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음이 시간을 깨웠다.

프랑크푸르트

by 원성진 화가

스무 해가 흘렀다. 시간은 같은 속도로 지나갔지만, 그 시간을 건너온 몸은 분명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다시 발을 들였을 때, 나는 그 차이를 별다른 감상 없이 받아들였다. 기억 속의 공항은 컸고 밝았다. 지금의 공항은 오래된 구조물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변화는 공간에 있지 않고, 그것을 바라보는 눈에 남아 있었다.


공간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그 위를 통과하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일 뿐이다. 우리가 장소를 기억한다고 말할 때, 그 기억에는 언제나 당시의 호흡과 시선이 함께 묻어 있다. 젊을 때의 세계는 쉽게 부풀어 오르고, 시간이 쌓인 세계는 자연스레 압축된다. 그 사이에서 낯섦은 조용히 생겨난다.

공항의 공기는 여러 겹으로 쌓여 있었다. 제트 연료의 냄새, 오래된 건물의 잔향, 지나간 사람들의 호흡이 서로 섞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늘 출발과 도착이 겹쳐진다. 과거의 기억과 앞으로의 예감이 현재라는 얇은 층 위에서 동시에 움직인다.


렌터카 데스크로 향하는 통로는 예상보다 길었다. 표지판을 따라 걷는 동안, 과거의 내가 몇 걸음 앞서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스쳤다. 길이 길어질수록 감각은 예민해졌고, 방향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잠시 스며들었다. 데스크를 발견했을 때의 안도는, 세계가 다시 이해 가능한 질서를 회복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자, 엔진의 떨림이 손끝에 닿았다. 기계는 즉각 반응했고, 몸은 천천히 따라왔다. 공항을 벗어나 도로에 들어섰을 때 경적 소리가 들렸다. 삼십 년의 운전 경험은 이곳에서 잠시 효력을 잃었다. 낯선 규칙 앞에서 몸은 다시 배우는 쪽으로 기울었다.


회색 하늘 아래 구름이 낮게 흐르고 있었다. 차창 밖의 풍경은 일정한 속도로 흘러갔다. 젊은 시절의 나는 세계를 더 날카롭게 느꼈다. 흔들림은 자연스러운 상태였고, 감각은 쉽게 열려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몸은 보호를 배웠고, 그 보호는 점차 층을 이루었다. 굳은살처럼.


그 단단함 아래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경험은 사람을 단련시키는 동시에 감각을 둔화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흔들림을 감지할 수 있다면, 세계와의 접촉은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완전히 고요한 상태는 안정과는 다른 방향을 향한다.


해가 기울 무렵 만하임에 도착했다. 겨울 공기는 정돈되어 있었고, 도시의 불빛은 일정한 간격으로 어둠을 채우고 있었다. 숙소를 찾는 길은 한 번에 열리지 않았지만, 그 지연은 불편으로 남지 않았다. 방향을 더듬는 과정에서 도시는 조금씩 구조를 드러냈다. 삶도 대개 그런 식으로 이해된다.


짐을 풀고 라인 강 근처의 작은 식당으로 향했다. 따뜻한 수프와 빵, 익숙한 향의 음식이 몸을 풀어주었다. 주변의 대화는 의미를 알 수 없었으나, 그 소리는 공간을 부드럽게 채우고 있었다. 이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곧 거리감을 만들지는 않았다.


식당을 나와 골목을 걸었다. 자전거가 지나가고,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창가에서 이어지는 대화, 진열된 과일들, 가로등 아래의 돌바닥. 이런 장면들이 도시의 호흡처럼 이어졌다. 사유는 이런 반복 속에서 조용히 발생한다.


차를 몰아 숙소로 돌아오는 길, 속도를 낮췄다. 이 밤이 조금 더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삶을 지탱하는 힘은 대개 이런 미세한 지연에서 생겨난다. 하루를 되짚으며 떠올린 장면들은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흐름을 이루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들렸던 렌터카의 시동 소리. 그 소리는 이동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자, 또 다른 시간으로 들어가는 문턱처럼 남아 있었다. 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추어, 아직 세계의 진동을 감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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