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니콘 4형제의 연주

by 성기노

오랜만에 니콘 4형제 모임을 가졌네요. 제일 큰형은 고1때 아버지에게서 강제로 가져온 FM2 그 다음은 장인어른 장롱속에서 곤히 잠자던 녀석을 깨워서 데려온 FE 그 다음은 수년전 상태가 좋아서 샀던 F100 그리고 막내는 니콘 비운의 마지막 황태자 F6.



니콘은 무어니무어니 해도 셔터소리죠. 사실 사진은 눈으로 찍는 즐거움이지만 셔터음 철커덕의 청각이 없으면 완벽한 연주가 아니죠. 요즘 디지털들은 그 원초적인 소리를 너무 무시하는 건지, 아예 관심이 없는 건지...요즘 디지털카메라 셔터소리는 그냥 인공적인 전자효과음일 뿐이죠. 1억화소를 넘어 10억 화소가 된들 공허하고 부질없는 숫자 경쟁일 뿐.




오늘 FM2와 F6 F100 FE의 미세한 셔터음 차이를 다시 발견하곤 행복했습니다. 몇천만의 명징한 화소보다 뇌를 때리는 셔터음의 날카로우면서도 푸근한 타격으로 찰나를 선점하는 카메라. 그 쾌감은 아는 사람만 알겠죠. 낚시의 손맛이 물고기의 마지막 사투의 슬픈 몸부림이라면, 카메라의 손맛은 찰나를 끊어내는 셔터소리가 영원한 추억의 장면을 선사한다는 것이죠.




니콘은 소리로 찍는 카메라죠. 다시, 소리로 찍는 카메라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요...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멀리 왔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대선의 마지막 전투 ‘단일화 vs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