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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형 Apr 20. 2020

제6화: 뉴욕시는 어떻게 획기적으로 범죄율을 낮췄나?

소소하지만 탁월한 기획 사례 

“내가 인마 느그 서장이랑 인마 어저께도 어! 같이 밥묵고 어! 싸우나도 같이가고 어! 마 개이섀꺄 마 다했으” 


이제는 거의 전 국민이 알고 있고, 성대모사까지 가능한 어느 영화의 명대사이다. 오래전 개봉한 영화이지만 아직까지 그 인기가 식지 않고, 다시 봐도 재미있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속의 대사다. 


영화의 배경은 군사 정권이 막을 내리고, 민간 정권이 들어선 1990년대이다. 그때 당시 새롭게 취임한 신임 노태우 대통령은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모든 공권력과 경찰력을 투입하여 조직 폭력배 및 범죄자 소탕에 나선다. 영화의 주요 내용도 이런 범죄와의 전쟁 속에 살아남기 위한 주인공들의 권력 다툼과 배신 등의 내용으로 그리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에 최민식, 하정우, 조정웅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의 출연한 만큼 그 몰입감이 매우 높다. 근데 이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건달들만 다 때려잡으면 범죄가 해결되나?’ 


범죄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신임 대통령은 ‘범죄 발생 증가’에 대한 문제를 ‘범죄자의 문제’로 정의했다. 그래서 대대적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범죄자 검거’라는 해결책을 통해 범죄 발생 증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범죄 발생 증가’라는 문제를 전혀 다르게 정의하고 해결한 사례가 미국에 있다. 바로 이번 글의 주제이자, 재임기간 내내 93%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던, 뉴욕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의 이야기이다. 




1993년 뉴욕 시장으로 부임한 그는 재임기간 동안 뉴욕에서 부정부패를 추방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범죄율을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춘 시장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가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방법과는 조금 달랐다. 바로 ‘범죄 발생 증가’의 문제를 새롭게 정의했기 때문이다. 그는 뉴욕 시에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문제를 ‘범죄자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뉴욕시가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다’라고 새롭게 정의를 하고 시작했다.


질문의 전환
어떻게 하면 범죄자를 잘 검거할 수 있을까?
->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가 이런 생각을 떠올린 것에는 한 가지 이론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할 경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건물의 다른 유리창도 모두 깨지게 된다는 이론이다. 작은 무질서를 방치하면 주변으로 무질서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나 결함이라도 소홀히 하면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뉴욕시 범죄율 문제에 적용한 것이다. 그는 이 이론을 기반으로 중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며, 환경미화 및 경범죄 단속에 주력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그랬던 것처럼 경찰 인력 증대를 통한 범죄자 검거가 아니라, 소소한 범죄를 예방하고 거리 위의 질서 확립, 환경 개선에 집중했다. 주요 거점에 CCTV를 설치해 낙서와 쓰레기 투기 행위를 단속했고, 소매치기, 무임승차, 교통신호 등 경범죄 단속을 강화해 나갔다. 이런 그의 시정에 언론과 대중은 비웃었고 겁쟁이라고 놀려 대기도 했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2010년에는 살인, 강도 등의 중범죄가 1990년 정점 대비 75%가 줄었다. 물론 도시 전문가들은 뉴욕시 범죄율 하락은 다양한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지만, 문제를 새롭게 정의한 그의 기획 능력 덕에 범죄율 하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흔히 우리는 A가 문제라고 생각하면, A를 해결하자는 단선적인 사고에 빠진다. 하지만 줄리아니 시장은 범죄율 증가가 문제라고 했을 때, 한 번 더 고민하고 문제를 새롭게 정의했다. 이를 통해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자는 발상을 이끌어 냈고, 새로운 해결책을 통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니, 새로운 해결책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면 다른 가능성이 보이는 사례를 2016년 ‘하남 스타 필드’를 보면서 발견할 수 있었다. 신세계 정용진 회장은 스타필드를 오픈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유통업의 경쟁자는 놀이동산이나 야구장이 될 것이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에는 줄리아니 시장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 발상의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통업의 본질이자 문제가 ‘어떻게 하면 많이 팔까?’ 였다면, 정용진 회장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많이 오게 할까?’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오랜 시간 머물면 자연히 매출도 오르게 되어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나온 컨셉이 쇼핑, 레저, 힐링 등이 결합된 복합 체류형 공간이었다. 단순히 물건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을 모으고, 시간을 보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에 따라 기존 쇼핑몰들과는 차별화된 전략도 선보였다. 단적으로 하남 스타필드의 주차비는 무료이다. 또한 반려견 입장도 자유롭게 가능하다. 모든 전략을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에 맞추다 보니 나온 조치들이다. 이런 전략은 ‘스타필드’라는 공간의 이름에도 반영되어 있다. 단순 판매 시설이 아닌 고객에게 꿈과 희망을 주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별(스타)과 같은 공간, 단순히 넓은 쇼핑공간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놀 수 있는 마당(필드)이다. 


기존 유통업체들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 스타필드는 매일 10만 명의 방문객이 방문하는 쇼핑명소가 되었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선진 쇼핑문화를 선보이며 지금까지 전국 6개점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물론 신세계라는 브랜드, 최신 시설, 입점 브랜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작에는 한 가지 질문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많이 오게 만들까?”


‘많이 팔까’가 아닌 ‘많이 오게 할까’ 이 질문의 전환에서 스타필드가 시작되었고, 앞으로 이 질문을 버리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 쇼핑문화를 선도해 가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 글의 주제인 뉴욕시 범죄율 하락에 적용된 기획의 세 줄로 글을 마무리한다. 


첫 줄: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두 줄: 범죄율을 낮추고 싶다. 
세 줄: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을 개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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