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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기노 Dec 19. 2023

‘한동훈 비대위원장’ 불가론도 확산, ‘윤심’은 어디에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위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당겨쓰는’ 쪽으로 입장을 굳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동훈 장관은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이 바라지 않는다면 비대위원장은 물론이고 국민의힘에 입당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는 전언이 흘러나오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본심)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에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와 더욱 국민의힘은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한 장관으로서는 국민의힘 일부에서 반대가 강력하게 제기됨에도 비대위원장을 맡았다가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완전히 정치 초짜인 자신이 여야가 목숨을 걸고 덤비는 총선의 집권당 수장이 되는 것에 대한 정치적 압박감과 부담도 극심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여당 패배 시 자신이 받을 타격도 크지만 그 후과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계산이 서지 않을 정도입니다. 


국민의힘 ‘친윤계’들인 김성원 지성호 김석기 의원 등이 지난 15일 비상 의총에서 내세웠던 ‘한동훈 비대위원장’ 논리는 ‘비정치인 출신의 참신함과 높은 대중성, 화려한 언변’ 등입니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을 밀어붙이려는 민주당에 대항해 그동안 야당과 지난한 싸움을 벌여온 한 장관의 ‘민주당 묵사발 만들기’ 노하우에도 기대를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며칠 동안 진행된 집권당의 ‘한동훈 검증’은 수준을 논하기 민망할 정도로 참담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1년 대선후보 경선 때처럼 ‘조금 된다 싶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누군가가 갑자기 파 놓았을 ‘구멍’ 속으로 뛰어들기 바쁩니다. 이번 한동훈 비대위원장 인선 관련 의총에서도 김웅 의원 등의 비주류가 ‘멈춰’라고 외쳐도 친윤계와 무소신파 의원들은 ‘한동훈 대세론’으로 우르르 몰려갔다고 합니다. 


‘한동훈 무결점 신격화’의 분위기가 비대위원장 인선 과정을 휩쓸었고 일부 언론은 마치 기정사실처럼 한동훈 확정설을 경마보도 식으로 쓰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장관의 ‘일단 스톱’ 사인이 여권 고위 관계자에게서 나온 이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2월 6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이런 난관들을 뚫고 요행히 한동훈 장관이 비대위원장 자리에 올라앉는다고 해도 과연 그가 그 직책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요. 회의적입니다. 일단 한 장관의 언행일치 실천 의지에 대해서도 우려스럽습니다. 한 장관은 자신의 정치 도전설이 극에 달했던 지난 11월 21일 대전을 방문해 “여의도 300명이 아닌 5000만 국민들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자신 있게 외쳤습니다. 


이 또한 국민을 말로 현혹하는 여의도 문법의 철 지난 클리셰(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 같습니다. 한 장관은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지만 정치는 ‘언어영역 수능’이 아닙니다. 여의도 현장에서 매일 반대 세력들과 머리를 맞대고 협상하고 토론해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얻어내야 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한 장관이 경원시하는 여의도 문법도 결국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나옵니다. 그들만의 권력 놀이에 빠져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해 내지 못해 욕을 먹고 있지만 그렇다고 국회를 해산시킬 수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여의도 문법 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장관이 지금까지 푼 민주당 관계 관련 여의도 문법 시험만을 놓고 본다면 낙제 수준입니다. 


결국 여의도 문법이 국민의 문법이 되는 것입니다. 한 장관이 말발로 야당을 무시하고 조롱하고 도발을 일삼는 것만을 ‘정치’의 본령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심각한 ‘인지 장애’입니다. 국민들은 ‘말만 번지르르한 정치인’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한 장관이 국민 문법을 실천할 구체적인 비전과 실행계획을 이번 비대위에서 확실하게 내놓지 못한다면, 내놓아도 그것을 실천할 능력이 없다면, 이번 한동훈 비대위원장 인선은 최악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정치신인인 한 장관의 집권당 비대위원장 직행이라는 사상 초유의 ‘특대 영전’도 공정한 경쟁을 외치는 윤석열 정권의 정체성과 얼마나 맞는지 의문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한동훈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서 어떻게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를 가져갈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윤석열-한동훈의 형님 동생 관계’를 보면 한 장관이 과연 윤 대통령을 밟고 올라설지 미지수입니다. 물론 윤 대통령 내락 하에 대통령을 밟는 시늉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국민 문법’ 문제에서 금세 오답임이 드러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제일 왼쪽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이라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자리에 오르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검사 시절부터 윤 대통령이 유독 한 장관을 ‘동생’처럼 대하며 자신의 후임 자리를 맡기는 식으로 살뜰하게 챙겼습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한동훈을 기수 연령 파괴로 법무부 장관으로까지 밀어 올렸고 급기야 40대 집권당 비대위원장이라는 믿을 수 없는 자리까지 내주려고 합니다. 


