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ndoong Play’s Mission Statement
빈둥은 놀이에 대한 몇 가지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놀이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보이지 않는 배려와 신뢰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약속이 전제되어 있지 않으면 자칫 놀이는 재미가 없어지고 또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실외에서 어린이들이 진짜 놀이를 마주하기 위해서 다음의 원칙들을 함께 지켜나가길 제안드립니다
물론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제안하는 활동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여러 교육적인 목적을 위한 매개 활동의 역할이지 진짜 놀이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빈둥 플레이의 생각입니다. 진짜 놀이는 어린이 내면에서 ‘하고 싶다’ 하는 동기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동시대 어린이들에게 충분히 자신이 ‘하고 싶다 ‘하는 것을 탐색할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 빈둥플레이의 진단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일을 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고유한 놀이의 길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 줍시다.
부모 봉사자를 포함한 플레이 워커의 역할은 결코 감독하고 가르치는 역할이 아닙니다. 안전지킴이라는 명분 아래 보안관 역할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빈둥에서는 ‘위험’을 재난적 위험(HAZARD)과 선택 가능한 위험(RISK)으로 구분해서 보고 있습니다.
플레이워커는 튀어나온 못, 밟으면 부러질 목재, 쓰러질 수 있는 구조물 등 어린이들이 통제할 수 없는 위험요소들은 사전에 제거합니다. HAZARD는 철저히 주의하고 통제해서 어린이들을 재난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합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어린이들이 도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하지 마’라고 결코 말하지 않습니다. 종종 과잉된 욕구로 우려할 만한 도전을 하려는 어린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플레이워커는 옆에서 지켜보다가 ‘진짜로 도전할 거야? 해도 좋아 하지만 그 결과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해.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하면 진짜 다리가 부러질지도 몰라.’라고 슬며시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가 도전하겠다고 하면 주의 점을 알려 주고 도전을 기다려 줍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진짜 놀이의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아끼는 선택을 합니다. 사실 사고가 나는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어른들 이 안전을 위해 도전거리가 하나도 없는 재미없는 환경을 구성해 놓았을 때 재미를 추구하려고 기구를 거꾸로 이용하다가 사고가 발생합니다. 선택 가능한 도전거리가 있을 때 어린이들은 점진적으로 자신의 신체의 가능성을 신중하게 실험해 봅니다. 또한 어른들이 지나치게 억압적으로 어린이의 행동을 제약하려 할 때 오히려 과잉 행동으로 자기 존재를 과시하려다가 사고가 납니다. 플레이워커는 응급키트처험 어린이들이 필요로 할 때 응답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린이가 도전하고자 할 때 팁을 슬쩍 던져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 다. 빈둥의 어른들은 놀이를 가르치거나 이리저리 지시하거나 섣불리 금지하지 않습니다.
빈둥에서 놀다 보면 종종 주운 멋진 나뭇가지 하나를 차지하려고 다투거나 스스로 건설한 아지트에 다른 친구들이 들어오려 할 때 ‘네가 왜 들어오냐고’ 갈등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소비사회 속에서 관계 맺는 방식에 익숙하다 보니 어린이들도 무의식적으로 소유에 대해 예민한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사회가 만든 물건들과 달리 자 연의 품은 넓고 너그럽습니다. 다른 모양의 나뭇가지들이 주변에 널려있고 또다시 아지트를 건설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이 숲 속 곳곳에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갈등 과정 속에 서 스스로 해법을 찾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 줍시다. 갈등을 겪고 다투면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놀이의 일부입니다.
어른들 입장에서 갈등은 나쁜 것이라고 진단하고 섣불리 개입하여 해결하려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힘의 위계에 의한 갈등과 폭력은 빈둥에서 허락되지 않습니다. 빈둥의 디렉터는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린이를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잠시 추방할 수도 있습니다. 빈둥은 갈등 또한 공동체적 관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임을 알고 있습니다
빈둥은 어린이의 살아 있는 실험실입니다.
빈둥은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리저리 끄적이고 실험하고 첨벙 대고, 멍 때리는 등 다시 말해 헤맬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는 장소입니다. 어린이의 놀이는 연금술입니다. 주변의 널린 평범한 조각들을 주워 모아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놀이는 삶과 도구의 저항을 받아들이면서도 얽매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놀이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마치 인생의 모든 것인 것처럼 진지하게 빠져들다가 놀이가 끝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인 양 훌훌 털어 버리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놀이는 현재의 인내를 담보로 미래의 행복을 사려는 대부분의 교육 방식들과 반대로 현재를 사는 것입니다. 빈 둥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멍 때릴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합니다.
빈둥은 위의 모든 경험적 확신에 근거해서 어린이들에게 선택 가능한 도전과 자율적 놀이를 허용합니다.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린이가 놀다가 다치는 일은 스스로의 책임이라는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운영하는 기관이 책임을 면하기 위한 금지조항만 많아지고 자칫 놀이는 재미가 없어질 것입니다. 영국의 모험놀이터 설립자였던 알렌 Allen 남작부인은 “ 어린이의 영혼이 부러지는 것보다 뼈가 부러지는 것이 낫다”라고 말하였습니다. 빈둥의 플레이워커들은 재난적 위험과 폭력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은 빈둥의 자유로운 환경에 노출시키길 꺼려지시는 보호자께서는 다음주부터 함께 할 야외 활동에 함께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실재로 빈둥의 가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에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빈둥은 그중에 하나의 방식에 불과합니다.
모든 위험과 도전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빈둥의 가치관에 동의하시고 이 실험에 함께 주체적으로 동참하길 원하신다면 동의서를 제출해 주시고 다음 주부터 ‘비밀의 숲’에서 신나게 놀아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