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바람에 실린 샤갈의 꿈

예술은 우리를 현실에서 해방시키고, 현실을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든다.

by Ken

미술관으로 가는 길


회색빛 구름이 낮게 깔린 제주의 하늘 아래, 미술관이 고요히 서 있었다. 현대적인 콘크리트 건물과 그 앞으로 펼쳐진 잔디밭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마치 샤갈의 그림처럼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나를 맞이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돌바닥이 내는 소리는 작은 북소리 같았고, 그것이 내 가슴을 두드리며 기대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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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 앞의 만남

전시장 입구, 선명한 빨간 벽면에 새겨진 'Marc Chagall'이라는 이름. 그 글자체가 주는 온기는 마치 샤갈 자신이 직접 써준 사인처럼 느껴졌다. 빨강은 단순한 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었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색이었으며, 예술가의 뜨거운 열정이 응축된 온도였다. 그 앞에 서 있으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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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피어나는 캔버스

샤갈의 작품 앞에 섰을 때, 시간이 멈춘 듯했다. 빨간 화폭 위로 흩날리는 꽃들과 떠다니는 연인들, 그리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초록빛 환상. 파란 벽에 걸린 그의 리트그라프는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색채들이 서로 대화하고 있었고, 나는 그 대화의 목격자가 되었다.

작품 속 꽃다발을 든 여인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향기가 났고, 하늘을 나는 연인들에게서 첫사랑의 설렘이 되살아났다. 샤갈이 그린 것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기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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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와 샤갈이 만나는 순간

신기했던 것은 샤갈의 그림이 제주의 공간 안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미술관 밖으로 보이는 제주의 풍경과 샤갈의 환상적인 세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어쩌면 예술은 국경도 시대도 초월하는 보편적 언어인지도 모르겠다. 샤갈이 그리워한 러시아의 고향 비텝스크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제주, 그 사이의 거리가 한순간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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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에

전시를 마치고 나오는 길, 처음 들어올 때와는 다른 마음이었다. 하늘의 구름들이 샤갈의 그림 속 요소들처럼 보였고, 바람 소리마저 그의 작품에서 들었던 멜로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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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예술은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고 했던가. 샤갈의 꿈을 함께 꾼 이 오후, 나는 조금 더 부드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일상 속에서도 작은 기적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얻었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 만난 샤갈의 세계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하나의 여행이었다. 예술이 주는 선물을 가슴에 품고, 이제 내 일상도 샤갈의 그림처럼 조금 더 아름다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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