계해야 할 것은 외부 솔루션에 대한 막연한 믿음입니다. 우리는 개발 속도와 편의성을 위해 소셜 로그인, 결제 모듈, 마케팅 툴 등 다양한 외부 SDK나 API를 연동합니다. 하지만 이 '편리한 도구'들이 우리 서비스의 보안 구멍이 될 수 있습니다.
외부 솔루션이 과도한 고객 데이터를 요구하지는 않는지, 그들의 보안 수준이 우리 서비스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유명한 솔루션이니 안전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대신, 우리 고객의 데이터가 제3의 업체를 통해 흘러나갈 가능성은 없는지 보안팀과 함께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국 보안과 편의성은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안전하지 않은 서비스는 아무도 쓰지 않고, 쓰기 불편한 보안은 우회당하기 마련입니다. PM의 역할은 이 둘 사이에서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설계를 통해 '안전하면서도 편리한' 최적의 지점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보안을 기획의 가장 앞단에 두는 것, 그것이 롱런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