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혐오표현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024년 3월 15일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원사에 게시된 게시물 및 댓글 등 64건에 대한 심의를 실시하였다. 해당 심의는 위원회가 출범하고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진행된 온라인 혐오표현에 대한 첫 심의이다.
해당 심의의 대상은 종교(13건), 출신 국가 및 인종(8건). 지역(8건), 성별(13건), 나이(6건), 성적 지향(10건), 장애 및 질병(6건) 등 총 64건인데, 위원회는 7건에 대해 ‘혐오표현에 해당함’, 44건에 대하여 ‘해당없음’을 결정하였다. 9건에 대해서는 ‘제9조 제1항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회원사에게 제11조 제3항의 조치 여부에 대한 검토를 권고’하였다. 그 외 4건은 심의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되었다.
회원사는 ‘혐오표현’ 7건에 대해 삭제 또는 해당 표현을 가리거나 노출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 경고 문구 및 이용자 주의 문구 등을 표기하는 조치, 그밖에 혐오표현을 제한하거나 그에 준하는 조치 등을 취하게 된다. 그리고 위원회는 제9조 제1항의 혐오표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특정 속성을 이유로 집단과 구성원에 대해 ‘비하·조롱하는 표현’ 9건에 대해서는 개별 회원사가 자율적으로 조치할 수 있도록 조치 여부에 대한 검토를 권고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제9조 제1항에 규정한 혐오표현에 해당하지 않은 게시물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하면서, 비하·조롱하는 표현이 가진 해악의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개별 회원사가 조치할 수 있는 근거를 둔 것이다.
이하에서는 ‘혐오표현에 해당함’ 결정을 내린 1건, ‘제9조 제1항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회원사에게 제11조 제3항의 조치 여부에 대한 검토를 권고’ 결정을 내린 1건, ‘해당없음’ 결정을 내린 1건을 발췌하여, 그에 대한 리뷰를 하고자 한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회원사 중의 하나인 A사가 ‘성적 지향’과 관련한 뉴스 게시물의 댓글 “동성애OUT!”이 가이드라인 제9조 제1항1 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심의를 요청한 사안이다. 심의대상 게시물은 언론사의 기사 <‘치워봐라, 내가 치워지나’ 천막에서 차 소리 들으며 잠든 밤>의 댓글로, 해당 기사는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 목사를 둘러싼 교회 내부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심의대상 게시물의 내용은 “동성애OUT!”이다.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동성애OUT!”은 한국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선전·선동하는 표현으로서 가이드라인 제9조 제1항에 해당하는 표현이라고 판단하였다.
첫째,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속성’을 판단할 때는 해당 속성의 유형, 해당 속성 집단의 규모, 해당속성 집단이 사회적 소수이거나 약자인지 아니면 사회적 다수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하고, ‘단어가 쓰인 맥락’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단어가 쓰인 문맥뿐 아니라 게시글 작성의 목적과 용도, 서비스나 게시 공간의 특성, 초래되는 위험, 게시자의 속성,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가 기존의 유사한 결정에서 해석하고 적용한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2
둘째, 성적 지향을 이유로 혐오표현의 대상이 되는 성소수자들은 항상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존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혐오의 역사 속에서 존재 자체를 드러내기 어려웠고,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히는 ‘커밍아웃(coming out)’은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ing out the closet)”에서 유래된 것으로 사회의 부정적 관념과 편견으로 인하여 성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영된 용어이며, 이러한 비가시화는 성소수자를 주변화 시키고 관련 법‧제도‧정책에서의 배제로 이어져 차별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셋째, 글로벌 리서치회사 입소스(Ipsos)가 발간한 2023년 8월 보고서(2023년 6월 성소수자의 달을 맞아 전 세계 30개국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소수자 비율은 조사대상 국가 30개국 평균 9%보다 더 낮다는 점이다.
