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할 만석꾼과 망할 만석꾼의 머슴 들이는 재주 이야기
지리산에는 흥한 만석꾼과 망한 만석꾼이 있었다
소작농들은 땅 지주인 만석꾼이 일 년 머슴을 들이는 재주를 보면 흥망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 냈다
만석 꾼네의 소작농과 집안의 대소사를 관리하는 자를 논감생원이라고 했다
논감생원을 뽑는 일은 신중하고 신중한 일이었다
우격다짐하는 소작농들의 민원에서부터 집안의 살림살이가 그자의 손에 들려져 흥과 망을 내기 때문이었다
지리산 만석꾼은 논감생원을 뽑을 때 어떤 기준을 두었을까?
어떤 만석꾼은 집안에 들독을 두고 가장 무거운 들독을 들어 올리는 자를 논감생원으로 채용했다
소작농을 다스리고 집안의 여러 종들을 부리는데 힘센 논감생원이 최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만석꾼의 집안은 훗날 사라졌다
어떤 만석꾼은 봄에 쓴 나물을 좋아하는 사람을 논감생원으로 채용했다
소작농들과 집안의 종들이 만석꾼의 집안을 지켜가는 공동체의 일원이기에 힘이 아닌 마음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생각의 뿌리는 이랬다
지리산의 겨울은 길고 음식은 소금에 절인 식재료가 많았다
김치는 말할 것도 없는 밑반찬이었고, 여기에 각종 장아찌를 비롯하여, 고기 절임과 동치미까지도 소금기가 넘쳐났다. 그러다 보니 겨울을 지나면 몸이 짠 기운으로 범벅이 됐다.
사람의 몸에 짠 기운이 넘치면 신장과 방광의 기운이 강하게 되고 이는 곧 소장과 심장의 기운을 약하게 만든다는 오행사상의 수극화에 해당되는 상극 현상이 몸에 나타났다
즉 수(水)는 짠맛을 좋아하는 방광과 신장에 해당되고, 화(火는) 쓴맛을 좋아하는 소장과 심장에 해당되는데, 수는 화를 견제하고 다스린다고 하는 것이 오행사상의 상극인 수극화라고 한다.
봄이 되면 겨울 내내 짠 기운이 넘쳐났던 몸이 쓴맛을 찾게 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치 때문이라고 지리산 사람들은 생각했다.
봄에 쓴 나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연의 순리에 잘 적응해 내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려 내는 심성을 키워내었다
오랜 경험으로도 봄에 쓴 나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일 년 농사일을 잘하기 도 했다
조상들에게 상속받은 만석꾼의 논감생원 그 채용기준은 흥한 집안을 이어 주었다
봄에 쓴 나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일 년 농사를 잘 짓는다는 속담은 지리산 사람들의 생활이었다.
제대로 된 고을의 이름값 나잇값을 해내는 일은 백성의 마음을 디자인해 내는 것이고 답은 인문적 시선과 공심을 가진 사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