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公心은 무엇일까?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는 마음이다
우리들은 이렇게 배웠고 지켜왔다
그런데 요즘 그 공심이 공멸되어 생겨난 땅 투기 문제로 시끄럽다
나는 임실의 깊은 산골 작은 면사무소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시골 면사무소는 작은 나라 정부였다
사람살이 생로병사를 주관해서 주민들의 보살핌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곳이었다
출생신고, 어르신과 병든 사람 보살핌에 사망신고까지 그 여정에 든 사람살이 모두의 행정이 면사무소를 들고 났다
산비탈 자갈밭을 개간해서 고추를 많이 심어 살던 대부분의 주민들에게 면사무소는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해결해 주어야 했던 착한 도깨비방망이 었다
내가 처음 발령받은 날 버스를 타고 그 면사무소에 도착해서 면장실로 인사를 갔다
육십에 가까운 면장님은 어리숙한 시골 띠기 나를 보고 면서기 공직관이 튼튼해야 주민을 주인으로 잘 모실 수 있는 것이라며 한 가지를 당부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농사짓는 어르신들과 나누게 될 담배 한 갑, 막걸리 한잔 속에 든 고통의 속살을 잘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었고 내가 공직에 든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과 같은 말이었다
주민들은 농사일을 하다가 서울 사는 아들 취직에 필요한 호적등본이며 재산세 증명이며 주민등록등본 같은 서류와 면장 추천서를 받으러 면사무소를 방문하려면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버스를 타고 면사무소로 오셨다
대부분 평소에 친분이 많은 마을 담당 직원을 먼저 찾아서 자신이 필요한 서류를 말하고 면장 추천서도 받아야 하는데 누구한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렵게 말을 꺼내 부탁해온다 그러면서 담배 한 갑을 책상 위에 살짝이 꺼내 놓는다
그런 일은 어떻게든 해결된다는 것을 아신 어르신들이지만 작은 답례로 주인 노릇을 해야 체면이 선다는 상속받은 전통적 유전자의 지시를 이행하신 것이다
담배 한 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쌀 몇 되를 가지고 걸어서 먼 시장까지 가서 팔아 담배를 사신 것이다
처음 그 마음을 낼 때부터 면서기들의 책상에 올려놓을 때까지 과정에 가난한 주인 노릇의 고통이 얼마인지를 아는 것이 공심이라고 했다
내가 근무하던 그 면사무소에는 담배상자가 있었는데 가끔씩 그렇게 생겨난 담배를 모은 상자였다 매 분기마다 그 담배들은 가게에서 라면으로 바꿔 소년소녀 가정에게 지급되었다
농사짓는 주민들이 면직원에게 받은 민원 해결의 답례품 막걸리 한잔의 대접을 위해서 쓰는 꾸깃돈은 자신의 피땀으로 얻은 콩, 쌀 같은 것을 시장까지 가서 팔아 마련한 고통이 낸 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크고 작은 일들이 주민과 접촉되면서 인정이라거나 인심이라거나 사람의 도리라거나의 마음으로 공직과 거래가 생겨난다 설령 그것이 착한 공동체 살이의 접착제라고 해도 공심의 바이러스다
그날 이후 술, 담배를 내 몸에서 떼어낸 그때의 결심은 이제 석 달 후 나의 유물이다
공심에는 제초제를 살포하고 사심에는 비료를 뿌려서 재배해온 펜대 농부들의 수확물 개차반이 풍년인 시대에 산다
배고파서 굶어 죽은 머슴은 없지 않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