한 장관은 온몸으로 ‘보은’의 의지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특수통 검사 특유의 절대 명령복종과 상하관계가 몸에 뱄을 것이고 그것이 오늘의 한동훈 장관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김건희 특검법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형님 동생’ 관계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한 장관이 여의도보다 더 받들어 모시는 ‘국민’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김건희 특검법 항목은 국민의 70% 이상이 찬성한다는 게 정답입니다. 국민 문법을 유난히 좋아하는 한 장관이 과연 어떤 답을 고를지 궁금합니다. 


현재의 당내 분위기로는 ‘김건희를 내주고 총선에서 살자’는 공감대가 알게 모르게 형성돼 있고 보수언론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고 난리를 피웁니다. 보수언론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윤석열 성향상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 찬성 대세론을 받아들이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판단을 일임하는 ‘절대 반지’를 줄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한 장관의 옵션은 두 가지입니다. 대통령이 절대 반지를 주는 척해도 모른 척 자신만의 전략으로 특검법 정국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주당의 정치적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단골 ‘민주당 끌어들이기’ 전략으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것입니다. 민주당과의 전면전도 불사하는 과정에서 한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 강력한 전투 리더십을 발휘해 그것이 당으로부터 인정받는다면 대권 도전에도 ‘꽃길’이 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니면 철저하게 ‘윤석열의 동생’ 역할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안도 용산과 철저하게 주파수를 맞추고 ‘한 몸’처럼 움직입니다. 지금으로선 한동훈의 선택을 예단할 수 없기에 더욱 이 대목이 궁금해집니다. 용산과 주파수 동조가 이뤄질 경우 김건희 특검법은 여당의 최대한 버티기와 저항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기현 대표 체제 때보다 더 확실한 ‘윤석열 아바타’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월 24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까지 철저하게 ‘정치’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죄인’이라는 이유로 아예 만나지도 않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후보를 대표로까지 무지막지하게 끌어올린 것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사상 초유의 정치 실종 사태입니다. 이번 한동훈 비대위원장 ‘낙점’에도 관여한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어 만약 한 장관 비대위원장이 실현된다면 다시 한번 대통령의 독단적인 ‘당무 결정’이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겠습니까.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대야 관계가 사실상 와해하면서 민생 경제 문제 등이 표류하고 국가 주요 지표도 난망한 수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3번이나 바뀌는 상황은 아무리 윤 대통령이 정치 신인이라고 해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이 가장 믿는 ‘동생’ 한동훈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끌어당기려는 선택은 정치 신인을 통해 여의도 문법을 바꾸겠다는 소신이 아니라 ‘그냥 될 대로 돼라’는 ‘무대뽀 전략’에 더 가깝습니다. 


이렇게 당 일각에서 ‘한동훈 불가론’이 계속 터져 나오자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전당대회 때의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못하고 당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정치인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인데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출신은 절대 안 된다’는 반발이 심해지자 김 위원장 ‘낙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비대위원장이 한동훈, 김한길 중 누가 되더라도 이번에도 ‘윤심’이 작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이번 한동훈 장관의 비대위원장 낙점 여부는 윤 대통령의 명운마저 걸린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될 전망입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가 성공한다면 한 장관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처럼 총선-대선의 2연승 발판을 마련할 것이고, 실패하면 윤석열 정권 추락의 급류에 같이 휩쓸려 가 그 후일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과연 대선 출마 베팅을 멋지게 성공시킨 윤 대통령의 무지막지한 행운이 ‘동생’ 한동훈 장관에게도 이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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