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가서 어머님이 차려준 밥상을 마주할 때마다, 옆에서 내 먹는 모습을 뚫어져라 지켜보시던 그의 과한 관심이 싫어 말 없이 신문만 읽는둥 마는둥 눈을 돌리던 데면데면한 아들. 지금은 아이가, 아빠가 엉성하게 차려준 밥을 그 예쁜 입으로 오물오물 먹을 때마다, 갑자기 모친의 그 그윽했던 눈길이 떠오르곤 한다.
자식에게 밥을 먹이는 부모의 심정만큼 사랑스러운 감정이 있을까.
박완서의 글에는 갓 지어낸 밥에서 나오는 듯한 훈훈한 인간애가 스며있다. 그가 떠먹여주는 고슬고슬한 밥글은 읽을 때마다 고향의 따뜻한 어머니 밥이 생각이 난다. 격동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한국적인 감성과 모성으로 포악했던 현대사와 맞섰던 어머니 박완서. 그가 지금 환생했다면 어떤 얘기로 이 암울하고 힘든 세상을 위로해줄까.
박완서가 지었던 따뜻한 밥글이 자주 생각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