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아르바이트를 하며 느끼는 점들.
소아과 병원 근처에 있는 약국에서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부모교육을 받게 된다. 가령, '나도 저런 엄마가 돼야지'나 '저런 부모가 되지 말아야지'와 같은. 오늘은 전자, 후자를 모두 배웠다.
먼저 전자다. 두 딸을 가진 부모였다. 아이 엄마는 처방받은 약을 약봉투에 적힌 것과 꼼꼼히 비교해보며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곤 할말이 있는 듯 카운터로 다가왔다.
"이거 약이 바뀐 것 같은데요? 저번과 똑같은 처방인데 약 색깔이 달라요" 약사는 계속 살피더니 잘못 지었다며 다시 해드리겠다고 했다. 조비락스라는 파란 색 약을 빼놓고 조제한 것이다.
꼼꼼한 부모 덕분에 아이의 약을 제대로 지을 수 있었다. 하마터면 제값주고서 아이의 증상에 꼭 필요한 약을 빼놓고 먹일 뻔 했다.
다음으로 후자다. 유난히 좁은 약국을 가득 채우는 여자아이의 울음소리였다. 목청이 큰 4-5살 여자아이인 것 같았다. 조제실에서 cctv를 보았다. 역시나. 양갈래를 곱게 땋은 빨간 자켓의 여자아이였다.
지금 바로 약을 먹여도 된다는 약사의 말에 아이 엄마는 정수기 앞에서 약을 먹였다. 다소 거친 듯한 자세로 아이의 입에 가루 약을 털어넣었다. 아이는 곧 울음을 터트렸다. 쓰다면서.
"오늘 약을 쓰게 지어주셨나봐~ 우리 애 약 잘 먹는데!" 아이의 엄마는 조제 보조 실장님한테 물었다. 실장님은 우리가 쓰게 지어주고 싶어서 지어주는게 아니라 처방받은 약이 쓴거라고 말했다.
"그럼 시럽을 넣어주시면 되잖아요" 아이 엄마는 당연한 소리를 하듯 되물었다. 실장님은 시럽도 약도 약국 마음대로 처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으~ 우리 애 약 잘 먹는데..." 아이 엄마는 물을 더 가지러 갔고 아이는 자기 얘기를 하는 걸 아는지 더 크게 울어댔다. 아이가 계속 울고 있는데 아이 엄마는 물을 더 먹이려 아이 팔을 거세게 잡아 당긴다. 아이는 살짝 휘청거리는 듯 했다.
아이의 약이 바뀐 걱 같다던 아이의 엄마는 쓴 약을 다 먹은 막내 딸에게 이리오라고 하더니 잘했다며 꼬옥 안아줬다. 아이가 스스로 인내심을 가지고 한 일에 대해서 칭찬해주는 것을 잊지 않는 엄마의 자세가 내 눈에 슬로우모션으로 보였다.
이렇듯 잘난 자식, 못난 자식, 말 잘 드는 자식, 고집만 피우는 자식이 있으면 그만큼 부모들도 각양각색이다. 내가 아이한테 대하는대로 곧 내 아이가 타인에게 똑같이 할 수 있음을,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 앞에서 찬물도 함부로 마시면 안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이다. 아이는 잘못이 없다. 옳고 그름을 짚어주는 부모의 잘못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