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친구들과 멀어지는 이유

가정환경과 기회

by 워리천

최근 가장 친한 친구와 멀어져 예전처럼 자주 볼일이 없을 것 같다. 아니 생각해 보면 이미 멀어진 지 몇 년은 됐다. 종종 연락은 했지만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이제 앞으로는 자주 볼일이 없을 것 같다. 그 친구와 멀어진 이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별히 싸우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꼽자면 내가 조금 멀리 이사를 오면서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고 자연스럽게 멀어진 게 맞겠다. 이사가 그 친구와 멀어진 가장 큰 이유겠지만 지금은 다른 이유가 생겼다. 정말 친한 친구라면 어린 나이도 아니고 시간을 내서 볼 수 있겠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나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성인이 되고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니 그 친구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 거 같다. 아무 걱정 없던 어릴 때는 항상 붙어 다녔고 뭐든 같이했던 친구였다. 눈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지냈는데, 나이가 들고 서로 짊어진 삶의 무게가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더라.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정말 평범하게 학교를 나오고 취업을 해 회사를 다녔다. 몇 번의 이직도 했고 백수로 지내던 시절도 있었다. 그 친구는 성인이 되면서 나랑 다른 삶을 살았다. 사회 초년생 때는 나랑 비슷하게 대학교를 나오고 취업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는 부모님 건물의 월세를 받으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여유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나도 열심히 하면 저런 건물쯤이야 사서 월세 받으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회생활은 녹록지 않았고, 한정된 월급으로는 건물은커녕 내가 살 집하나 장만하기도 어려웠다. 몇 년 전 나는 이직을 하면서 태어나서 자란 동네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왔고, 그러면서 그 친구와는 점점 만나는 횟수도 줄면서 연락마저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까 얼마 전 다른 친구에게서 그 친구의 소식을 듣게 됐다. 1억 원이 넘는 차를 샀다는 거다. 그 순간 축하하는 마음보다 씁쓸한 마음이 앞섰다. 아마 그 친구도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연락을 안 했던 것 같다. 참으로 내가 못났다 생각했다. 그간 몇 년간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나는 아직도 다음 달 생활비를 걱정해야 했고 집 장만은커녕 타고 다니는 차 마저 10년이 넘어서 새 차를 사려고 싸고 저렴한 중고차를 알아보던 중이라 그 마음이 더 아팠던 것 같다.


살다 보면 다양한 이유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 멀어질 수도 있다. 이사, 결혼, 성격문제 등등 하지만 경제적인 수준으로 인해 멀어지는 이유가 제일 비참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그런 마음이다. 잘되는 친구를 보고 동기부여를 받아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갖기에는 이미 이 사회를 너무 잘 알아버렸고, 적지 않은 나이에 다양한 기회마저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오늘도 내일을 걱정하고 있다.


물론 진정한 친구라면 돈이 무슨 상관이야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릴 때야 새우깡을 안주로 소주 한잔에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면밀하게 말하자면 내가 그 친구의 보폭을 맞출 수가 없다는 거다.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생활수준이 맞아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사는 이 세상에서는 그렇다.


그렇다면 나는 친구가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는 심술궂은 루저일까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 다만 그 친구와 나는 출발선이 달랐고 그 격차를 따라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먼 것뿐이다. 나는 이제 막 달리기 시작했는데, 100미터 앞에서 달리는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달릴 순 없지 않은가. 단지 그뿐이다.


이런 나를 위로하고 변명해 보자. 시간을 값으로 계산한다면 그 친구와 나의 시간의 값은 절대 같지가 않다. 같은 시간을 일하고 같은 시간을 논다면 절대적으로 나의 손해로 끝나고 만다. 그러기에 당장의 쾌락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친한 친구와의 추억은 기억에 묻고 하루하루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를 갈고닦아야 한다는 거다. 1년, 2년 아니면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 아직은 알 수가 없지만 언젠가는 그 친구와 웃으면서 소주 한잔하며 내가 그간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