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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혁 I Brown Apr 14. 2024

저마다 그때에 맞는 싸움의 방식을 배우고있다

축구하다 깨달은 삶의 미학

20대 초반, 조기축구하는 아저씨들과 축구한 적이 있었다.

4,50대 아저씨분들은 배도 엄청 나오고 나이도 드셨으며 속도나 파워도 그리 좋지 않았다. 그분들은 “아이고 20대 청년들이랑 어떻게 하나~”라곤 했지만 말과 달리 표정에는 여유가 있어보였다. 역시나 결과는 우리의 참패였다.


예상대로 아저씨들은 우리보다 느렸고 우리보다 체력도 부족했으며 더 힘센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만의 싸우는 방식을 알고 있었다.

빠르게 뛰어들어가는 우리의 속도를 그대로 역이용해서 떨쳐낸다거나, 많이 움직이기보다는 영리하게 움직여서 적절한 파워싸움에서도 승리했다.


‘저마다 지금의 자신에게 맞는 싸움의 방식이 있다.’

그 날의 참패를 통해 깊이 깨달은 사실이다. 자신의 경험, 나이,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싸움의 방식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


인생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20대의 나는 끝없는 체력과 투지,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살았었다. 단돈 1백만원만들고 캐나다 워홀가서 살아남고, 일주일에 6~70시간씩 일하면서 첫 회사에서 인정받았었다. 스타트업에 와서도 초반엔 비슷한 방식으로 전쟁터에 임했던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니 내 싸움 방식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가정이 생기면서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의 소중함도 점점 더 커져간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 조금씩 쉬는 시간을 늘려 나가고 있다. 개인의 합보다 큰 조직의 힘도 배우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남들에게 맡기느니 혼자서 다 하는게 마음 편하던 시절은 뒤로하고,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을 불러 모아 큰 그림을 그리고 그들에게 위임하며 함께 싸우기 시작했다. 절대적인 업무량보다 영리하게 퀄리티를 챙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나라는 사람도 계속 변하면서 또 거기에 맞는 싸움의 방식을 스스로 깨우쳐가고 있다.


‘혹시 누구든 언제든 쓸 수 있는 정답같은 방식이 있을까?’

나보다 어리거나 경험이 적은 친구들이 물어볼 때가 있다. 빨리 성장하고 빨리 더 시니어처럼 잘하고 싶은 그들은 소위 어떻게 빨리 더 잘 싸워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을 자주 한다. 실질적인 조언을 할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도 언젠가 시니어분께 들었던 이야기를 해준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서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책이나 아티클, 멘토링이나 여러 학습들이 의미 없다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이나 조직이 커가면서 겪는 모든 문제들은 (학습을 통해) 예상할수는 있지만 스킵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매단계마다 켜켜이 쌓인 실패가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고 그때에 맞는 싸우는 방법을 찾아가게 해줄것입니다“


몇년 뒤면 나는 스타트업씬에서 10년을 넘게 일하고, 나이는 40대가 되고, 자녀가 생기고, 더 거대한 팀을 위해 일하게 될것이다.

그때의 나의 전술, 즉 싸우는 방식이 어떻게 될지는 솔직히 예상이 잘 안된다. 하지만 위의 이야기처럼 앞으로의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온전히 겪어 가면서 그때에 맞는 나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아이고~ 20대 친구들과 공차면 우리가 어떻게 이기냐”는 말과는 다르게 싱글벙글하고 계셨던 그 조기축구 아저씨와 같은 여유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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