한편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자율규제기구로서 KISO의 역할, 가이드라인의 적용은 더 명확하고 엄격해야 하며 자의성과 임의성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자율규약의 해석 및 적용의 원칙, 그리고 표현의 자유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OUT’이 가지는 ‘가치중립적 단어’로서의 속성, ‘다의적 해석가능성’으로 인한 ‘임의적’ 판단 가능성을 고려하면,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의 합성에 대하여 혐오표현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임의적 판단의 위험을 내포하게 되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수용자에 따라서는 동성애에 대한 단순한 반대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으므로, “동성애OUT!”은 혐오표현에 이르지 아니하였다는 반대의견이 제시되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회원사 중의 하나인 B사가 한 원로정치인의 발언과 관련된 뉴스 게시물의 댓글 “늙다리들 이제 제발좀 집에나 가라”가 가이드라인 제9조 제1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심의를 요청한 사안이다. 심의대상 게시물은 언론사의 2023. 1. 5 기사 <○○○ “△△△이 □□□보다 훨씬 대단..뱃심으로 꼿꼿이 버텨>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며, 이 기사는 원로정치인이 야당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평가를 다루고 있다. 심의대상 게시물은 이 기사의 댓글 중 하나인 “늙다리들 이제 제발좀 집에나 가라”이다. 이 표현은 원로정치인을 비롯하여 노인들이 정치판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심의대상 게시물은 가이드라인 제9조 제1항에 해당하지 않으나 회원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제11조 제3항3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첫째, 청소년에게 유해한 표현이나 욕설, 비속어 등에 대해 정보통신망사업자는 약관 등 정책에 따라 일정한 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이드라인 제11조 제3항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도 문제가 된 게시물의 내용과 전체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다소 거친 언사나 욕설, 품위나 격조를 잃은 표현의 수준을 넘어 오로지 특정 속성 집단이나 구성원을 비하·조롱하기 위하여 작성된 때로 그 적용이 한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심의대상 게시물에서는 노인을 ‘늙다리’로 혐오스러운 존재로 표현했고, 사라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맥락상 나이 많은 기성 정치인들에 한정된 집단에 대한 표현으로 판단되며 그들의 정치계 은퇴를 요구하는 표현 정도로만 봐야 하기에, 가이드라인 제9조 제1항 제3호의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거나 폭력을 선전·선동하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셋째, 일부 위원은 “늙다리들 이제 제발좀 집에나 가라”라는 표현은 특정 집단인 ‘노인집단’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 조장, 강화하는 표현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넷째,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심의 대상 게시물은 제9조 제1항의 혐오표현에 해당하지 않지만, 활용된 단어의 의미나 단어의 사용 맥락을 고려할 때 심의 대상 게시물은 단순히 언사가 거칠다거나 품위와 격조를 잃은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서, 특정 속성을 이유로 특정 집단이나 그 구성원을 비하·조롱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회원사 중의 하나인 C사가 ‘인종·국가’와 관련한 뉴스 게시물의 댓글 “외국에서 가장 크게 떠드는건 춘장들 아니냐?”가 가이드라인 제9조 제1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심의를 요청한 사안이다. 심의대상 게시물은 언론사의 2023. 5. 6.자 기사 <“한국 여자가 나더러 짱X란다” 중국인 1억 조회수 돌파한 영상>의 댓글이다. 해당 뉴스는 한 중국인 인플루언서가 한국에서 인종차별적 욕설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소개한 내용으로 중국인 남성 인플루언서는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인 여성에서 모멸을 당했다며 이 여성이 “중국사람”, “중국 짱X” 등의 욕설을 했다는 주장을 기사로 소개하고 있다. 심의대상 게시물은 이러한 기사에 대한 댓글로 “외국에서 가장 크게 떠드는건 춘장들 아니냐?”라는 표현이다.
위원회는 심의대상 게시물은 ‘중국인’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소스로 널리 알려진 ‘춘장’을 빗대어 그들의 행위를 비판하고 있는 표현으로 품위 있는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표현물 게시자 개인의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심의대상 게시물이 가이드라인 제9조 제1항의 특정 집단이나 구성원에 대한 차별의 정당화·조장·강화표현이나 폭력을 선전·선동하는 혐오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필자는 심의결정 3건의 결정문을 보면서 위원회가 매우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을 느꼈다. 위원회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심의결정 3건의 논리적 한계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필자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개진해 보고자 한다.
