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1
연재웹소설-1. 펌(FIRM)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1. 펌(FIRM) (1)
그러니까, 법조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족보를 따지는 곳이지.
의자에 앉았을 때 면접실의 공기는 무거우면서도 산뜻했다.
공존하기 어려운 상반된 분위기는 이 건물 전체에 서려 있는 것과 똑같았다.
마치 IT 벤처를 떠올리게 만드는 최신식 인테리어 속을 세련된 유럽산 고급 정장을 입은 남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건물이 이곳이다.
누군지 몰라도 이곳의 문을 연 '로펌(Law Firm)'의 대표는 틀림없이 괴상한 자임에 틀림없어.
물론 눈앞에 앉아있는 면접관들도 입고 있는 이탈리아 메이커 양복만큼이나 세련된 외양과 무거운 입을 동시에 가진 이들이었다.
아마 기둥이 사람이 된다면 바로 이런 이들일 거야.
문에 들어섰을 때부터 이들은 단 한 마디도 입에 담지 않았다.
설마 말을 할 줄 몰라서 사람을 불러놓고 아무 질문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
어쨌든 이 사람들은 클라이언트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며 마침내 의뢰를 따내고야 마는 자들이다.
결코 벙어리나 말더듬이가 아니지.
단지 그들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이제서야 빠르게 보고 있을 뿐이다.
아마 내가 이곳에 오기 위해 제출했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증명서류 따위겠지.
하지만 언제까지나 침묵 속에 잠겨 있을 수는 없다. 나는 목청을 소리없이 잠시 가다듬고 입을 열기로 했다.
"잠깐 자기 소개를 해도 되겠습니까?"
침묵을 지키고 있던 기둥 중 셋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눈은 이런 건방진 녀석은 처음 보았다는 듯한 의사를 담고 있었다.
물론 나는 예의 바르게 마주 웃어줄 뿐이다.
어쨌든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도, 불손한 의사를 표현한 것도 아니다.
단지 자기소개를 해도 되는지 물었을 뿐이다.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서면에 다 있는데."
중앙에 앉아 있던 면접관이 마땅찮은 듯한 투로 대꾸했다.
쓰게 웃을 수 밖에 없다.
확실히 이곳은 변호사들의 집단, 로펌이다.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법정은 그렇게 말이 많이 오가는 장소는 아니다.
대부분의 법적 절차는 사전에 제출된 서면의 공방으로 이루어지며, 결정적인 증거는 대체로 기일 이전에 이미 제출되어야 인정되곤 한다.
따라서 변호사들은 대화로 논쟁하기보다 먼저 서면부터 읽는 데 더 익숙하다.
하지만 이대로는 계속 앉아 있다가 허용된 시간을 모두 써버릴 게 뻔해.
이럴 때는 상대방을 뒤흔들 필요가 있다.
"그럼 제가 질문을 해도 됩니까?"
이번에는 기둥 다섯 전부가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까 고개를 들어 나를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았다는 뜻이다.
이럴 때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나 얼굴을 붉히면 안 된다.
기세 싸움에서 지게 되거든.
"여기 계신 '변호사님들'께서는 제게 별로 궁금하신 것이 없는 모양이니, 이 로펌에 대해 궁금한 제가 묻고 싶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묻지 않는다.
아마 이 면접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내게 흥미를 갖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읽은 후 형식적인 질문만 던지고 제한된 면접 시간이 끝나버리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라도 승부를 걸어야 한다.
물론 상대방은 승부를 걸 기회를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최우측의 면접관이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은 얼굴로 물었다.
"지금 자네……, 아니, '유 변호사'는 여기가 대체 어디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아, 맞아. 나도 '변호사'였지.
작가의 말 : 이 글은 픽션입니다. 물론 소설이니까 당연한 얘기지만요.
우선 1주 1회 연재를 목표로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