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내편'은 없어

혼자 이겨냈어야 했던 것들

by 나나



주말엔 은근한 기대감이 생긴다.

남편이 아기랑 조금 더 오래 놀아주지 않을까,

혹은 남편과 아기와 함께 잠깐의 나들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론, 전적으로 그건 내 착각이다.


남편은 주중에 치열하게 일한다.

아침 7시 반에 출근해서, 다섯시 반쯤 잠깐 눈도장을 찍으러 들어와서는 6시에 다시 출근.

그리고 실제 퇴근은 9시반에서 10시 사이.



고3 수험생 만큼이나 빡빡한 일상을 사는 그와 5년간 연애하는 동안 함께 저녁 먹기는 거의 불가능한 퀘스트였고, 주말에 가끔 어딜 가더라도 그가 늦잠에서 깨어난 11시부터 오후 출근 전인 5시 까지.

그나마 결혼 전에는 그렇게 헤어진 후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 되니 자유로울 때가 더 많았지만,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은 후에는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졌다. 쉬지 않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나 역시 쉼없이 아기를 온전히 혼자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으니.



하루아침에 엄마가 되어버린 나는 완벽히 변해버린 일상이 너무 당황스러웠고, 출산후 쏟아지는 호르몬의 폭격에 내 감정조차 조절하지 못하는 여자가 되어 버렸다. 자주 울었고, 자주 짜증을 냈으며, 자꾸 무너졌다. 물론 그 대상은, 남편이었다.



그는 예전과 똑같이 열심히 살고 있었고, 주말에는 게으르고 싶어 했다. 그러나 24시간, 아기와의 씨름에 지쳐있던 나는 번번히 그의 열심중 무심한 구석을 기어코 찾아내어 실망했고, 그의 일상에 작은 틈만 생기면 그 시간을 나와 아기를 위해 써주기를 바랐다. 당연히 내 일방적인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



여느 부부들이 그렇듯, 실망과 냉전에 시동을 거는 쪽과, 그걸 무너뜨리는 역할은 대부분 고정되어 있다. 나는 출산과 육아로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남편에게 기대고자 했지만 남편 역시 반복되는 나의 징징거림에 지쳐있었던것 같다.



정말 말도안되게 사소한 이유로 또 눈물이 흘러버린 날, 나 혼자만의 냉전이 시작되었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꺼낸 속마음들은 이제 더이상 남편에게 흘러들어가지 않고 튕겨져 나오는 듯 했다.



한곳만 응시하는 눈과, 할말이 있지만 결코 입밖으로는 나오지 않을 말들로 굳게 닫힌 입, 그리고 그의 손을 잡은 나의 손 아래, 맞잡아지지 않는 그의 주먹이, 그가 이 답없는 나의 온도차에 더이상 반응해 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저 소주를 평소보다 두잔 더 마셔서일 뿐이라고 둘러댔지만, 그는 처음보는 그의 차가움을 목격하며 당황한 나를 남겨두고 담배를 피러 나갔다.


진짜, 냉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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