첫째, ‘속성’과 ‘단어가 쓰인 맥락’에 대한 각각의 구체적인 평가 및 논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선 3건의 심의 결정문들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속성’을 판단할 때는 해당 속성의 유형, 해당 속성 집단의 규모, 해당속성 집단이 사회적 소수이거나 약자인지 아니면 사회적 다수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단어가 쓰인 맥락’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단어가 쓰인 문맥 뿐 아니라 게시글 작성의 목적과 용도, 서비스나 게시 공간의 특성, 초래되는 위험, 게시자의 속성,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가 기존의 유사한 결정에서 해석하고 적용한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속성’과 ‘단어가 쓰인 맥락’은 혐오표현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판단요소로 이해된다. 이 두 가지 판단요소에 대해서는 각각 구체적인 평가 및 논증이 이루어져야 하고, 마지막으로 이 두 가지 판단요소에 대한 각각의 구체적인 평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동성애OUT!’ 결정에서는 한국에서의 성소수자의 비율을 중요한 근거로 채택함으로써, 인구학적 통계 기준에 따른 사회적 소수자인지 여부만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지, ‘단어가 쓰인 맥락’에 대해서 어떻게 고려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반면에 ‘늙다리들’ 결정과 ‘춘장들’ 결정에서는 ‘단어가 쓰인 맥락’에 대한 고려만 보일 뿐이지, ‘나이’와 ‘인종‧국가’라는 속성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둘째, 혐오표현의 개념 정의에서 열거되어 있는 특정 속성들이 갖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기준 내지 판단방법이 제시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가이드라인 제2조 제1항 제1호는 ‘혐오표현’에 대한 개념정의를 “인종·국가·민족·지역·나이·장애·성별·성적지향이나 종교·직업·질병 등(이하 ‘특정 속성’이라 한다)을 이유로, 특정 집단이나 그 구성원에 대하여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거나 폭력을 선전·선동하는 표현”이라고 하면서, ‘인종‧국가’, ‘나이’, ‘성적지향’을 특정 속성 중의 하나로 병렬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따라서 ‘인종‧국가’, ‘나이’, ‘성적지향’이라는 각각의 속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들 특정 속성들이 갖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기준 내지 판단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리뷰 대상 심의결정 3건에서는 이들 특정 속성들이 갖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기준 내지 판단방법이 제시되어 있지 못하다.
셋째, 혐오표현의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여러 가지 충돌하는 가치들 중에서 어느 부분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데, 리뷰 대상 심의결정 3건에서는 이것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결정의 ‘일관성’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우선 표현의 자유에 방점을 두는 경우에는 3건의 심의결정에서 심의대상 게시물 모두 개인적 의견 제시에 불과하므로 혐오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야 한다. 반면에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표현, 특정 집단을 물건이나 음식, 동물 등에 비유하는 표현, 특정 집단을 공동체 구성원 내지 공동체의 의사결정에서 배제하는 표현은 혐오표현에 해당한다는 관점에 방점을 두는 경우에는 3건의 심의결정에서 심의대상 게시물 모두 혐오표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야 한다. 3건의 심의결정 중 ‘늙다리들’ 결정의 심의대상 게시물은 특정 집단을 공동체 구성원 내지 공동체의 의사결정에서 배제하는 표현에 해당할 수 있다. 예컨대 “젊은 것들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세상 물정 모르니까 정치권에 참여시키면 안된다”는 내용의 표현도 특정 집단을 공동체 구성원 내지 공동체의 의사결정에서 배제하는 표현에 해당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3건의 심의결정 중 ‘춘장들’ 결정의 심의대상 게시물은 특정 집단을 물건이나 음식, 동물 등에 비유하는 표현에 해당할 수 있다. 예컨대 한국인을 ‘김치’라고 표현하거나 일본인을 ‘초밥’으로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위원회에는 다양한 위원들이 소속되어 있고, 각 위원들의 철학과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고, 사안별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필자는 위원회의 심의결정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맥락과 고민은 제3자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면, 3건의 심의결정의 결론이 각각 달라진 것은 일관성의 관점에서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2009년 3월 출범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는 한국 사회에서 자율규제의 모범적인 모델을 제시해 왔다.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의 제정과 혐오표현심의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은 출범 이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가 자율규제 활동을 확대해 온 것의 연장선상으로 이해된다.
혐오표현의 문제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도 매우 어려운 영역에 해당한다.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국내의 입법적 접근이 현재까지도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2024년 3월 15일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루어진 혐오표현심의위원회의 첫 심의는 자율규제라는 방식을 통해서 한국 사회에서 혐오표현 문제를 접근하려는 ‘담대한 도전’으로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
여러 모로 과문한 필자의 미진한 이 리뷰 글이 향후 혐오표현심의위원회의 활동의 ‘넓이’를 확대하고 ‘깊이’를 심화시키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 이 글은 KISO저널https://journal.kiso.or.kr/ 제56호 <정책 및 심의결정 리뷰>에 실린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글(https://journal.kiso.or.kr/?p=12808)을 재인용했습니다.
글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행 KISO저널 제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