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19, 알혼섬, 바이칼을 떠나는 날
바이칼 호수를 떠나는 날.
비록 약 일주일 정도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는게 매우 아쉽고 이곳을 또 언제 오려나 싶어서 괜시리 센치해져 눈이 일찍 떠졌다. 누군가가 부르는 느낌도 좀 들고
눈을 깜빡거리며 뭐지 하고 고민하다 한국에서 처럼, 깊게 잠을 못자고 자다 깬것이겠거니 하고 치부하고 일어나서 나가볼지, 아니면 다시 눈감을지 고민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시라고 하길래 몸을 일으켰다. 그래서 창밖을 바로 내다봤는데 벌써 해가 어스름하니 떠있었다. 아쉽지만 아무리 지금이 추워도 5월 말이니 해가 일찍 뜨는가보다. 그에 맞춰 좀 더 일찍 일어나야했거늘, 내 잠때문인데 어떻게 하겠나.
오늘이 내 인생 첫 바이칼 호수와의 만남, 그리고 바이칼 호수와의 마지막이니, 이 초원의 아침을 또 언제 보려나 싶어 겉옷을 챙기고, 주전부리를 챙겨 길을 나섰다.
꼭 그러더라. 떠나는 날이 가장 맑고 예쁘지.
이날도 어김없이 전날은 흐리더니 또 맑고 쨍할 것 같은 날씨에 매우 아쉬웠다. 하지만 가기전에라도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보여주니, 다음에 꼬옥- 겨울 바이칼을 봐야지 다짐했다.
아쉬움에 전날의 추위는 다 잊은 탓이다.
전날 갔던 길과는 다르게 숙소 바로 뒷편으로 올라가 내가 늘 걸터앉는 바위에 자리를 잡고 과자를 뜯었다.
어느 나라를 가던 슈퍼 구경 하는게 그나라 그네들의 생활을 엿보기 딱 좋기에 자주 들르는데 이번엔 유독 이 아기 과자가 눈에 들어와서 구매해 봤는데 의외로 내 취향저격이었다.
러시아에서 여행하는 동안 꾸준히 사먹은 것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가끔 생각나는 아쉬운 맛.
블라디보스톡에서 파는진 모르겠지만, 이 여행이 끝난 후 몇년이 지나 혹여 블라디보스톡에 갈 일이 생기면 이 과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찾아서 먹고싶다. 혹시 러시아 여행 가시는 분 있다면 강추.
심심하면서도 달달하니 이상하게 자꾸 손이간다. 넋놓고 먹다보면 한봉지쯤은 뚝딱. 게다가 배도 많이 찬다.
과자를 한참 먹고 사진을 찍으며 혼자 호수를 즐기고 있는데 또 어디선가 짐승 특유의 숨소리가 들리며 저 멀리서 큰 개가 나에게 다가오는게 보였다. 이곳이 드넓은 평야라서 다행이자 불행인 점은 멀리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너무나도 잘 보인다. 소리도, 물체도.
다행히도 그때 봤던 개는 아니지만, 아무도 없는데서 나에게 강한 공포감을 줬던 일대일로 또 마주치는 일은 없는게 더 낫기에 눈길도 주지 않고 과자봉지를 정리해 숙소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숙소에 들어가서 빠르게 대문을 닫았는데 그때의 개보다는 덩치가 작았던건지 닫힌 문 틈을 비집고 들어와 따라오는게 보였다.
겁에 질려서 방으로 소리없이 조용히 올라가려 하는데도 귀가 좋은건지 곧바로 내가 있는 건물 앞으로 오더니 건물 입구 계단을 올라왔다. 그나마 다행으로 내 방은 2층에 있는지라 여차하면 문을 닫고 바로 들어가버릴 생각으로 경계하면서 내려다 보고 있는데 그 개가 2층 계단을 향해 몸을 돌리는 순간
내 방에서 나랑 같이 놀았던, 그리고 내가 문 열어주기만을 기다리던 고양이들이 갑자기 계단을 내려가더니 개를 보고 앙칼진 소리를 내며 내쫓아주는게 아닌가!
