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하고 돌아오는 길
어릴 적 아버지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곧잘 가재를 잡곤 했다.
다른 사람들이 성묘를 가서 제사 음식을 앞에 두고 절을 할 때,
우리 가족은 성경책을 앞에 두고 기도를 올렸다.
기도가 끝나고 어머니는 종종 아버지가 천국에 가계실 거라고 이야기하셨다.
나 또한 그러하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 당시 내가 살던 고향은 아직 때 묻지 않은 자연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었다.
아버지가 계시던 산소 근처에는 조그마한 개울이 있었고,
성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형과 함께 가재를 잡았다.
서른을 앞둔 형도 그때만큼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 고개를 숙여 개울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갔던 나도 형을 따라 개울에 코가 닿을 듯 말 듯 머리를 들이밀었다.
개울 속 돌을 들춰내면 새끼손가락 두 마디가 될까 말까 한 크기의 가재가 가만히 숨죽이고 있었다.
조심스레 손을 물속으로 집어넣어 가재가 도망이라도 갈까 노심초사하며 기도를 하듯 손을 모았다.
모았던 두 손을 펼치면 진한 갈색의 가재가 몸을 뒤척이는 모습이 보였다.
형과 함께 가재가 뒤척이는 모습을 한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가재를 다시 개울 속에 놓아주었다.
가재는 빠르게 헤엄쳐서 얼른 조그만 돌멩이 속으로 몸을 숨겼다.
이제 사진 없이는 아버지의 얼굴도 정확하게 기억하기 힘들다.
아버지하고의 추억도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생각해 낼 수가 없다.
하지만 남겨진 가족들과 함께 성묘하고 돌아오던 길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해 낼 수 있다.
그 풀 냄새와 당시의 하늘과 신선한 바람과 따뜻하게 내려째던 태양을.
그리고 물기를 머금은 가재가 손위에서 간지러움을 태우던 그 감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