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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SO저널 Nov 08. 2021

메타버스라는 신대륙···소비자들은 왜 열광할까

밤 11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한 카페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마스크를 쓴 사람도 없고,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는 사람도 없다. 코로나19 시국에 이게 무슨 소리냐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이야기다.


어디를 가나 메타버스가 화제다. 메타버스는 현실 초월, 즉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쉽게 풀이하자면 ‘가상현실’을 의미한다. 제페토를 비롯해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등이 대표 메타버스 대표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MZ세대, 그 중에서도 ‘Z세대(ZenZ)’가 다수를 차지한다.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은 2018년 네이버제트가 글로벌 출시한 제페토와 지난 7월 SK텔레콤이 출시한 이프랜드가 있다. 게임보다는 가상 세계를 기반으로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깝다. 제페토는 올해 7월 초 기준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2억8000만 건을 기록했다. Z세대는 무엇 때문에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것일까. 


메타버스, 아바타와 가상세계를 만나다


아바타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입장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플랫폼 가입 시 선택지로 제시되는 아바타 중 하나를 고를 수도 있고, ‘내 사진’을 토대로 자동으로 아바타를 생성할 수도 있다. 머리 모양은 물론 얼굴형·눈·코·입 모양을 마음대로 다듬을 수 있고, 키와 체형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제페토에서 만난 한 10대 이용자는 “아바타를 꾸미는 데만 10만 원 가량의 용돈을 썼다”고 말했다.

아바타의 장점은 현실의 나와 상관없이 ‘내가 되고 싶은’ 누군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페토를 이용하는 동안 K팝 아이돌의 무대의상을 그대로 재현해 입은 이용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 멤버처럼 꾸민 아바타들은 블랙핑크 테마파크라는 이름이 붙인 맵에 모여 아이돌 스타 역할극을 했다.

아바타를 통해 ‘내’가 주인공인 콘텐츠 제작도 가능했다. 아바타들을 출연시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유튜브에 제페토 드라마를 검색하면 수많은 캐릭터 드라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교복을 입힌 아바타로 학원물을 만들고, 사복을 입힌 아바타로 시대극을 만드는 식이다. 제페토 내부에서 창작된 콘텐츠만 10억 건, 수십만 회 조회 수를 자랑하는 콘텐츠도 많다.

메타버스의 진가는 가상 공간에서 펼쳐진다. 제페토에는 교실·카페·수영장·한강공원 등을 구현해낸 가상공간, 맵이 약 2만 개 존재한다. BTS월드나 블랙핑크 테마파크 등 K팝 아이돌 팬들을 위한 공간도 있고,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는 게임존도 있다. 이용자들은 여러 맵을 오가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제페토 안에서 찍은 사진을 ‘피드’에 올리고, 해시태그를 자유롭게 달 수 있다.

국내 이용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맵은 한강공원이다. 누적 방문자가 2200만 명에 이르는 한강공원은 노점과 오리배,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 CU 편의점 등 현실세계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했다.

제페토에서 만나 친해진 10대 이용자 엄지(닉네임)가 밤 9시가 넘은 시간 한강공원에서 초대장을 보냈다. 엄지를 따라 한강공원 편의점 옆 테이블에 앉자 아바타가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라면을 먹은 뒤엔 공원을 산책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밤늦은 시간 한강공원을 걷는 건 상상 못 할 일이었다. 비록 가상 공간이었지만, 제페토를 통해 한강공원을 거닐며 해방감을 느꼈다.


그 무엇이든 가능한 세계


이용자들이 벌이는 다양한 활동은 메타버스 세계를 지속하게 하는 동력이다.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는 게임적 요소가 강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이 직접 다양한 게임을 설계하고 배포할 수 있다. 반면 엔터테인먼트적 성격이 강한 제페토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게임과 오락을 곁들인 모습이었다.

제페토의 ‘실시간 피드’에는 음악에 맞춰 정해진 춤을 추는 각종 ‘챌린지’나 셀피·일상사진이 실시간으로 올라왔으며, 팔로우·팔로잉 기능을 통해 전 세계 이용자들과 편리하게 친구를 맺을 수 있었다. 모두 아바타와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했다. 친구에게 선물을 보내고, 자신이 있는 ‘월드’(맵)에 초대해 함께 놀기도 가능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과 유사한 ‘크루’ 기능을 통해 무리를 지을 수도 있었다.

제페토에서는 재화를 만들고 파는 일도 가능하다. 지난 2월부터 제페토를 시작했다는 엄지는 “제페토에서 곧 옷을 만들어 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제페토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아이템을 만들어 팔 수 있고, 이를 통해 얻은 가상화폐 ‘젬’을 현금으로 환전할 수도 있다. 한 20대 이용자는 “제페토에서 액세서리와 옷을 만들어 팔아 한 달에 50만 원 가량의 수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이 ‘오락적 요소(fun)’에 집중했다면, 지난 7월14일 출시한 이프랜드는 모임에 특화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가상공간으로 꾸려진 방을 개설해 그 안에서 아바타를 매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으로, 그 외의 기능은 덜어내 대중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프랜드는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처럼 대화방 목록이 아래로 나열된 구조를 띠고 있었다. 지금은 음성 대화만 가능해 일각에선 ‘아바타로 하는 클럽하우스’라는 평도 나온다. 학교·카페 등을 꾸며놓은 랜드에서는 10대들 중심의 상황극 놀이가 활발했고, 회의실이나 콘퍼런스홀처럼 꾸민 랜드에서는 기업이나 대학 세미나가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

이프랜드는 연내에 문자 채팅 기능을 도입하고, 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하고 판매할 수 있는 마켓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의상이나 아이템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플랫폼을 적용하고, 이용자들 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직도 모르겠다고? 일단 탑승하라


메타버스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10대만 사용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면 산업의 변화를 아직 보지 못한 것이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는 오는 2024년 AR·VR 시장 규모가 2690억 달러(약 31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307억 달러)보다 9배 가까이 성장한 규모다.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본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일제히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5년 후 페이스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아닌 메타버스 기업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도 메타버스 사업 계획을 제시했다.

메타버스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앞서 반감을 보이거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메타버스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톡, 싸이월드도 디지털 공간에 현실의 삶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깅 세계’로, 메타버스의 일종이다.구글맵 등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은 현실의 도로와 건물 등을 가상의 지도 형태로 구현해 길을 찾게 하는 ‘거울 세계’의 일종이다. 한때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게임 ‘포켓몬고’에서 보여준 증강현실 세계도 메타버스의 하나다.

최근의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를 앞세워 조금 더 복잡해진 형태로 우리 앞에 다가왔을 뿐이다.

메타버스의 경제적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며 앞으로도 많은 영역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메타버스를 공부하고 싶어 지난해 말부터 제페토를 시작했다”는 50대 남성은 “처음엔 아바타나 가상 세계에 거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30분씩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덧 아바타도 가상 세계도 익숙해졌다”며 “이제는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도 경험해볼 용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메타버스를 잘 모르겠다고? 일단 탑승하라. 그리고 직접 체험하고, 느껴보기를 추천한다.








※이 글은 KISO저널 제 44호 <이용자섹션>에 실린https://journal.kiso.or.kr/?p=11127

이유진 경향신문 기자님의 글을 재인용했습니다. 




글 이유진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발행 KISO저널 제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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