아직 공포심을 다 없애지 못했던지라 매우 겁에 질렸기에 여차하면 비명이라도 지를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고양이들이 내려가서 개를 내쫓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하여 구경했다.
별걸 하는건 아니었지만 고양이들이 단체로 우르르 내려가서 계단가에서 앙칼진 소리를 내며 개를 내려보자 개는 곧이어 조용히 숙소 바깥으로 다시 나갔다.
고양이 만세.
마지막으로 아침을 먹고 있는데 주인집 딸이 오더니 오늘 이르쿠츠크로 돌아가는거 맞지? 라고 물어보길래 맞다고 답해주었더니 차가 열시쯤에 온다고 했다.
알겠다고 답한 후 전날 싸놓은 짐을 챙겨 언제든지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고양이들이 또 놀러왔다.
아침의 일이 있었기에 고양이들에게 너무 고마워서 헤어지는게 아쉬웠다.
어이없지 바이칼 호수에서 헤어지기에 가장 아쉬운게 고양이라니.
그래서일까, 다음번에 또 바이칼 호수에 온다면 이 베레크나데즈디를 고르지않을까 싶다.
겨울이 아니라면. 샤워실이 밖에 있어서 겨울엔 못오겠지만 겨울이 아니라면 베레크나데즈디를 고를 마음이 매우 있었다.
이르쿠츠크에서 타고 왔던 차가 다시 왔고 (신기하게도) 버스 기사는 내 바람막이 무늬 때문에 나를 기억하고 있다고 좋은 시간 보냈냐는 식으로 손짓하고 뭐라뭐라 러시아어를 쏟아내더니 내 짐을 가볍게 차에 싣고 차를 출발 시켰다.
갑자기 옷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니 몸둘바를 몰랐지만,
타고난 관종의 기운으로 그러려니! 하기로 하고 연신 창밖을 바라봤다.
조금 어둑어둑 했던 차량 내부가 천장에 있는 창문을 통해 빛이 비추자, 차 내부에 먼지가 가득한 것을 발견하고 정신이 아찔해졌다.
한 10년은 묵은 먼지가 뽀얗게 안개를 일으키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내새끼를 모질게 떼어놓았지만 마음이 가는건 어쩔 수 없는 마음이 적잖이 공감 하듯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연신 뒤를 돌아보며, 환기 시키고 싶은 마음과 사진을 찍으며 조금이라도 더 섬을, 호수를 담고자 노력했더니 뭔가 초원에서 달리는 우아직을 비롯한 SUV가 전부 자동차 광고에 나올 법한 사진으로 나온 것 같다.
한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호숫가에 도착하여 또 다시 배를 타고 알혼섬을 떠났다.
바이바이, 바이칼.
또 흔들리는 차 안에서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고 있자니 어느새 이르쿠츠크에 도착했다.
이르쿠츠크에 도착해서는 기존에 갔던 Z호스텔이 아닌 롤링스톤즈 호스텔로 향했다.
Z호스텔에 파이프가 망가져 따뜻한 물이 안나왔다는 것 외에는 불만이 없지만 (큰 불만인가), 롤링스톤즈 호스텔은 바이칼 호수에 가봤던 친구가 추천했기에 호수에서 이르쿠츠크로 돌아와서 바이칼 호수 관광도시인 리스트비얀카에 갔다올 때까지 머무르는 숙소로 정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 호스텔 직원에게 사용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는데, 어! 애기 아니냐! 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 만났던 할머니들이 반겨주셨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며 안부를 물으니 날이 안좋다 해서 여기서 머물고 계셨다고 하신다.
나는 다행히도 날씨가 따라주어 무사히 바이칼 호수를 구경하고 왔다며 몇몇 사진을 보여드리니 할머니들은 근처 리스트비얀카에만 다녀오신 후 내일 다시 기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으로 돌아가신다 하셨다.
리스트비얀카만 해도 만족스러웠다고 하시니 다행이다 싶었다.
할머니들과 인사를 하고 짐을 가볍게 풀어둔 뒤 다음날 리스트비얀카에 가는 공영버스 티켓을 사기 위해 터미널로 걸어갔다.
