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는 윤곽

50‰

by 김가희




§ 나라는 윤곽


우리는 늘 스스로를 하나의 견고한 덩어리라 믿으며 살아간다. 속이 꽉 찬 조각상처럼, 흔들림 없는 단단한 정체가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 단단함은 실상 타인의 시선이 덧칠해 준 외형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나는 나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확신하지만, 사실 나의 시선은 언제나 나의 매끄러운 표면만을 무력하게 맴돌 뿐이다.


이 세상에 오직 ‘나’라는 존재만 남겨진 풍경을 상상해 본다. 관계도, 잣대도, 비교할 대상도 모두 소멸해 버린 진공의 상태. 별빛 한 점 들지 않는 절대 고독의 공간에서 ‘나’라는 개념은 과연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까. 어쩌면 자아라는 것은 타인과의 적절한 간격, 그 사이를 메우는 긴장감 속에서만 겨우 형태를 얻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꽉 찬 존재'라기보다 '비어 있음'에 더 가깝다. 무언가로 채워져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맞닿는 그 찰나의 접점에서 비로소 태어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연결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 우리의 자아 역시 안개처럼 흐릿하게 흩어지고 만다. 결국 나는 홀로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당신이라는 윤곽을 빌려야만 비로소 증명되는 점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