약 1.5km 정도라서 꽤 먼 거리여서 구글 지도에선 트램을 추천해줬지만, 바이칼 호수에서 사람들이 없던 공간에 버려져있다가 (?) 많은 사람들을 보니 사람들도 구경 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확실히 블라디보스톡에 비해서 보다 큰 도시구나 싶고 러시아 건축양식! 하면 생각나는 건물들이 꽤 많이 보였다.
가는 길에 시장도 보이고, 예쁜 건물을 보다보니 어느새 공영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중에 524번과 526번이 리스트비얀카에 간다고 써있는데, 526번은 운영 시간이 써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내가 갔을때는 운행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티켓 판매소에서 또 여전히 한국어로 해결을 하고,
“리스트비얀카! 내일”
“@#$#@%@?”
“다다-! 리스트비얀카 뜸마로우!”
신나서 티켓을 산 후 근방에 갈 곳이 있는지 찾아보니 카잔 성당이 주변에 있다고 해서 거기까지 또 걸어갔다.
코너를 끼고 돌아 다리를 건너면 바로 성당이기에 씩씩하게 걸어 걸어 도착했다.
카잔 성당에 도착하자 우와! 소리가 나왔다.
그도 그럴게 러시아에 도착해서 본 건축물 중에 제일 러시아스러운 색감을 가진 큰 건물이었기 때문.
내부에선 미사가 한참 진행중인지 연신 사람들이 들어갔다.
들어가고 싶었지만, 모자나 스카프를 둘러 머리를 가린게 아니라면 출입 할 수 없다기에 그냥 밖에서 성당을 구경하며 사진 찍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성당에 딸린 정원에 앉아 잠시 쉬다 깜빡 잠이 들뻔 한 후 저녁을 먹으러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구글맵을 켜고 주변 음식점을 찾다 보니 한 식당이 눈에 띄었고 트램을 타고 가기로 했다
트램이 운행되는 소리는 타는 사람도, 밖에 있는 사람에게도 시끄러울 만큼 너무 소리가 컸지만,
트램을 타고 느긋하게 주변을 구경하는건 좋았다.
트램은 한 시장에서 나를 내려줬다. 이 근방에서 좀만 걸어가면 식당이 있기에 시장구경을 천천히 하다 과일도 조금 사보니 오늘도 한국어로 러시아에서 살아가기에 성공했다.
내가 저녁으로 고른 식당은 “고려식당”, 다른 말로는 카페 고려.
러시아에서 이주당했던 고려인들이 만든 식당으로, 고려인의 음식을 먹어 볼 수 있다고 하는게 흥미가 생겨 방문 해 보았는데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탓인지....
가장 유명하다는 고기 국수를 시키고 기다리자 갖다주신 음식은 그냥 흥미로웠을 뿐이었다.
뭔가 두번 먹고싶지 않은 음식.
그냥 흥미로만 즐겨야할것 같았다. 짠건 둘째 치고, 차가운 면, 뭔지 모를 육수와 고춧가루가 떠다니는 국물에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배가 고파서 다 먹기는 하였으나,
흥미를 체험한 것에 의의를 뒀다.
저녁을 먹고 나니 저녁 일곱시인 것 치곤 아직 해가 지려면 한참 먼 것 같은 하늘이지만,
다음날 리스트비얀카로 떠나야 하기에 일찍 숙소에 들어가기로 했다.
장점
- 밥이 매우 맛있다.
- 개냥이들이 많아서 행복하다
- 호수가 매우 가깝다. 레이크 뷰가 이런건가 싶음
- 반야 체험 가능 (약 500루블로 기억하나 정확하진 않음)
단점
- 밥값은 숙박료와 별도
-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밖에 분리되어있다.
- 방안이 좀 허름한 편
>하지만 다른 후지르 마을 숙소도 모두 동일하기에 큰 단점은 아니다
- 직접 빨래 불가, 별도 요금 지불 (근데 상당히 정성들여서 빨래 해 주심)
- 이불이 깔끔하다 느껴지진 않는다.
베레크나데즈디에서 제공하는 투어/버스 정보
- 북부투어 1200루블
- 남부투어 1300루블
- 이르쿠츠크행 1000루블
- 리스트비얀카행 1300루블